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의 장녀인 정성이 고문 장녀 선아영 씨와 탤런트 길용우 씨 아들 길성진 씨가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화촉을 밝혀 많은 이들의 축복을 받았습니다. 삼성전자의 상황은 현대가의 풍경과 대비됩니다. 삼성전자 서초사옥은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습니다. 대기업 총수들의 검찰 조사가 전망되는 가운데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대기업 총수들 중 최초로 검찰에 출석해 12시간에 걸친 밤샘 조사를 받았습니다.
경제는 먹고사는 일과 관련된 분야입니다. 한 나라의 경제가 발전하면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지요. [TF비즈토크]는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경제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모여 한 주간의 흥미로운 취재 뒷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코너입니다. 우리 경제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을 들여다보기 위해 현장을 누비고 있는 <더팩트> 성강현·최승진·장병문·서재근·황원영·권오철·이성로·이성락·서민지 기자가 나섰습니다. 지난 한 주간 미처 기사에 담지 못했던 경제 취재 뒷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 | 권오철 기자] 현대가에 경사가 났습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손녀인 선아영 씨가 중견 탤런트 길용우 씨의 아들 길성진 씨와 11일 백년가약을 맺은 것입니다. 정몽구 회장을 비롯한 현대가 사람들의 입가에는 웃음꽃이 피었습니다. 선아영 씨의 어머니 정성이 이노션 고문은 지난 4월 아들 선동욱 씨의 결혼 이후 7개월 만에 딸의 시집을 보낸 것인데요. 당시 현장 상황을 함께 살펴보시죠.
◆ 정성이 이노션 고문, 딸의 시집가는 날
-11월 11일, '빼빼로데이'자 '가래떡데이'로 알려진 이날 정성이 이노션 고문이 딸을 시집보냈죠?
-네. 이날 혼사는 재계와 연예계의 만남으로 화제가 됐습니다. 정몽구 회장의 장녀인 정성이 고문 장녀 선아영 씨와 탤런트 길용우 씨 아들 길성진 씨가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화촉을 밝혔습니다.
-재계와 연예계의 만남인 만큼 하객들도 대단했겠네요.
-그렇습니다. 이날 명동대성당 앞에서 양가 혼주들이 하객을 맞이했는데요 재계 인사와 연예계 인사들이 많이 참석했습니다. 정몽구 회장,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 오너 일가 등은 물론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 허희수 SPC그룹 부사장,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 등도 참석했습니다. 연예계 쪽에서는 이순재 씨, 최불암 씨, 노주현 씨, 사미자 씨, 김영철 씨, 김미화 씨, 배한성 씨, 김용건 씨, 안성기 씨, 연정훈 씨, 임하룡 씨, 박상원 씨, 정보석 씨, 이아현 씨, 최명길 씨, 이혜숙 씨 등이 왔습니다. 기쁜 날인 만큼 모두 즐거운 표정이었습니다.
-고 정몽우 현대 알루미늄 회장의 셋째 아들인 정대선 현대 BS&C 사장과 결혼한 노현정 전 KBS 아나운서도 참석했죠?
-네. 이날 분홍색 저고리와 황토색 치마를 걸친 채 화사한 모습으로 나타났습니다. 노현정 씨가 나타나자 성당에 몰려있던 취재진은 물론 하객들의 이목까지 집중됐죠. 단, 남편 정대선 사장은 볼 수 없었습니다. 정대선 사장은 해외 출장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결혼식은 어땠나요?
-성당 결혼식인 만큼 미사 형식으로 치러졌고, 축가는 성가대가 했습니다. 여느 천주교 결혼과 다르진 않았습니다만, 신랑 신부가 식을 마치고 행진할 때 하객들이 모두 일어나 너도나도 사진을 찍어댔죠. 친구들이 환호성을 지르기도 했고요.
-정몽구 회장은 예식이 끝나고 왜 먼저 갔나요?
