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비즈토크] 신동빈 체제 '뉴 2인자' 누구? 롯데는 정보 차단 '고육지책'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2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4개월에 걸쳐 진행된 검찰 수사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경영 쇄신안을 발표했다. /문병희 기자

롯데그룹의 총수인 신동빈 회장이 다시 한 번 대국민 사과에 나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해 8월 롯데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형제 다툼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한 바 있습니다. 지난 한 주는 신동빈 회장의 대국민 사과 외에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을 하루 앞두고 열린 삼성그룹 수요사장단 회의, 현대자동차의 신형 그랜저 디자인 공개, 엔씨소프트의 모바일 신작 '리니지 레드나이츠' 출시 발표 등 다양한 경제 이슈가 쏟아졌습니다.

경제는 먹고사는 일과 관련된 분야입니다. 한 나라의 경제가 발전하면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지요. [TF비즈토크]는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경제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모여 한 주간의 흥미로운 취재 뒷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코너입니다. 우리 경제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을 들여다보기 위해 현장을 누비고 있는 <더팩트> 성강현·최승진·장병문·서재근·황원영·권오철·이성노·이성락·서민지 기자가 나섰습니다. 지난 한 주간 미처 기사에 담지 못했던 경제 취재 뒷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 | 권오철 기자] 국내 재계 서열 5위의 롯데그룹 총수인 신동빈 회장이 지난 25일 대국민 사과를 했습니다. 지난 6월부터 약 4개월 동안 롯데그룹을 수사한 검찰이 롯데그룹에 대한 수사를 종료한다고 밝힌 지난 19일 이후 일주일 만입니다. 신동빈 회장은 준법경영위원회 신설과 호텔롯데 상장 등 롯데그룹의 경영쇄신안을 내놓았습니다. 취재진의 또 다른 관심은 '신동빈의 새로운 2인자는 누구인가?'에 쏠렸지만 롯데 측은 철저한 준비로 이 부분에 대한 실마리를 남기지 않았습니다. 이날 사과와 함께 발표한 경영쇄신안에는 "롯데를 더 좋은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신동빈 회장의 의지가 담겨 있었습니다. 당시 현장 상황은 어땠을까요?

신동빈 회장의 오른쪽으로 소진세 사장, 허수영 사장, 황각규 사장, 표현명 사장, 김재화 사장, 강현구 사장이 서 있다(사진 위). 신 회장의 왼쪽으로 채정병 사장, 이재혁 사장, 김치현 사장, 이원준 사장, 송용덕 사장, 김용수 사장이 순서대로 서 있다.

◆ 신동빈 대국민 사과, '뉴 2인자' 부각 우려에 사장단 배치도까지 배포

-검찰로부터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아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했습니다. 주요 포털 검색어에 '신동빈 대국민 사과'가 오를 정도로 국민의 관심이 높은 사안이었죠?

-지난 25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대국민 사과 현장은 그야말로 국내외 취재진들로 인해 인산인해였습니다. 게다가 수십 대에 이르는 카메라에 가려 신동빈 회장의 얼굴조차 보지 못한 취재 기자들도 있었습니다. 저 역시 수많은 기자들에 치여 신동빈 회장과 사장단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나중에 영상으로 봤어요.

-그만큼 이슈 중심에 서 있다고 볼 수 있겠는데요, 사안이 사안인 만큼 이날 사장단과 부사장단 23명이 모두 함께 나왔죠?

-네. 사장단과 부사장단은 롯데그룹 측에서 미리 짜놓은 위치에 따라 단순 서열(연차)순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보통 최측근이 수장 근처에 있기 마련인데요? 롯데그룹이 미리 위치를 짰다는 것입니까?

-그렇죠. 보통 최측근을 수장 오른쪽·왼쪽에 서게 하지만 이날은 달랐습니다. 롯데그룹은 기자회견 이전에 사장단·부사장단 배치도를 미리 만들어 취재진에게 배포했습니다. 시나리오를 짰다는 얘깁니다.

