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권오철 기자] 포스코그룹의 건설계열사인 포스코엔지니어링이 4일 비정규직 직원 포함 1200여 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 등 대규모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가운데 포스코엔지니어링 내부에서는 직원들의 원망의 목소리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이와 관련 최근 SNS에는 포스코엔지니어링 직원 A씨의 글이 올라와 주목을 받았다.
해당 글은 "포스코엔지니어링 없어진다"라고 시작한다. 이어 "1000명 중 600명이 해고된다"라며 "남은 인원은 포스코건설로 흡수 합병되거나 팔아버린다고 한다"라고 회사의 구조조정 상황을 알리고 있다. 글에 따르면 A씨는 포스코엔지니어링의 전신인 대우엔지니어링 때부터 근무한 것으로 파악된다. 포스코엔지니어링은 지난 2008년 포스코건설 계열사로 편입됐다.
A씨는 회사가 대우엔지니어링이던 시절에 대해 "그 시절이 좋았다"면서 "업계에서는 좋은 회사로 소문났고, 꾸준히 이익이 났고, 우리가 직접 지은 사옥에서 충당금도 1000억씩 쌓아놓고 지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A씨는 "포스코에 인수되고부터 모든 것이 바뀌었다"면서 경영진의 무리한 경영 상황을 지적했다.
A씨는 "엔지니어링 회사를 갑자기 중견 건설사로 취급하면서 삼성엔지니어링, 현대엔지니어링 같은 종합 EPC사로 성장하라고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EPC는 설계, 조달, 시공 등을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형태다. 이어 A씨는 "대한민국 최고 수준의 설계 역량을 지닌 엔니지어들이 시공 현장으로 나가서 하나 둘 전사했다"면서 "(경영진의) 회사의 업종도 이해 못 하는 깡패 같은 경영으로 회사가 망가졌다"고 주장했다.
A씨는 "제일 중요하고 억울하고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건, 이런 우리 회사를 버리는 포스코의 결정"이라며 "인수과정부터 의심스러운 플랜텍에는 3600억씩 쏟아부었으면서 우리는 경영상태 안 좋아졌다고 회사의 절반을 쳐내나"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포스코는 2010년 해양플랜트 모듈 제작업체인 성진지오텍을 인수, 2013년 이를 포스코플랜텍과 합병하면서 사명을 포스코플랜텍으로 변경했다.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은 부도 직전의 성진지오텍을 인수하는 데 1600억 원을 들였다. 이후 포스코플랜텍 유상증자에 정 전 회장이 700억 원,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2900억 원 등 총 3600억 원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포스코플랜텍은 잇따른 대규모 적자 끝에 자본 전액 잠식으로 상장폐지, 정리매매됐다.
지난해 적자를 기록한 포스코엔지니어링은 올해 상반기 실적은 반등했다. 매출은 488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 늘고 영업이익은 92억 원으로 지난해 153억 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에 비해 흑자 전환을 이뤘다. 다만 부채는 지난해 상반기 5575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6132억 원으로 늘었다. A씨는 포스코엔지니어링에 대해 "지금이라도 회사의 특성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는 경영을 하면 얼마든지 위기 극복하고 성장할 수 있는 저력을 갖춘 회사다"고 설명했다.
A씨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선택한 경영진에 대해 "아마도 가장 높은 지엄하신 분 재선임 때문에 시간에 쫓겨서 가장 손쉽고 간편한 방법을 찾았을 것"이라고 일침했다. 끝으로 A씨는 "포스코를 사무치게 원망한다. 피눈물이 난다"라며 "우리는 이렇게 사라지지만 국민기업 포스코, 지켜보겠다"고 글을 맺었다.
아래는 A씨의 글 전문이다.
포스코엔지니어링 없어집니다. 1000명 중 600명이 해고되네요. 남은 인원은 포건으로 흡수 합병되거나 팔아버린다네요. 공교롭게도 회사의 만 40번째 생일인 10월 4일부터 희망퇴직 접수한다죠.
참담합니다. 돌이켜보면 대우엔지니어링 시절이 좋았네요. 수내동에서 근무하던 시절이 너무너무 그립워요. 유명하고 화려한 회사는 아니였지만 우리끼리 오손도손 잘 먹고 잘 살고 있었죠. 업계에서는 좋은 회사로 소문났고, 꾸준히 이익이 났고, 우리가 직접 지은 우리 사옥에서 충당금도 1000억씩 쌓아놓고 지냈죠.
