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신 주문' 정몽구 현대차 회장, 노조 파업 직접 대응 나설까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임금혐상 문제를 두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현대자동차 노사 갈등 문제 해결에 직접 나설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임금협상안을 둘러싼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 노사 간 견해차가 좀처럼 좁혀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노조 측이 노골적으로 협상 장기화를 예고하면서 그룹의 수장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결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2일 현대차에 따르면 지난 7일 추석 연휴를 앞두고 마지막으로 진행된 교섭에서 잠정합의안 도출이 무산하면서 내부적으로 노조 파업 장기화에 따른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 9일 노조 소식지를 통해 "(임금협상과 관련해)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길게 보고 가겠다"며 사실상 장기전을 예고하면서 회사 측에서도 대책 마련을 위해 고심하고 있는 분위기다. 더욱이 오는 20일 노조가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투쟁 계획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금까지 부분파업 형태로 진행되온 파업이 총파업으로 확대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면서 현대차 측의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노조 파업으로 1조 원이 넘는 경제적 손실이 불가피해진 상황에서 하반기 신차 생산에 빨간불이 켜지자 일각에서는 그룹의 수장인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 이번 노조 파업과 관련해 직접 대응에 나서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온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임금협상 부결과 관련해 지난 9일 노조 소식지에서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길게 보고 가겠다며 협상 장기화를 예고했다. /현대자동차자치부 홈페이지(소식지) 캡처

정몽구 회장은 지난 5월 스타이펑 장쑤성 성장과 경제무역교류 협력 확대를 위해 면담에 나선 이후 지난달부터 러시아와 슬로바키아, 체코 내 생산라인을 둘러보며 본격적인 유럽 현장 점검에 나서는 등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5일에는 미국 자동차 시장 현황과 판매 전략을 점검하기 위해 출장길에 오른 이후 LA에 있는 현대차 미국판매법인과 멕시코 누에보 레온주 페스케리아시에 있는 기아차 멕시코공장 준공식에 잇달아 참석하며 현장경영에 나섰다.

특히, 정몽구 회장은 현지 임직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최근 글로벌 완성차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혁신과 고객, 품질로 시장을 앞서가지 않으면 뒤처질 수밖에 없다"며 고급차와 친환경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3대 키워드로 제시, 해당 부문의 역량 강화를 강도 높게 주문했다.

정몽구 회장이 이 같은 행보는 최근 현대차가 보여준 부진한 실적과도 무관하지 않다. 현대차는 지난 8월 한 달 동안 내수시장에서 4만2112대를 판매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7.6% 줄어든 수치다. 특히, 국내공장 수출물량은 노조 파업의 영향으로 무려 40% 가까이 급감했다. 미국과 중국, 유럽 등 글로벌 '빅 마켓' 선점으로 위기 타개를 위한 해법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내수시장에서는 노조 파업에 단단히 발목을 잡히고 있는 상황이다.

정몽구 회장은 지난 7일 멕시코 누에보 레온주 페스케리아시에 있는 기아차 멕시코공장 준공식에 참석하며 현장경영에 나섰다.

한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정몽구 회장이 올해에만 유럽과 북남미 지역을 잇달아 방문하는 등 '광폭 행보'에 나서며 강도 높은 쇄신을 주문한 만큼 해마다 반복되며 경영 발목을 잡고 있는 노조 파업 문제 해결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라며 "특히, 올 하반기 내수 판매량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할 '신형 그랜저'의 생산에 차질이 현실화할 경우 단순한 경제적 손실 외에도 브랜드 이미지 실추라는 부작용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경영 수뇌부가 어떤 식으로든 사태수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정몽구 회장은 이번 노조 파업 사태에 대해 매우 안타까워하고 있다"면서 "노사 임금협상 문제와 관련해서는 정의선 부회장이 '큰 틀'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지만, 이번 노조 파업에 따른 기업 이미지 실추와 소비자 피해에 대한 우려는 최고 경영진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회사 측에서 이미 많은 부분에서 대안을 제시한 만큼 더 이상의 양보는 없다는 스탠스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likehyo85@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