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박대웅 기자] "화학용품을 안 쓰자니 번거롭고, 쓰자니 불안하다. 그래도 아이를 위해 내 한 몸 더 움직이겠다."
인천에 사는 주부 김모(33)씨는 화학용품 공포에 시달리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가습기살균제 원료인 CMIT·MIT(메칠클로로이소치아졸리논·메칠이소치아졸리논) 성분이 함유된 화장품과 물티슈 등 생활용품이 유명 화장품 메이커 등에 포함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생활 화학용품 사용을 꺼리는 일명 '케미포비아'가 확산되고 있다.
일상에서 사용하는 화학용품은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주방용과 욕실용으로 분류된 세탁세제부터 표백제, 제습제, 탈취제, 세정제, 섬유유연제, 물티슈, 장난감, 향수, 식기 등등 박스 하나가 금세 넘쳐날 정도로 생활 화학용품은 우리 생활 깊숙하게 침투해 있다.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야할 것은 화학물질 자체는 문제가 없다는 점이다. 공기, 물, 흙 등 세상의 모든 물질은 원소로 구성돼 있고, 원소는 화학물질이다. 심지어 우리가 매일 먹는 단백질도 화학식으로 표시할 수 있는 화학물질이다.
문제는 인공적으로 만든 합성화학물질에서 발생한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 이후 다시금 불거진 치약 및 화장품, 물티슈 등에 포함된 유해물질을 두고 업체는 '기준치 이하이므로 안전하다'는 해명을 내놨다. 그래도 불안이 고조되자 7일 화장품에 CMIT·MIT 성분이 함류된 원료를 사용해 지탄을 받았던 아모레퍼시픽, 애경, 코리아나화장품은 해당 원료 자체를 영구적으로 퇴출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기준치 이하이기에 정말 괜찮은걸까?', '다른 원료를 사용하면 문제 없는걸까?' 등등 소비자 불안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되는 게 현실이더. 여기에 무턱대고 생활 화학제품을 안 쓸수 없는 것도 현실적 고민이다. 생활 화학제품을 어떻게 사용해야할까. 임종한 인하대 의대 교수는 저서 '아이 몸에 독이 쌓이고 있다'에서 '어쩔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더라도 가능한 화학제품을 적게 사용하라'고 권하고 있다.
물티슈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입이나 생식기 등 흡수가 용이한 피부조직에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또 임 교수는 이 책에서 합성세제 대신 베이킹소다와 구연산, 과탄산소다 같은 '친환경세제'를 사용할 것을 권하고 있으며 섬유유연제 대신 식초가 좋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표백제를 대신해 물 1리터에 소금 2스푼을, 묵은 때에는 베이킹소다와 식초 사용을 권하고 있다.
탈취제나 방향제 등 감각의 착오를 일으키는 '교란제품'의 경우 실내공기를 자주 환기하는 방법이 좋다. 특히 방향제에서 향을 용해하거나 오래 지속하는 역할을 하는 프탈레이트는 내분비계 교란물질로 아이의 발달 장애와 성호르몬 장애를 유발할 수 있으며 심할 경우 불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때문에 차량 등 밀폐되고 좁은 공간에서의 사용은 위험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의 조언이다. 황사나 미세먼지 등으로 환기가 여의치 않은 경우에도 자주 창문을 열어주는 게 좋다. 가급적 맞바람이 불도록 마주보고 창을 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