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턴트 카레’ 대중화 등 한국 식품업계에 수많은 최초 기록 만든 주인공
[더팩트ㅣ변동진 기자] 오뚜기 창업주 함태호(86) 명예회장이 지난 12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6세.
13일 오뚜기에 따르면 고인의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발인은 16일이다. 유족으론 장남인 함영준 회장을 비롯해 장녀 함영림(59) 씨와 차녀 함영혜(55) 씨 등 두 딸과 손자인 함윤식(25) 씨, 뮤지컬배우로 잘 알려진 함연지(24) 씨가 있다.
지난 1930년 함경남도 원산에서 태어난 함태호 명예회장은 경기고, 홍익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지난 1969년 풍림상사를 창업했다.
고인은 한국 식품업계에 이바지하며 수많은 ‘최초’ 기록을 만들어냈다. 풍림상사를 창업한 그해 국내 최초로 ‘인스턴트 카레’ 대중화에 성공했다.
풍림식품공업으로 사명을 바꾼 지난 1971년에는 ‘토마토 케첩’을 내놨다. 이듬해에는 ‘마요네즈’를 국내 처음으로 생산·판매했다. 지난 1973년 오뚜기식품공업에 이어 지난 1980년 오뚜기식품으로 사명을 다시 바꿨다. 지난 1981년 출시된 ‘3분카레’는 국내 최초의 레토르트형 건조식품이다. 이후 3분 요리가 대중화됐다
2단계 고산도 식초 발효공법을 성공시켜 2배 식초, 3배 식초도 개발했으며, 사과식초와 포도식초, 현미식초 등 식초 다양화에도 성공했다. 시식·방문판매 시스템과 움직이는 차량광고를 국내에 처음 도입한 것도 함태호 명예회장의 아이디어로 알려졌다.
“머리를 쓰지 않고 똑같은 방법만 쓰면 그 시점부터 퇴보하고, 모든 경쟁에서 낙오가 된다”, “문제가 있으면 현장에서 문제를 찾아라”는 평소 고인이 강조한 말이다. 오뚜기 관계자들은 “최근까지 금요시식에 직접 참가해 시식 평가를 하고 신제품에 대해 논의하는 등 품질 관리에 정성을 쏟았다”고 고인을 추억했다.
오뚜기는 국내 식품회사 중 가장 많은 1위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생산하는 450여 종의 상품 가운데 카레를 비롯한 케첩, 식초 등 약 20여 종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오뚜기 카레’는 AC닐슨 기준 지난해 국내 시장 점유율 81.6%를 차지하며 47년간 국내 카레 시장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고인의 수많은 업적 중 대중들로부터 가장 주목받는 부문은 사회공헌과 외국계 기업들로부터 우리 식탁을 지켜낸 점이다.
지난 1980년 CPC인터내셔널과 세계 최대 케첩회사인 미국 하인즈 등이 국내에 진출했지만, 오뚜기에 밀려 결국 한국 시장에서 철수한 일화는 현재도 회자되고 있다.
오뚜기는 지난 1992년부터 한국심장재단을 후원했다. 지난 2012년부터 장애인 재활센터를 운영하는 밀알복지재단의 ‘굿윌스토어’에 자사 선물세트 조립을 위탁하고 있다. 지난 1997년 오뚜기재단을 설립해 대학생 및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으며, 지난 2009년 오뚜기학술상을 제정해 한국식품과학회와 한국식품영양과학회를 통해 상을 수여하고 있다.
고인은 지난 2010년 아들 함영준 오뚜기 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긴 후에도 사회공헌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 11월 315억 원 상당의 개인 주식 3만 주를 밀알복지재단에 기부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함태호 명예회장은 지난 2011년 국민 식생활 개선을 통해 국가사회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았다.
<함태호 명예회장 약력>
1930년 함경남도 원산출생
1952년 경기고등학교 졸업
1967년 연세대학교 경영대학원 졸업
1969년 오뚜기식품공업㈜ 설립
1971년 오뚜기식품공업㈜ 대표이사 취임
1988년 제8회 연세경영자상 수상
1992년 오뚜기식품㈜ 회장
1996년 ㈜오뚜기 회장
2005년 석탑산업훈장 수상
2011년 국민훈장 동백장 수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