현대모비스와 현대엔지니어링의 하청업체에 대한 갑질 문제가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습니다. GS건설이 시공한 경북 구미 문성파크자이의 '사기분양' 논란도 뜨겁습니다. 재계의 한편에선 롯데그룹이 1년여 만에 사장단 회의를 열어 주목을 받았습니다. 금융권에서는 십수년간 국내 금융산업의 주요 현안이었던 우리은행의 지분 매각이 마무리됐습니다.
경제는 먹고사는 일과 관련된 분야입니다. 한 나라의 경제가 발전하면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지요. [TF비즈토크]는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경제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모여 한 주간의 흥미로운 취재 뒷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코너입니다. 우리 경제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을 들여다보기 위해 현장을 누비고 있는 <더팩트> 성강현·최승진·장병문·서재근·황원영·권오철·이성로·이성락·서민지 기자가 나섰습니다. 지난 한 주간 미처 기사에 담지 못했던 경제 취재 뒷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 | 정리=권오철 기자] 현대모비스와 현대엔지니어링이 관련 하청업체 근로자의 근로계약서 조작 및 부당해고 정황을 묵인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근로자가 해고되는 부당한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이 제기돼 <더팩트>가 조명을 했었지요. 원청업체의 하청업체에 대한 갑질 문제는 오랫동안 회자돼 왔는데요. 현대모비스 이화공장에서 경비 업무를 담당했던 오 모(44)씨가 처한 상황에 대해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 현대엔지니어링 하청업체 전 직원 오 모 씨 "부당해고·청부살인 협박" 주장 제기
-현대모비스 공장의 경비업무를 현대엔지니어링이 맡고 있군요. 현대엔지니어링은 다시 하청업체인 대덕휴비즈에 일을 맡기고요. 현대엔지니어링은 건설·설계 분야가 주력 아닌가요? 경비업무는 거리가 있는데 어떻게 된 일인가요?
-현대엔지니어링은 주력 사업외에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를 대상으로 자산관리(시설물유지관리)로 통칭되는 경비·미화·조경·통근버스 등의 용역 사업 일감을 받아오고 있습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이를 통해 매년 수천억 원대 매출을 올리고 있습니다. 전자어음으로 대금을 받는 건설관련 사업에 비해 시설유지관리 사업은 계열사로부터 현금을 받는 노른자 사업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군요. 현대모비스의 경비 업무는 이른바 '하청의 하청'구조를 띠고 있는데요. 오 씨의 경우가 이와 관련한 문제라고 하죠?
-네. 맞습니다. 오 씨는 지난해 11월 노동부에 회사(대덕휴비즈)의 임금체불 문제와 관련해 노동부에 진정서를 넣고 비슷한 시기에 내부비리를 제보했는데요.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진 이후 오 씨는 한 달 후인 지난해 12월 30일 회사로부터 다음 날 해고될 것이라는 통보를 받습니다. 회사 측이 내민 해고 사유는 '근로계약서상 계약 종료'였습니다. 하지만 오 씨는 계약서에 시작일은 있었지만 종료일은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뚜렸한 증거가 없어서 이듬해인 올해 3월 중앙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관련 진정서를 냈지만 기각됐습니다.
-새로운 증거가 나타났다면서요? 그 부분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올해 11월 오 씨는 정보공개 신청을 통해 지난해 9월 대덕휴비즈가 노동부에 제출한 근로계약서 사본을 입수했습니다. 해당 근로계약서에는 근로계약기간 기입란에 근로 시작일은 있으나 퇴직일은 공란으로 돼 있었습니다. 근로계약서 작성 시 퇴직일을 쓰지 않았다는 오 씨의 주장을 뒷바침하는 증거가 확보된 셈입니다.
-근로계약서 조작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실인가요?
