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성로 기자]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낼 수 있을까. 한국을 대표하는 중형 세단 현대자동차 쏘나타의 입지가 예전만 못한 모양새다. 르노삼성자동차의 SM6와 한국지엠 올 뉴 말리부가 뜨거운 호응을 얻으며 왕좌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국내 중형차 시장이 '춘추전국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10월 판매량을 보면 쏘나타가 5604대로 1위를 달린 가운데 SM6가 5091대, 말리부가 4428대로 뒤를 이었다. 10월까지 총 판매량 역시 쏘나타가 6만9039대로 SM6(4만5604대), 말리부(2만8355대)를 제치고 부동의 선두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속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쏘나타의 입지는 분명 흔들리고 있다. 10월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1만487대)과 비교해 무려 46.6%나 떨어졌다. 9월과 비교하면 약 10% 줄었다. 쏘나타의 판매량은 1월 6207대를 시작으로 2월 5916대로 주춤했으나 3월부터 6월까지(7053대, 8057대, 8547대, 8768대) 꾸준한 오름세를 보이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7월 다시 6000대 판매량(6244대)으로 내려오더니 9월엔 5135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무섭게 따라붙는 SM6와 말리부를 따돌리기엔 힘이 부치는 모양새다.
지난 3월부터 국내에 출시된 SM6는 쏘나타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10월까지 4만5604대를 판매해 월평균 5700대를 팔아치웠다. 출시 첫 달 6751대를 시작으로 4월엔 5195대에 그쳤으나 5월(7901대)과 6월(7027대)에 모두 7000대 판매량을 기록하며 상승 기류를 탔다. 이후 7월부터 9월까지(4508대, 4577대, 4217대) 잠시 부진했으나 지난달 반등의 기회를 마련했다.
SM6는 10월 5091대 판매로 전월 대비 20.7%가 늘었다. 출시 8개월째 식지 않는 인기를 자랑하며 세단 시장을 넘어 국내 자동차 시장의 새 판을 짜고 있다. 특히 '코리아 세일 페스타'에서 3% 할인혜택을 받은 1000대의 SM6는 영업 일수 7일 만에 매진되며 SM6 열기를 증명한 바 있다. 중형차 시장에서 쏘나타에 이어 2위에 머물러있지만, 택시, 렌터카, 관용차를 제외한 자가용 기준으로 보면 7개월 연속 1위를 지키고 있다. 현재 기세를 이어간다면 누적 판매량에서 쏘나타를 제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SM6는 인텔리전트 세단으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중형차의 고급화 흐름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한국GM의 말리부 역시 무서운 기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한 달간 4428대가 판매돼 전년 동월 대비 226.8%가 증가했다. 말리부는 지난달 뒷좌석 열선 시트, 브링고 내비게이션 등의 사양을 추가한 상품성 강화 모델의 판매를 시작했다. 판매 개시를 기점으로 생산을 대폭 늘리고 계약 후 출고 대기 기간을 단축하는 등 차량 고객 인도의 속도를 내고 있다. 말리부는 지난 6월 이래 국내 가솔린 중형차 판매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5월 페이스리프트가 된 올 뉴 말리부가 출시된 이후 8월 노조파업으로 잠시 주춤하기는 했으나 9월(3940대)에 이어 10월 모두 판매량이 늘어나며 상승 기류를 타고 있다. 한국지엠은 말리부 공장 생산라인을 재정비해 미출고 물량을 해소하고 계약 후 출고 대기 기간을 한 달 이내로 줄이며 남은 하반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