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자드와 손잡은 구글 딥마인드, 알파고 다음 대결로 ‘스타크래프트2’ 지목
[더팩트 | 최승진 기자] “드디어 올 것이 왔군.” 미국 게임업체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가 지난 2007년 처음 공개한 실시간 전략시뮬레이션 게임 ‘스타크래프트2’ 영상에서 게임 속 한 해병은 이렇게 말한다. 맥락상 여러 가지 뜻을 담고 있지만 무엇보다 베일에 싸였던 ‘스타크래프트2’의 존재가 세상에 드러났다는 점에 방점이 찍힌다.
그로부터 10여년 후 ‘스타크래프트2’는 인공지능(AI) 알파고의 다음 도전대상이 됐다. 소문으로만 떠돌던 일이 현실이 된 것이다. 게임 속 해병의 말처럼 인공지능 분야에서도 드디어 올 것이 온 셈이다.
총싸움 게임 ‘오버워치’로 유명한 블리자드는 지난 5일 이세돌 9단과 세기의 바둑 대결을 펼친 구글 딥마인드가 이번엔 ‘스타크래프트2’에 도전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사실상 ‘알파고’의 다음 대결 상대가 ‘스타크래프트2’라는 것을 공식화한 것이다. 실시간으로 펼쳐지는 ‘스타크래프트2’는 바둑과 달리 정보가 더 복잡해 인공지능 입장에선 수준 높은 도전 목표로 여겨진다.
블리자드는 이날 “내년 1분기 스타크래프트2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스타크래프트2’를 위한 다양한 인공지능 응용프로그램이 개발될 수 있도록 모든 연구자들에게 빗장을 푼다는 뜻이다. 블리자드 입장에서도 인공지능과 같은 최신 기술에 대한 이해력을 갖출 수 있어 내심 기대가 클 것으로 보인다.
블리자드의 이번 발표가 관심을 끄는 것은 게임의 순기능을 조명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이세돌과 인공지능의 대결을 통해 바둑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함께 높아진 것과 같은 효과를 게임업계도 누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그것이다.
교육효과 등 다양한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가 게임을 바라보는 시선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애들 장난”이라며 무시하고 손가락질한다. 상황이 이러니 순기능은 외면된 채 역기능만 부각되기 일쑤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으로 꼽히는 인공지능 혁신에 우리 게임업계의 대응속도를 높여야 하는 것도 과제다. 인공지능의 대중화는 게임세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복잡한 게임 환경을 사용자 개인에 맞춰 최적화 시켜주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대화형 인공지능의 발달로 가상현실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 등의 분야에선 획기적인 전기도 마련될 전망이다.
한국은 세계 최고의 게임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가상현실을 비롯한 신기술 분야에선 존재감이 거의 없다. 시장을 선도하지 않고 망을 보다가 언젠가 시장이 무르익으면 진출해 이익을 창출하겠다는 전략을 고집하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급변하는 시대에 기업들이 갖출 핵심 가치는 남들보다 빠르게 시장의 변화를 살피고 대응하는 일이다. 몰락하는 기업에는 그 어떤 ‘혁신’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