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서재근 기자] 임금인상안을 두고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던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 노사가 27번째 교섭에서 극적으로 2차 잠정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하면서 하루 앞으로 다가온 조합원 찬반투표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음 달 기업 실적 반등의 열쇠로 꼽히는 '신형 그랜저' 출시를 앞두고 있지만, 지난달 1차 잠정합의안 도출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역시 조합원들이 과반 이상의 반대표를 던질 경우 노사 간 갈등이 해를 넘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13일 현대차에 따르면 다음 날인 14일 회사 노조는 4만9000여 명에 달하는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임금협상 2차 잠정합의한 찬반투표를 시행한다. 올해 임금교섭을 마무리 짓기 위해서는 이번 찬반투표에서 과반수 이상의 찬성표를 얻어야 한다.
현대차 측은 "회사 위기 상황에 대해 노사 모두가 공감하고 있는 만큼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는 견해를 밝히면서도 노조 측의 분위기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현대차 관계자는 "1차 잠정합의안 찬반투표 이후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경영환경이 지속하면서 노조 내부에서도 파업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라며 "특히, 이번 2차 협상에서는 미국발 리콜 사태와 울산 지역에 불어닥친 태풍 피해 등으로 회사 안팎에 산재한 위기 상황에 대한 공감대가 확고하게 형성됐다는 점에서 지난달 협상 때와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고 말했다.
노조원들의 선택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파업에 따른 경제적 손실도 한 몫을 차지했지만, 출시 일정을 저울질하고 있는 '신형 그랜저'와도 무관하지 않다.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판매량이 뒷걸음질 치고있는 상황에서 실적 반등의 '구심체' 역할을 해야 하는 '신형 그랜저'의 생산에도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월부터 9월까지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한 자동차 수는 모두 562만191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 가까이 줄었다. 영업이익률 역시 지난 2013년 9.5%를 기록하며 한 자리수대로 떨어진 이후 올 상반기에는 6.6%를 기록하는 등 5년 만에 절반 수준까지 내려갔다. 특히, 현대차의 경우 지난달 수출과 내수 모두에서 20%대의 감소율을 보였다.
미국발 엔진결함 이슈 후폭풍도 거세다. 현대차는 전날 '쎄타2', '2.4 GDi', '2.0 터보 GDi' 엔진을 장착한 차량(26만9240대)의 엔진 보증기간을 10년 19만㎞로 연장하고, 보증기간이 만료돼 유상으로 수리한 고객에게는 수리비와 렌트비, 견인비 등을 전액 보상한다고 밝혔다.
지난 10일 현대차는 미국에서 생산·판매된 2011~2012년형 '쏘나타'에 대해 미국 소비자들이 제기한 세타 엔진 결함 소송과 관련해 결함을 인정하고 수리비용 전액을 보상하기로 했다고 발표한 지 이틀 만이다. 국내에서 생산된 차량에는 문제가 없다는 견해를 고수해 왔지만, '역차별' 논란이 거세지자 서둘러 특단의 조치를 내린 것이다. 보상 정책에 따른 경제적 비용에 노조 파업에 따른 손실분을 더하면 올 하반기 실적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업계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한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이번 2차 합의안마저 부결된다면 하반기 최대 기대주로 꼽히는 '신형 그랜저'의 생산 차질은 물론 현대차가 구상한 전반의 사업계획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노조원 찬반 투표는 현대차의 실적 반등의 분수령이 될 수밖에 없다"라며 "이미 현대차는 올해 글로벌 시장 판매량 목표를 813만 대로 하향 조정했지만,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목표 달성 실패는 물론 정몽구 회장이 직접 청사진을 제시한 고급차와 친환경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축으로 한 장기 개발 프로젝트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앞서 현대차 노사는 전날 울산공장 아반떼룸에서 진행된 27차 본교섭에서 기본급 7만2000원 인상(기존 개인연금 1만 원 기본급 전환 포함), 성과급 및 격려금 350%+330만 원, 전통시장 상품권 50만 원, 주식 10주 지급 등에 2차 잠정합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