롯데그룹은 다른 해석의 여지를 남기지 않기 위해 사장단의 자리를 연차순으로 배정했다. 위 이미지는 롯데가 사전에 취재진에 배포한 배치도. /롯데그룹 제공

수사 과정에서 신동빈 회장의 오른팔로 알려진 이인원 부회장이 숨졌고, 그 빈자리를 지켜보는 눈이 많다보니 괜한 오해를 사지 않으려는 롯데그룹의 전략이자 고육지책(?)이었죠. 신동빈 회장의 사과문 내용보다 새로운 2인자에 쏟아질 관심을 차단하기 위해 노력했던 것이 엿보였습니다. 사장단과 부사장단은 단상에 올랐을 때나 신동빈 회장이 향후 그룹 경영방안을 발표할 때도 정확히 서열순으로 서 있었습니다.

-신경을 많이 썼군요. 그러고 보니 신동빈 회장의 한국어 실력은 어땠나요? 그간 다소 논란이 됐었잖아요.

-그렇죠. 과거 한차례 논란이 된 이후 신동빈 회장의 한국어 실력이 크게 늘었다고 알려졌는데 기자회견에서는 다소 알아듣기 힘들었습니다.

-흠. 역시 실력이 늘지 않은 건가요?

-그렇기 보다는 신동빈 회장이 긴 내용의 대본을 보고 읽다보니 발음에 신경을 쓰지 못한 것 같습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이 수많은 기자들 앞에서 다소 부끄러움을 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평소에는 훨씬 한국말을 잘 한다고 강조하더군요. 하지만 현장 기자들은 신동빈 회장의 한국말 솜씨에 대해 여전히 부족하다는 반응 일색이었습니다.

-신동빈 회장이 발표한 6대 혁신안은 무엇인가요?

-우선 회장 직속 상설 조직인 준법경영위원회를 신설하고 질적 성장 중심으로 경영 패러다임을 전환한다고 했습니다. 정책본부도 축소개편하고 호텔롯데도 상장해 지배구조 개선에 힘을 씁니다. 또한 향후 5년간 40조 원을 투자하고 7만 명을 신규 고용하겠다고 했습니다.

이재용 부회장의 등기 이사 선임을 하루 앞두고 삼성그룹 수요 사장단회의가 지난 26일 열렸다. 이날 갤럭시노트7 사태와 관련, 핵심 경영라인에 있는 고동진(사진) 무선사업부장(사장)은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더팩트DB

◆ '왔어? 안 왔어?' 신출귀몰 고동진 사장 어디에?

-새롭게 열리는 '이재용 시대'를 앞두고 삼성그룹 수요 사장단회의가 지난 26일 열렸지요. 이날 최대 관심사는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와 관련, 핵심 경영라인에 있는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의 참석 여부였습니다.

-네. 이재용 부회장의 회사 등기이사 선임을 결정짓는 임시주총을 하루 앞둔 날인 만큼 고동진 사장도 사장단회의에 참석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습니다.

<더팩트> 취재진은 오전 일찍부터 서초동 사옥을 찾았습니다. 회의 시작 전부터, 회의가 끝난 시각까지 한참을 기다렸지만 고동진 사장의 모습은 볼 수 없었습니다.

고동진 사장은 지난 8월 미국 현지에서 '갤럭시노트7' 론칭행사를 시작으로 제품 홍보·마케팅 활동을 진두지휘한 인물입니다. 삼선전자 IT모바일(IM) 사업부문의 얼굴이라 불리는 인물인데요. 갤럭시노트7 판매 중단 발표 하루 뒤에 열린 지난 12일과 그 다음 주인 19일, 그리고 26일까지 3주 연속 수요 사장단 회의에 불참했습니다.

고동진 사장이 마지막으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비춘 것은 '갤럭시노트7' 배터리 발화 논란으로 자발적 리콜을 발표한 지난 9월 2일입니다.

-그런데 26일 오후 한 언론사에서 고동진 무선사업부장의 수요사장단회의 참석했다는 보도가 나왔는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고동진 사장을 비롯해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와 관련 주요 책임자인 신종균 모바일 총괄사장, 배터리 사업을 주관하는 조남성 삼성SDI 사장의 불참 소식을 알렸던 저로서는 심장을 쪼그라들게 하는 기사였습니다.

