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박대웅 기자] "신규 서울 시내 면세점 입찰을 포기합니다."
두산그룹이 4일 마감된 서울 시내 추가 면세 특허에 최종적으로 입찰하지 않았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5일 "기존 서울 동대문에 있는 두타면세점에 좀 더 집중하기 위해 신규 면세점 특허에 도전하지 않기로 했다"며 "내부적으로 다양한 검토를 한 결과 신규 특허 포기로 가닥을 잡았다"고 밝혔다.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면세점 시장에서 신규 특허 획득보다는 내실 다지기에 방점을 찍은 결정이다. 하지만 두산의 이런 결정을 두고 '승자의 저주'에 빠진 게 아니냐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두산이 지난해 처음으로 면세사업권을 획득한 뒤 국내 첫 심야면세점으로 차별화를 시도했지만, 실적 부진 등 승자의 저주에 빠진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두산그룹 관계자와 관련 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두타면세점의 일일 매출은 약 5억 원 정도로 추산된다. 이는 지난해 신규 허가를 받은 서울시내 면세점 중 가장 적은 수준이다.
지난달 2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세청으로부터 넘겨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신규 면세점 5곳 중 상반기 두타면세점의 매출은 104억 원, 영업적자는 160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관광객 감소 등의 영향으로 신규 면세점 모두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다. 이 중 두산은 153.8%로 가장 큰 폭으로 마이너스 성장했다.
다만 지난 5월20일 가개장하고 지난 10월 정식개장한 두타면세점의 경우 상반기 영업일수가 한 달여에 불과한 점은 고려 대상이다. 그럼에도 비슷한 시기 개장한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이 매출 218억 원보다 적은 규모다. 또한 신규 면세점 중 가장 많은 매출을 기록핸 HDC신라의 1231억 원에도 크게 못 미친다.
그럼에도 두산그룹은 두타면세점에 집중하며 앞으로 실적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개점 당시 입점률이 60% 수준이었지만 7~8월 들어 대부분의 브랜드가 입점했고, 최근 선글라스 등 특화매장이 조성되면서 방문객이 늘고 있다"면서 "앞으로 점차 좋아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최근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는 방한 중국인 관광객은 두타면세점으로서는 호재다. 5일 문화체육관광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까지 모두 1148만명의 외국인이 한국을 방문했고, 이중 중국인 관광객은 561만명이다. 또한 중국인 관광객은 지난달 한달동안 61만명이 한국을 찾았다. 이는 2014년 같은 기간보다 12% 증가한 수치다. 문체부는 중국 최대 명절인 국경절 연휴(10월1~7일)기간동안 이런 증가세는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두타면세점은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의 장남 박서원 두산 유통담당 전무 주도 아래 새벽에 불야성을 이루는 동대문 상권과 시너지를 내며 국내 첫 심야면세점을 도입했다. 서울 동대문은 외국인 관광객이 쇼핑을 위해 찾는 대표 상권으로 두타몰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등 주변 상권은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또한 신규로 추가되는 면세점이 대부분 강남권에 자리하는 점은 과열경쟁 우려에서 벗어나 안도의 한숨을 쉬는 대목이다.
5일 남옥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번 신규 면세점 입찰에 따른 기존 면세점의 피해는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기존 면세점은 사업을 안정화하고 경쟁력을 키우는데 충분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신규면세점 대부분이 강남 지역에 몰려 있어 강북에 있는 기존 면세점과 상권이 달라 경쟁이 심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신규면세점은 2018년부터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한다.
지난 4일 마감된 서울 시내 신규 면세점 특허 신청에 모두 5곳이 도전했다. 이 중 3곳만 신규 면세 특허를 획득한다. 이 중 롯데면세점, 현대백화점, HDC신라면세점, 신세계DF는 모두 서울 강남권에 입점 의사를 밝혔다.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특허권을 상실한 서울 잠실의 월드타워점을 내세웠고, 현대백화점은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를, HDC신라면세점은 서울 삼성동 아이파크 타워를 부지로 낙점했다. 신세계DF 또한 서울 반포동 센트럴시티 중앙부에 신규면세점을 조성한다. SK네트웍스만 지난해 특허권을 잃은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로 특허 재도전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