포스코에 인수되고 부터 모든 것이 바뀌었습니다. 잦은 감사로 줄줄이 징계를 내리고, 무리한 경영을 시작했어요. 엔지니어링 회사를 갑자기 중견건설사로 취급하면서 삼엔, 현엔같은 종합 EPC 사로 성장하라고 강요했죠. 도대체 왜 우리회사를 인수한건지 부터 이해가 안 됐어요.
이건 뭐, 누가 포스코 인수해서 삼성처럼 스마트폰 만들라고 하는 꼴이었죠. 같은 제조업인데 그거 하나 못만드냐. 비전 2020 세워서 5년 안에 삼성, 애플 따라 잡아라고 합니다. 갑자기 직원 수백 명씩 뽑아대고 제철소 옆에 반도체 라인 설치하는 거죠.
위대하신 포스코 The Great 님들이라면 해낼수 있을지도 모르겠는데요, 저희는 못했어요. 대한민국 최고 수준의 설계역량 지닌 엔지니어들이 시공 현장으로 나가서 하나 둘 전사했습니다. 징계 먹고 쫓겨나고, 스스로 못견디고 뛰쳐나가고, 타사에서 기회를 노리고 스카웃 해갔죠. 회사의 업종도 이해 못하는 깡패같은 경영으로 회사가 망가졌습니다.
포스코 너님들은 참 쉽게 돈 버셨죠. 위안부 할머니들 피눈물 섞인 보상금으로 세워진 공기업이고, 독점으로 땅 짚고 헤엄치지 않으셨나요. 세상에 무서울게 없으니 갑의식도 하늘을 찌르죠. 신문기사에 갑의식 혁신 카운슬 뭐 이런거 보면 웃기지도 않아요. 지들도 뭔가 고쳐야되나 싶은데 어케 하는지는 모르겠고, 앉아서 그런거 하는거죠.
우리회사는, 그리고 몇몇 패밀리 사들은, 그냥 포스코 너님들 자리보존용에 불과했네요. 매년 인사철마다 꼬박꼬박 어디서 이런 함량 미달들을 잘도 골라서 보내는지 놀라울 따름이에요. 다들 오면 우리 직원들 역량 탓만 하대요. 그리고는 포스코에서 먼저 왔다간 지 선임들이 만들어 놓은 각종 방식들을 다 쓰레기 취급하면서, 그게 대우엔지니어링 실력이래요. 기도 안차요. 그리고는 또 지맘대로 뜯어고쳐요.
우리 회사 휘청거리기 시작한 인도네시아 프로젝트들 저가 수주한 드래곤 조, 위기경영 상황에 전직원과 임원들 불러 앉혀놓고 ISO 교육한 브레인 조 등등 기라성 같은 CEO와 경영진들 많이 보내주신 덕분에 집에서 푹 쉴수 있는 기회도 갖게 되네요.
제일 중요하고 억울하고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건, 이런 우리회사를 버리는 포스코의 결정입니다. 1000명 중에 600명 이라니. 이게 최선인가요. 사람을 더 살릴수는 없었나요. 인수과정부터 의심스러운 플랜텍에는 3600억씩 쏟아 부었으면서, 우리는 경영상태 안좋아졌다고 회사의 절반을 쳐내요?
한명 한명 가장입니다. 이렇게 쉽게 사람 잘라도 되는건가요. 시간을 두고 매각을 알아보든, 합리적인 선에서 지원을 하든, 지금이라도 회사의 특성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는 경영을 하면 얼마든지 위기 극복하고 성장할 수 있는 저력을 갖춘 회사입니다.
아마도 가장 높은 지엄하신 분 재선임 때문에 시간에 쫓겨서 가장 손쉽고 간편한 방법을 찾으셨겠죠. 이해합니다. 너님들에 본원 경쟁력은 줄서기에 자리보존 이니까요. 그리고 세계에서 그런거 제일 잘해요. 명퇴금 챙겨주는게 어디냐 고마운줄 알아라. 뭐 이런 소리 하고 싶겠죠. 네, 고맙습니다. 아주 고마워 죽어요. 근데요, 너님들 꼭 알아두세요. 세치 혀가 천냥빚 갚는다고 돈 몇 푼보다 중요한 건 진정어린 사과와 책임지는 자세입니다.
포스코 출신 경영지원실장 인재그룹장 보내서 남의 일처럼 직원들 다 잘라놓고, 명퇴금 먹고 떨어져라. 너네들 역량이 부족해서 이렇게 된거다. 모두의 책임이다. 이따위 소리로 물타기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원망합니다. 포스코를 사무치게 원망합니다. 피눈물이 납니다.
우리는 이렇게 사라지지만, 국민기업 포스코, 지켜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