-네. 대덕휴비즈는 지난해 11월에도 또 한 번 근로계약서를 노동부에 제출했는데요. 이때 제출한 계약서에는 계약종료일이 12월 31일이라고 기입돼 있었습니다. 대덕휴비즈 측도 근로계약서 조작을 시인했는데요. 다만 지난해 12월에 제출한 근로계약서가 원본이고, 지난해 9월에 제출한 근로계약서가 종료일을 지워서 제출한 조작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대덕휴비즈는 이 같은 주장을 증명하지 못하면 근로계약서 조작으로 인한 부당해고 혐의를 받게 될 전망입니다.
-하청업체인 대덕휴비즈 문제로 보이는데요, 왜 원청업체인 현대엔지니어링이나 현대모비스의 갑질 문제라는 거죠?
-오 씨는 회사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은 직후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모비스 관계자들에게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그런데 이들 기업은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하청업체의 문제라며 현재까지 모르쇠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노사관계를 전문으로 하는 한 노무사는 이와 관련 "대기업이 하청에 재하청을 주는 목적은 하청업체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원청에 직접적인 책임을 묻기는 어렵지만 도의적으로는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원청업체의 갑질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오 씨만 딱하게 됐군요. 오 씨의 근황은 어떻습니까?
-오 씨는 행정법원에 부당해고와 관련 항소장을 제출한 상태입니다. 새롭게 입수한 근로계약서 사본을 증거물로 제출했기 때문에 법원의 판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오 씨는 지난 9월 ▲내부비리 제보자 신원유출에 대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부당해고에 대한 근로기준법 위반 ▲살인청부협박 등으로 관계자들을 검찰에 고소했습니다.
-검찰에 고소했으니 수사가 진행 중이겠군요. 그런데 살인청부협박이라니요?
-오 씨는 "현대모비스가 내부고발(제보)한 사실을 현대엔지니어링과 대덕휴비즈에 공개했다"면서 "비리 당사자로부터 청부살해 위협까지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오 씨는 관련 녹취자료를 확보했다고 합니다. 또한 실제로 폭행을 당하거나 관계자가 집으로 찾아오기까지 했다고 합니다. 오 씨가 처한 상황이 대기업 하청업체의 한 개인의 문제로만 볼 수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 불티나게 분양된 GS건설 구미 문성파크자이, '사기분양' 논란
-구미 문성파크자이의 '사기 분양' 논란으로 넘어가 봅시다. 해당 아파트에 대해 설명 부탁합니다.
-경북 구미시 고아읍 문성리에 자리한 문성파크자이는 총 1138세대, 18개동 규모로 내년 7월 입주 예정입니다. 시행사는 생보부동산신탁이며 GH D&C에 위탁했으며 시공사는 GS건설입니다. 지난해 3월 일반분양 905가구 모집에 총 1만2975명이 몰렸습니다. 청약경쟁률은 14.3:1까지 치솟았습니다. '1등 명품 아파트'로 알려진 GS건설 자이를 보고 사람들이 몰린 것입니다.
-그런데 왜 '사기 분양' 논란이 불거진 것이죠?
-입주예정자들과 GS건설 측이 대립하게 된 것은 지하주차장의 엘리베이터 문제로 비롯됐습니다. 입주민들은 분양을 받을 당시 모든 동의 지하주차장에서 자택으로 바로 연결되는 엘리베이터(직주)가 있다고 소개받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입주민들은 분양 당시의 설명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한참 뒤에 알게 됐습니다.
문성파크자이의 지하주차장은 지하 1~4층의 단층 구조를 띄며 통으로 연결돼 있습니다. 대부분의 동은 지하 4개 층 중에서 2개 층의 지하주차장에서 직주가 가능한데 유독 103동 3·4호 라인(36가구)은 1개 층의 지하주차장에서만 직주가 가능하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입니다. 애초부터 해당 라인의 지하 2층은 설계되지 않았습니다.
-저희 취재진이 해당 건설현장에 다녀왔었죠. 어땠습니까?
-네. 실제로 문성파크자이 103동 3·4호 라인을 찾아가 주민들이 지하 2층에 주차했을 경우를 가정하고, 지하 2층 주차장에서 지하 1층 주차장까지 소요되는 거리를 보폭으로 측정했습니다.