-정몽구 회장은 현대차 관계자들의 호위를 받으며 차량에 곧바로 탑승한 뒤 귀가했습니다. 지난해 7월 박근혜 대통령 비공개 면담 관련 질문 세례 때문에 서둘러 간 것으로 추정됩니다. 정몽구 회장은 취재진에 둘러싸인 채 힘들게 예식이 열리는 대성당에 들어갔습니다. 이를 두고 예식이 끝난 뒤 야외 촬영 장소로 이동할 때 또다시 기자들이 대거 몰릴 것에 대비해 내부에서 사진을 찍고 먼저 귀가했을 것이라는 현장의 의견들이 많았습니다. 실제 더팩트 취재진은 정몽구 회장이 대성당에서 가족과 촬영한 사진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 현대家 '축의금·화환 안 받아요, 축하만 받겠습니다'
-앞서 올해 봄엔 정성이 고문의 아들 결혼식이 있었죠.
-네. 지난 4월 15일 정성이 고문의 아들 선동욱 씨와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 부회장의 차녀 채수연 씨의 결혼식이 있었습니다. 7개월 만에 딸의 결혼식을 치른 셈입니다. 평범한 집안에선 한 해에 두 자녀를 결혼시키는 것은 쉽지 않다고 하지만 재벌가 집안은 다르겠죠. 이날 정성이 고문은 한 하객과 인사를 나누며 "아들 보낼 때와 다른 느낌"이라는 얘기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몇몇 사람들에겐 며느리 수연 씨를 소개시켜주며 "우리 며느리"라고 애정을 나타내기도 했고요.
-동욱 씨의 결혼식도 명동성당에서 치러진 기억이 있습니다.
-맞습니다. 동욱 씨의 결혼도 명동성당에서 치러졌기 때문에 이번 결혼식과 자연스럽게 비교가 됐습니다. 두 결혼식을 비교했을 때 이번이 더 검소하게 치러졌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차이점을 꼽자면 무엇이 있을까요?
-가장 눈에 띈 것은 하객들을 위한 답례품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동욱 씨 결혼식에서는 방명록에 이름을 적은 하객들에게 분청사기를 나누어 주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딸 아영 씨 결혼식에는 답례품을 생략했습니다.
-답례품을 생략한 이유가 궁금하네요.
-언뜻 봐서는 '김영란법(부정청탁방지법)'을 우려해서 답례품을 생략한 것처럼 보였지만, 현대가 측은 최대한 검소하게 결혼식을 치르겠다는 정성이 고문의 뜻이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재벌가 결혼식이라고 느껴지는 부분은 없던가요?
-답례품은 사라졌지만 축의금과 화환을 일절 받지 않은 모습은 동욱 씨 때와 같았습니다. 또한 재벌가이자 현대가의 결혼식임을 깨닫게 해준 것은 명동성당 길목을 꽉 메운 현대차 럭셔리 브랜드 제네시스 EQ900 차량들이었습니다. 물론 차량마다 운전기사들이 대기하고 있더군요.
◆ 삼성전자 고강도 압수수색…검찰 칼날, 재계로 확산
-'최순실 게이트'로 넘어가 보죠. 검찰의 칼날이 재계로 향하고 있다고 하던데요. 삼성전자에 대한 압수수색이 진행되면서, 긴장감이 더욱 높아졌을 것 같습니다.
-삼성전자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은 지난 8일 진행됐습니다. 거의 12시간 가까이 계속될 정도로 초고강도 압수수색이었는데요. 검찰 특별수사본부 수사관들은 이날 오후 6시쯤 박스 7개 분량의 자료를 들고 서울 삼성 서초사옥을 빠져나왔습니다. 삼성 본사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이 이뤄진 것은 지난 2008년 '삼성 특검' 이후 8년 만이라고 하네요.
-압수수색 배경과 이유를 말씀해주시죠.
-일단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이면서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에 대한 지원과정에 연루된 박상진 사장 사무실이 있는 27층이 집중적 압수수색 대상이었습니다. 그는 승마협회 회장이기도 하죠. 박 사장은 최순실 씨와 딸 정유라 씨의 독일승마 유학을 지원하는 데 직접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그는 나흘 뒤인 12일 오후 2시 검찰에 소환돼 관련 조사를 받았습니다.
검찰은 삼성전자가 최 씨 모녀에게 35억 원 정도를 독일로 직접 송금하는 방식으로 지원했고, 이 가운데 10억 원 정도가 정유라 씨가 타던 말 '비타나V'를 구입하는데 사용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데요. 검찰은 27층 뿐 아니라 삼성 미래전략실 기획팀이 있는 40층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한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전자 압수수색 이후 재계 반응이 궁금해지는 대목이군요.