고동진 사장은 수요사장단회의가 끝나고 사옥 로비에 나타났다는 보도였습니다. 지난 9월 2일 긴급 기자회견 이후 두 달 여만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것입니다. 제가 눈으로 보고 들은 사실을 기사에 옮겼으나 '2% 부족한 취재를 했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후 부랴부랴 삼성 관계자들에게 연락해 사실관계 파악에 나섰습니다.

-삼성그룹 측에선 뭐라고 하던가요?

-삼성 측에 따르면 고동진 사장은 이날 수요 사장단회의가 끝나고 1시간이 훌쩍 지난 오전 10시쯤 개인적인 업무로 사옥을 찾았다고 합니다. 사옥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맞지만 사장단회의 참석 여부는 알 수 없다고 합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수요 사장단회의에 누가 불참했는지 여부는 내부에서도 알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설명했습니다.

고동진 사장의 수요 사장단회의 참석 여부를 두고 매체들이 서로 다른 결과를 보도했습니다. 그룹 관계자 역시 속 시원히 대답을 못 했습니다. 하지만 삼성 관계자가 "개인적인 업무로 사옥을 찾았다고 합니다"라고 한 말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고동진 사장이 사옥에 나타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사장단회의가 '개인적인 업무'는 아니겠죠?

현대자동차가 오는 11월 2일부터 신형 그랜저의 사전 계약에 나선다. 사진은 신형 그랜저의 모습. /현대자동차 제공

◆ '베일 벗은' 신형 그랜저, 임원급 이상 PT 준비 맹연습

-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의 6세대 '그랜저'가 드디어 디자인을 공개했네요.

- 지난 25일이었죠. 현대차가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신형 그랜저' 프리뷰행사를 진행했습니다. '프리뷰 행사'라는 말이 다소 생소하실 텐데요. 완성차 업체가 신차 출시 전에 출입기자단에 디자인과 제원, 마케팅 전략 등을 선 공개하는 행사로 사실상 '마지막 점검'이라고 할 수 있죠.

- '프리뷰 행사'와 일반 신차 발표회와 차이점이 있나요?

- 물론입니다. 사실 일반 경차나 소형 모델의 경우 통상적으로 별도의 '프리뷰 행사'를 진행하지 않는 것이 보통입니다. 주력 모델 또는 제조사를 대표하는 준대형급 이상 모델에 한해 시행하죠.

일반적인 '신차 발표회'와 달리 '프리뷰 행사'에서는 취재진에 대한 사전 검열도 철저하게 이뤄지는데요. 출입자 명단과 일일이 대조하는 것은 물론 기자가 소지한 스마트폰, 노트북 등 영상 및 사진 촬영이 가능한 모든 IT 기기에 렌즈 가림 스티커를 부착하죠.

- 이렇게 까지 철저하게 사전 검열에 나서는 이유가 있나요?

- '프리뷰 행사'에 전시되는 차량은 엔진을 비롯한 차량 파워트레인 부분은 준비가 끝났다 하더라도 실내외 디자인은 100% 확정이 된 상태가 아닙니다. 이번 '신형 그랜저' 역시 마찬가진데요. 회사 측에서는 "실제 출고 때 디자인 일부가 변동될 수도 있다"고 공지하죠. 행사 취지 자체가 대중에 공개하기 전 전문가들의 견해를 듣고 보완점을 찾는다는 데 있다는 뜻이죠.

- 그럼 이번 '신형 그랜저'에 대한 반응은 어땠나요?

- 사실 자동차 디자인의 경우 기자들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갈리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마다 평가를 내리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인데요. 그래도 이번 새 모델에 대한 평가는 대체적으로 '무난하다'는 쪽에 무게가 실렸습니다.

일부 모델의 경우 파격적인 디자인 탓에 출시 전부터 혹평에 시달리는 경우도 있죠. 그러나 이번 '신형 그랜저'의 경우 현대차의 시그니처 모델의 명성에 걸맞게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잘 살렸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습니다. 물론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의 평가겠지만요.

- 현대차에 이번 '신형 그랜저'가 가진 의미는 특별할 수밖에 없을 텐데요. 회사 측 반응은 어땠나요?