그 결과 103동 3·4호 라인 주민들이 지하 2층 주차장에 주차를 할 경우 약 20m를 걸어서 옆의 1·2호 라인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1층에 내려서 80m를 더 걸어가 지하 1층의 다른 엘리베이터로 환승해야 했습니다. 거리보다 '미로'처럼 구불하게 이어진 길이 우려가 됐습니다. 입주민들은 차차 익숙해지겠지만 내방객들은 헤매게 될 가능성이 있어 보였습니다.
-103동 3·4호 라인이 옆의 1·2호 라인의 엘리베이터를 사용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면서요?
-네. 지하 엘리베이터를 나서면 잠금 장치가 달린 출입문을 만나게 되는데요. 이 문은 출입 카드나 비밀번호를 눌러야 열립니다. 모든 라인의 문이 하나의 카드나 비밀번호로 열리게 될 경우 보안상의 문제가 야기될 수 있고 103동 3·4호 라인 주민들이 1·2호 라인의 엘리베이터에 몰릴 경우 출근시간 주민 불편이나 전기료의 문제가 필연적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따라서 1·2호 라인 주민 전체의 동의가 없다면 3·4호 라인 주민들은 지하 2층 엘리베이터 사용이 불가합니다. 이 경우 해당 주민들이 지하 2층 주차장을 이용할 시 별수 없이 옥외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외부로 나가서 약 100m를 걸어 집으로 가야 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103동 3·4호 라인은 분양가가 다른 동보다 저렴한가요?
-아닙니다. 103동 3·4호 라인은 문성파크자이에서 가장 넓은 39평(약 129㎡)규모입니다. 따라서 분양가도 가장 높은 2억7300만~3억5000만 원에 형성됐습니다.
-GS건설 측은 어떤 반응인가요?
-GS건설 측은 "우리는 시공만 맡았을 뿐"이라면서 시행사에 책임을 미뤘습니다. 시행위탁사인 GH D&C 측은 "(구미시청으로부터)인허가를 받는 과정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입니다. 구미시청 측은 "법으로 정해놓은 주차 총대수 확보에 관여할 뿐"이라며 "직주는 시청이 개입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아파트 건설 설계상의 문제가 발생했는데 아무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군요. 입주민들만 딱하게 됐습니다. 향후 어떻게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까?
-입주예장자들에 따르면 103동 3·4호 라인을 분양받은 일부 입주예장자들이 이 사실을 알고 집을 부동산에 내놨다고 합니다. 하지만 문성파크자이의 소문이 퍼지면서 매매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입주예정자들은 협의회를 구성, 보상안을 가지고 GS건설 측에 요구하고 있지만 GS건설 측은 이를 수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양측이 이대로 평행선을 그릴 경우 법적 다툼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1년만에 열린 롯데 사장단 회의 현장은 아수라장
-지난 달 30일 롯데그룹이 1년여만에 사장단 회의를 열었습니다. 그간 각종 논란에 휩싸였던 롯데그룹인만큼 세간이 이목이 집중됐을 것 같은데요.
-네. 롯데그룹은 30일 오후 2시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신동빈 회장 주재로 하반기 그룹 사장단 회의를 열었습니다. 약 1년만에 열린 사장단 회의였죠.
-이상하네요. 원래 롯데그룹은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눠 1년에 두 번씩 사장단 회의를 열지 않나요?
-지난해와 올해 연이어 터진 경영권 분쟁, 그룹 비리 검찰 수사 등으로 상반기 회의를 취소했습니다. 결국 지난해 하반기 이후 처음으로 그룹 수뇌부가 모여 미래 전략을 짜게 된 셈이죠.
-현장에 기자들도 많이 몰렸을 것 같네요.
-그렇습니다. 기자들이 몰린 가운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포함해 소진세 롯데그룹 사장, 송용덕 롯데호텔 사장, 장선욱 롯데면세점 대표 등 국내외 사장단 52명과 롯데정책본부 임원 30명 등 80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사장단이 들어오자 포토라인이 무너지면서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고, 일부 고성이 오가기도 했습니다.
