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포스코, 권오준 회장 비판 시위자 돌연 고소 취하 왜?

22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심우정)는 권오준 포스코 회장 등을 비판한 정민우 포스코 전 ER실 팀장에 대한 포스코의 고소를 각하처분했다. 사진은 권 회장의 모습. /더팩트 DB

[더팩트 | 권오철 기자] '대통령님! 포스코를 살려주세요'라는 피켓을 들고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면서 포스코 권오준 회장의 경영능력을 강하게 비판해 포스코로부터 고소를 당한 정민우 전 포스코 ER실(대외협력실) 팀장이 불기소 각하처분된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검찰이 해당 고소건을 각하한 것은 정 씨에 대한 법적 심판을 강조한 포스코가 돌연 고소를 직접 취소한 것에 따른 결과다.정 씨도 포스코와 일체 합의한 바 없다는 입장인 가운데 포스코 수뇌부가 이 같은 결정을 하게 된 배경에 대한 관심이 모아진다.

그동안 정 씨가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이라고 주장해 오던 포스코가 돌연 고소를 취소하면서 정 씨의 주장에 더욱 힘이 실리게 됐다는 시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 씨는 권오준 회장, 황은연 사장 등 포스코 핵심 경영진들이 능력이 부족하다는 주장을 청와대앞 1인 시위과정에서 펼쳤는데 회사 측에서 고소를 취하했기 때문이다.

이날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심우정)는 정 씨에 대한 포스코의 고소를 각하처분했다. 검찰 관계자는 "해당 고소건은 8월 1일에 접수돼서 8월 4일 각하처분됐다"고 말했다. 수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된 지 3일 만의 각하처분이다. 앞서 포스코는 지난 2월 15일 보도자료를 내고 정 씨에 대해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혐의로 수서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정 씨가 포스코를 상대로 1인 시위를 시작한 지 10일 만에 칼을 빼든 포스코의 대응이었다.

당시 정 씨는 청와대 앞에서 "대통령님! 포스코를 살려주세요"라는 내용을 담은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했다. 아울러 정 씨는 권오준 회장, 황은연 사장 등 포스코 현 경영진의 역량을 비판하며 포스코를 위기에서 구해내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주장했다.

정 씨는 지난 2월 청와대 앞에서 대통령님! 포스코를 살려주세요라는 내용을 담은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했다. 아울러 정 씨는 권오준 회장, 황은연 사장 등 포스코 현 경영진의 역량을 비판하며 포스코를 위기에서 구해내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주장했다. /권오철 기자

정 씨는 "포스코가 지난해 47년 만에 첫 적자를 낸 상황에서 위기를 타개해야 할 권오준 회장, 황은영 사장 등 주요 포스코 경영진은 무능하고 개인 영욕에만 정신이 팔렸다"면서 "포스코의 핵심 경영진들은 대부분 비리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거나 비리에 협조해 줄서기를 잘한 사람들"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아울러 정 씨는 권 회장에 대해서 포스코 비리로 검찰의 수사를 받은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과 '한 몸'이라며 긴밀한 관계성을 주장했다. 황 사장에 대해서는 "차기 포스코 회장직을 노리고 있다"면서 "정권의 실세에 힘입어 포스코 임원인사를 주도했다"고 주장해 포스코의 정권유착설이 재차 불거지기도 했다.

포스코는 이러한 정 씨의 행위를 '해사행위'로 규정하고 대대적인 법적 심판을 천명했다. 실제로 정 씨는 지난 4월부터 경찰에 출석해 수차례 조사를 받았다. 정 씨에 따르면 조사 내용은 주로 권 회장과 황 사장에 대한 비방 내용이었다고 한다. 경찰은 두 경영진을 비방한 것에 대한 근거 자료가 정 씨에게 있느냐에 대해 집중 수사한 것이다.

수서경찰서 관계자는 "정 씨에 대한 경찰 조사를 마무리하고 8월초 검찰로 송치했다"고 말했다.

<더팩트>가 입수한 해당 고소건 불기소결정서에 따르면 포스코가 정 씨를 고소한 죄명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명예훼손) ▲업무방해 ▲협박 등이다. /권오철 기자

경찰의 조사가 마무리 되자 정 씨는 이후 이어질 검찰 조사를 기다고 있던 중 최근 검찰로부터 불기소 각하 소식을 듣게 됐다고 한다. 정 씨는 "포스코와 어떤 합의도 없었다"면서 "포스코가 어떤 의도로 고소를 취소했는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더팩트>가 입수한 해당 고소건 불기소결정서에 따르면 포스코가 정 씨를 고소한 혐의 내용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명예훼손) ▲업무방해 ▲협박 등이다

포스코가 밝힌 명예훼손, 업무방해 외에 협박건이 추가돼 있었다. 명예훼손과 업무방해의 고소인은 포스코 회사이며 협박건에 대한 고소인은 포스코 직원 A씨다. 지난 1월 정 씨는 자신에게 내려진 징계(면직)을 놓고 징계 A씨에게 메시지로 불만을 토로했다. A씨는 해당 메시지 내용을 근거로 정 씨를 협박죄로 고소했다. 검찰은 정 씨의 명예훼손과 업무방해에 대해 "고소인이 고소를 취소했다"는 것을 근거로 각각 각하한다고 밝혔다.

협박 건도 각하됐다. 검찰은 협박건에 대해 "본건 메시지 내용은 피의자의 징계절차에 대하여 피해자에게 불만을 토로한 것일 뿐"이라며 "피해자에게 어떠한 외포(두려움)를 일으킬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려워 혐의 없음이 명백하다"고 각하 이유를 설명했다.

검찰은 정 씨의 명예훼손과 업무방해에 대해 고소인이 고소를 취소했다는 것을 근거로 각하한다고 밝혔다. 협박건도 무혐의로 각하처분됐다. /권오철 기자

포스코 관계자들은 해당 고소건에 대해 포스코가 직접 고소를 취소한 사실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 한 포스코 임원은 해당 고소건에 대해 묻는 질문에 "아직 수사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른 포스코 관계자 역시 포스코가 고소를 취소한 사실에 대해 "확인이 안 된다"고 말했다.

해당 고소에 대한 포스코의 취소 결정은 포스코 내에서도 극소수만 아는 것으로 보인다. 정 씨가 비판한 경영진 중 한 사람인 황 사장도 해당 고소의 진행 상황에 대해 모른다는 입장을 취했다. 황 사장은 해당 고소에 대한 질문에 "전화를 끊으라"는 말을 반복하면서 "(고소건 진행 상황에 대해)잘 모르기도 하지만 나에게 질문하는 것 자체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한 재계 관계자는 "포스코의 이 같은 고소는 권 회장의 재가를 통해 이뤄졌을 것"이라면서 "고소 취소 역시 권 회장이 결정 하에 진행됐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한 재계 관계자는 "포스코와 정 씨의 법적 공방을 통해 포스코를 둘러싼 각종 의혹들이 해소가 되길 기대했는데 고소 취소로 결과론적으로 지금은 포스코가 정 씨의 주장을 사실로 받아들인 꼴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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