- 현대차에 있어 올 한해는 유독 힘겨운 시기였을 텐데요. 노조 파업에 엔진 결함 의혹까지 잇단 악재에 실적까지 뒷걸음질 쳤으니까요. 때문에 이번 '신형 그랜저'의 흥행은 반드시 이뤄내야 할 필수 과제죠.

이런 위기의식은 이번 행사에서도 고스란히 느껴졌는데요. 행사를 주관한 정락 현대기아차 총괄PM담당 부사장을 비롯해 프레젠테이션(PT)에 나선 인사들은 그 어느때보다 신중한 태도로 제품의 특장점을 소개했습니다.

애플과 삼성전자와 같은 IT업계에서는 신제품 출시 PT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지만, 국내 완성차 업계의 경우 PT문화가 아직 보편화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죠. 현대차의 경우 럭셔리 브랜드 제네시스 브랜드 론칭 당시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제품 설명에 나서 눈길을 끌었는데요.

이번 행사에서 정의선 부회장이 참석하지는 않았지만, 회사 관계자들에 따르면 신제품 홍보와 관련 있는 임원급 이상 고위급 직원들 모두가 '프리뷰 행사'에 앞서 철저한 사전 연습에 나서는 등 마케팅에 총력을 기울이는 분위기라고 합니다.

아무쪼록 현대차가 5년여 만에 내놓은 '신형 그랜저'가 현대차의 구세주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엔씨소프트가 27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역점에서 리니지 레드나이츠 쇼케이스를 개최한 가운데 참가자들이 게임을 즐기고 있다. /남윤호 기자

◆ 손바닥 세상에 나온 '리니지', 엔씨소프트 모바일게임 출사표

-마지막으로 게임업계의 이야기를 들어봅시다. 모바일게임 시장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죠. 이런 가운데 엔씨소프트가 자사 대표 지적재산권(IP)인 '리니지'를 모바일게임으로 선보인다고 해서 화제라고요?

-그렇습니다. 엔씨소프트는 27일 서울 용산 CGV에서 열린 미디어 쇼케이스를 통해 모바일 신작 '리니지 레드나이츠'를 오는 12월 8일 출시한다고 밝혔습니다. 18년간 서비스해 온 ‘리니지’를 귀여운 캐릭터 등을 앞세운 대중적인 방식으로 재해석한 게임입니다.

-엔씨소프트가 드디어 모바일 시장 대응에 나서게 됐군요?

-'리니지 레드나이츠'는 엔씨소프트가 모바일게임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해나가는 시발점으로 평가됩니다. 그간 몇몇 관련 사업을 진행했지만 '리니지'에 비하면 그 비중이 낮아 모바일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준비 단계로 여겨졌습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이 회사 심승보 상무는 엔씨소프트다운 게임으로 승부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삼성전자와 협력한 '스마트커버'는 무엇입니까?

-근거리무선통신(NFC) 기능을 지원하는 삼성전자 최신 스마트폰에 전용 휴대전화 케이스를 씌우면 '리니지 레드나이츠'로 바로 이동할 수 있는 장치입니다. 이날 삼성전자 최신 스마트폰인 '갤럭시S7'으로 직접 체험해봤는데요. '스마트커버'를 씌우자마자 잠금 화면이 '리니지 레드나이츠'로 바뀌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게임 외에 관련 페이스북과 커뮤니티로도 이동할 수 있었습니다.

-'리니지 레드나이츠'를 시작으로 어떤 모바일게임들이 출시됩니까?

-내년 1분기를 기준으로 '파이널 블레이드' '블레이드앤소울: 정령의반지', '리니지M' 등이 계속해서 등장할 예정입니다. 엔씨소프트는 이날 비밀리에 개발하던 '프로젝트 오르카'를 처음 공개했는데요. 모바일게임의 새로운 패러다임 제시를 목표로 수준 높은 그래픽 등이 눈에 띄는 작품입니다. 이날 공개된 영상에선 의문의 소녀가 잠들어 있던 커다란 검을 깨우는 내용이 전해졌습니다. 깨어난 검의 모습은 높고 큰 산과도 흡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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