-압수수색 직후 재계는 '초긴장 모드'에 돌입했습니다.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검찰의 수사망이 대기업으로 본격 확대될 것이라는 불안감 때문인데요. 검찰이 지난해 7월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한 것으로 거론되고 있는 이른바 '독대 그룹'들의 총수들까지 직접 조사하겠다는 분위기를 풍기면서 검찰의 수사방향에 따라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검찰은 미르·K스포츠재단 강제 모금과 관련, 거액의 기금을 낸 배경과 모금 과정 등을 조사하기 위해 LG, CJ, 한화, 한진 등 대기업 임원들을 참고인 자격으로 줄소환했는데요. 두 재단에 기금을 제공한 대기업은 모두 53개, 19개 그룹입니다.
-대기업 총수들에 대한 직접 조사도 임박한 것 같네요.
-검찰과 재계에 따르면 대통령과 비공개 면담을 한 것으로 알려진 대기업 총수는 모두 7명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등이 거론되고 있는데요. '독대 그룹' 총수에 대한 검찰의 조사,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 '차은택 비리 개입 의혹' 권오준 포스코 회장, 검찰 출석·밤샘 조사
-실제로 대기업 총수에 대한 소환이 이뤄졌다죠?
-맞습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11일 오후 6시 50분 서울중앙지검 청사로 소환됐습니다. '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이후 대기업 총수가 검찰에 소환된 것은 권오준 회장이 처음입니다.
-당시 상황 어땠나요?
-권 회장의 차량은 당초 약속된 시간인 오후 7시보다 10분 일찍 청사에 도착했습니다. 포토라인에 선 권 회장은 쏟아지는 취재진의 질문을 받았습니다. 취재진은 포스코의 광고 계열사인 포레카와 관련해 "헐값에 매각을 했는데 차은택 씨에게 넘기려 했느냐" "안종범 전 수석에게 연락받은 적 있느냐" "대통령에게 지시받거나 연락받은 적 있으냐" "차은택 씨와는 어떤 관계냐" "포레카를 대기업보다 중소업체에 넘기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느냐" 등의 질문을 쏟아냈습니다.
-취재진 질문에 대한 권오준 회장의 반응이 궁금하네요.
-권 회장이 준비해온 대답은 "검찰 조사에 진실되게 답하겠다"는 단 한마디였습니다. 이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하다가 이내 조사실로 올라갔습니다.
-권오준 회장이 검찰에 출석한 것은 어떤 이유인가요?
-권 회장은 연매출 500억 원 규모의 포스코 계열 광고업체 포레카 매각하는 데 최종 승인한 인물입니다. 그는 '국정 농단'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의 최측근 차은택 씨,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함께 '포레카 지분 강탈'을 공모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차 씨 측근들은 포레카를 인수한 광고업체 컴투게더 한 모 대표에게 지분 80%을 넘기지 않으면 "묻어버리겠다" "세무조사를 때릴 수 있다" 등의 협박을 했지만 한 대표의 거절로 미수에 그쳤습니다.
-검찰 조사 내용은 무엇이었나요?
검찰은 권 회장이 포레카 매각 결정과 관련해 차 씨에게 이권을 챙겨주려는 목적이 있었는지, 최 씨와 청와대의 외압은 없는지 등을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는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됐지만 차 씨 등과 포레카 지분 강탈을 공모한 정황이 드러나면 피의자 신분이 될 수 있습니다. 검찰은 또 권 회장을 출국금지 조치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권 회장은 12시간에 걸친 밤샘조사를 마치고 12일 오전 7시 10분쯤 청사를 나와 귀가했습니다.
-다른 대기업 총수들의 소환이 가능할까요?
-그동안 검찰은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대기업 총수의 소환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다만 검찰은 "총수들에 대한 소환조사를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이후 이뤄진 권 회장의 소환에 대해 검찰이 대기업 총수들을 압박하는 일종의 신호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언제든지 총수들을 소환할 수 있다는 메시지라는 것이죠.
권 회장의 검찰 출석 소식을 들은 총수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지는 대목입니다. 임원진을 통해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의 대가성을 자백하면 총수들은 직접 검찰에 출석하는 수고를 덜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기업 입장에서 해당 재단 출연금의 대가성을 인정하면 뇌물공여죄를 적용받기 때문에 자백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권 회장을 필두로 대기업 총수들의 줄소환이 전망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