-신동빈 회장은 무슨 이야기를 했나요?
-신동빈 회장은 취채진에 둘러싸인채 떠밀려 회의장 안으로 들어갔는데요 기자들이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과 관련해) 뇌물죄라는 의혹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최순실 게이트 관련 의혹에 대해 한 말씀만 해달라" 등 각종 질문을 쏟아냈지만 한 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군요. 하지만 회의장 안에서는 다양한 이야기를 했을 것 같은데요?
-네. 신동빈 회장은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대대적인 혁신을 요구했다. ‘궁즉변 변즉통 통즉구(窮卽變 變卽通 通卽久)’라는 주역의 구절을 인용해 변화하지 않으면 롯데그룹의 미래가 없음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단,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최순실 게이트나 검찰수사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습니다.
-'궁즉변 변즉통 통즉구'라니 무슨 뜻인가요?
-주역의 한 구절로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고, 통하면 오래간다는 뜻입니다. 신동빈 회장은 "진심을 다해 절박한 마음으로 변화해야 한다. 관행과 관습에 젖어있는 우리 생각부터 뜯어 고치고, 회사의 문화와 제도 그리고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지금 당장 바뀌지 않으면 우리 그룹의 미래는 없다. 선도적으로 변화를 주도하여 자신이 맡고 있는 회사의 생존 가치를 증명해달라"며 변화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죠.
◆ 우리은행 지분 매각 마무리…시장 반응은?
-금융권에서는 16년간 국내 금융산업의 주요 현안이었던 우리은행 민영화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죠. 우리은행의 지분 매각이 마무리됐다고요?
-우리은행의 최대주주죠. 예금보험공사(예보)가 1일 투자자 7곳에 우리은행 지분 29.7%를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는데요. 이번 계약으로 동양생명(4.0%), 미래에셋자산운용(3.7%), IMM 프라이빗에쿼티(6.0%), 유진자산운용(4.0%), 키움증권(4.0%), 한국투자증권(4.0%), 한화생명(4.0%)이 우리은행의 과점주주가 됐습니다.
-우리은행이 드디어 민영화에 성공했네요. 하지만 최대주주가 예보인 만큼 아직 민영화됐다고 할 수 없지 않느냐는 목소리도 나온다면서요.
-당초 예보가 보유하고 있던 우리은행 지분은 51.06%였는데요. 이번 매각 계약 체결 이후에도 예보는 우리은행 지분 21.36%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아직 최대주주 자리를 지키고 있어 독립성을 갖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거죠.
무엇보다 과점주주 형식이기 때문에 이들의 목소리가 하나로 모여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거죠. 특히 국내 금융사들이 금융 당국에 감독을 받고 있는 만큼 당국의 입김을 거부하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도 새어 나오고 있습니다.
-예보가 최대주주를 지키고 있는 만큼 독립경영을 보장하기로 했음에도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 같네요. 우리은행이 완전한 민영화를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선 예보는 이번 지분 매각에 따라 우리은행과 체결한 경영정상화이행약정(MOU)을 즉시 해지하기로 했는데요. 이에 따라 예보는 정부의 경영불개입 및 과점주주들에 의한 자율경영을 보장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우리은행의 민영화를 위해서는 예보의 잔여 지분 처분이 가장 중요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자율경영을 보장한다 할지라도 예보의 지분이 있는 한 금융 당국의 경영권 개입을 완전히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지적입니다. 실제 예보 또한 우리은행 잔여 지분 21.4%에 대한 매각도 계속해서 추진하겠다고 밝힌 상태입니다.
이제 막 지분 매각이 마무리됐고 당국이 경영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밝힌 만큼 우리은행의 2017년에 관심이 쏠리는 상황입니다. 과점주주들이 사외이사를 우리은행에 보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경영에 참여하는 만큼 우려 만큼 기대를 갖고 지켜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