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명재곤 기자]새로운 국회가 구성되면 재계는 으레 국회의원을 초청, 환영리셉션 형태로 소통의 자리를 마련해 왔다. 여야 지도부는 물론 처음 국회에 등원한 초선 의원과 상견례를 하면서 축하와 격려, 현안에 대한 가벼운 의견교환 등을 하는 무대라고 보면 무방하다.
'제20대 국회의원 환영리셉션'이 대한상공회의소 초청으로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등 의원 130여 명이 참석했다. 재계에서는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 정진행 현대차 사장등 250여 명이 의원을 맞았다. 정·재계의 '얼굴'들이 모인 자리라 응원의 덕담이 주로 오고 간 것으로 전해졌다.
"고도성장의 기적을 써 내려온 한국경제는 성숙한 선진경제의 꿈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고 있다. 가보지 않은 낯설고 험한 길이지만 국회와 경제계가 때로는 서로 나침반이 되어 보다 많은 발전을 이루도록 협력해 가길 희망한다."(박용만 회장)
"우리 경제가 나아가는 길에 언제 카펫이 깔린 적이 있었느냐. 늘 힘들고 늘 장애가 있었지만 경제인들이 다 헤쳐왔으니 이번에도 헤쳐갈 수 있다고 확신한다."(이정현 대표)
재계측 인사들은 정·재계의 동반파트너십을 강조했고 정치권도 대체로 일자리창출의 기업 역할론 등을 거론하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고 한다.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가 "경제도 정치처럼 주체들이 참여, 대화하는 게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며 "정의당은 국감에서 보여주기 용도로 기업인들을 모셔서 면박 주는 일은 (하지)않겠다"고 말해 박수를 이끌어낸 게 화제 중 하나였다.
대한상의는 지난달 김종인 더민주 전 비대위 대표 초청강연을 진행했고 이 달 말 전후로 이정현 대표, 추미애 대표, 심상정 대표등과도 소통의 자리를 가질 예정이다. 재계가 정계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을수록 정치와 경제의 공동선을 위한 목소리가 뭉쳐지는 것이고 이는 민생을 위해 바람직한 현상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단지 '보여주기 용도'의 만남이 아니어야 한다는 것이다.
20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가 26일부터 실시된다. 국감은 국정 운영 전반을 들여다보면서 정부 정책에 대한 옳고 그름을 따지는 국회의 큰 책무이다. 정책 감사라는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궁극적으로 민생을 위한 감사가 되어야 한다.
올해 국감은 여소야대(與小野大)지형을 감안할 때 지난 해 보다는 한층 뜨거울 것으로 관측된다. 박근혜 정부의 남은 임기와 내년 대선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상임위원회별로 쟁점들도 적지 않다.
우병우 청와대 만정수석 거취 논란, 고위공직자 비리 수사처 신설여부, 검찰 개혁, 사드 배치, 법인세 인상 공방,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 공영방송 지배구조, 누리과정 예산, 대기업 일감몰아주기 난맥상등 굵직하고 휘발성 강한 '건수'들이 득실하다.
게다가 청와대 비선실세 연루설로 국감정국의 최대 이슈로 급부상한 재단법인 '미르'와 'K스포츠'설립 의혹건은 국민적 관심사로 자리 잡았다. 이미 여야가 각 쟁점 증인 및 참고인 출석을 두고 힘겨루기가 한창이다.
이런 가운데 대기업 총수를 국감장에 세우려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등 재계 대표적 오너 경영인들 상당수를 정치권은 국감 증인으로 채택하려고 한다. 비자금 조성의혹, 산업 구조조정 여파, 경영권 승계 문제, 일감 몰아주기 이슈, 자동차 품질 문제 등을 따지겠다는 것이다.
재계 총수 중 누가 지난해 롯데 신동빈 회장의 전례를 밟아 증인석에 나설 지는 모른다. 사실 개인적으로 총수들 동정에 큰 관심은 없다.
때문에 그냥 국감에 총수의 출석이 필요하다면 적합한 절차 속에 진행하고, 해당 경제인들도 증인선서를 하고 당당히 '국감 소통'을 하면 된다는 게 필자의 소견이다. 한국말 서투르다는 신 회장도 국감관문을 거치면서 당시 그룹의 리더로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도 있지 않은가.
하지만 정치권이 단지 '보여주기 용도'로, 혹은 '숨겨진 의도'를 지니고 특정 총수를 국회에 세우려고 든다면 이는 국회의 권위를 훼손하고 지역구민에게 망신살을 끼치는 자해행위임을 알아야 한다. 단적으로 자동차 품질비교를 위해 최고 경영자를 증인으로 채택하겠다는 것은 어느 누구도 납득하기 어렵다.
시쳇말로 "한국인으로서 한국 기업을 운영한다는 데 한국과 일본이 축구시합을 하면 한국을 응원하느냐"류의 질문을 하기위해 국감을 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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