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박대웅 기자] "침몰하는 세월호를 버린 선장의 행동은 옳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현 유스홀딩스 회장)은 9일 국회 의원회관 제3회의실에서 열린 조선·해양 구조조정 연석 청문회에 참석해 침몰하는 세월호를 버리고 하선한 이준석 선장의 행동에 대해 이같이 꼬집었다. 하지만 청산과 회생의 기로에 선 한진해운 정상화를 위한 사재 출연 등 의지를 묻는 의원들의 질문에는 "책임을 통감한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되풀이하면서 사재출연에 대한 확정적인 답변은 피했다.
최 전 회장은 일련의 한진해운 사태에 대해 울먹이는 목소리로 "2007년 3월부터 2014년 4월29일 사임까지 2584일간 임직원과 함께했던 나날들을 생각하고 있다"면서 "전 경영자로서 도의적 책임을 무겁게 느끼고 있고, 앞으로 사회에 기여할 방안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 빠른 시일 내에 어떤 형태로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한진해운 경영정상화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경영에서 물러난 지 2년9개월이 흘렀고, 현재로는 힘이 없기 때문에 회생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변명이 될 거 같아 조심스럽다"면서 "그동안 한진해운이 쌓아온 것과 같은 영업력과 조직력, 글로벌 해운사로서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나오려면 앞으로 30~40년은 걸려야 한다. 법정관리 뉴스를 보고 많이 놀랐고, 충격적이었다"고 밝혔다.
책임을 통감하고 사회적으로 기여하겠다는 최 전 회장의 발언에 청문회에 참석한 의원들은 말이 아닌 행동을 촉구했다. 특히 의원들은 최 전 회장에게 사재 출연 의사가 있는지 따져 물었지만, 최 전 회장은 "책임을 통감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는 시간을 달라"는 원론적인 이야기만 되풀이 했다.
이에 이현재 새누리당 의원은 "유수홀딩스 지분율을 보면 최 회장이 18.1%, 두 자녀가 각각 9.5%씩 모두 37%를 갖고 있다"면서 "한진해운 정상화를 위해 사재 출연을 할 생각은 없느냐"고 물었다. 최 전 회장은 "(지분을 통한 사재 출연은)유수홀딩스 경영에 관한 문제로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책임을 통감한다. 시간을 달라"는 종전 입장을 되풀이 했다.
또한 유스홀딩스가 보유하고 있는 한진해운 사옥을 한진그룹에 돌려줄 의향을 묻는 질문에도 난색을 표현했다. 의원들은 '유스홀딩스는 2000억 원대 한진해운 사옥을 임대하며 140여억 원의 임대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전 회장은 "사옥을 한진해운에 돌려주는 방법은 간단하지 않다"면서 "유스홀딩스는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회사로 사옥은 제 개인적 자산이 아니라 처분이 안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사옥은 2009년부터 유스홀딩스 자산이었다"면서 "2013~2014년 분할 당시 한진해운 지분 매각의 대가로 사옥을 받은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최 전 회장은 2007년 회장 취임 후 부채비율이 1445%까지 급등하는 등 경영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에서도 보수와 주식 등으로 253억9300만 원과 2014년 퇴임 당시 퇴직금으로 52억 원을 수령한 것이 부적절했다는 의원들의 지적에 대해 "최고 경영자로서 재임 기간 경영 부실에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시간을 달라"고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최 전 회장은 회장 재임 시절 시세보다 3~4배 비싼 용선료를 10년간 장기 계약한 것이 한진해운 경영 악화의 가장 큰 원인이었다는 의원들의 질타에 대해 "용선료 부분은 적자 원인 중 하나일 뿐"이라면서 "당시 고유가에 따른 운임 하락과 글로벌 해운시장의 치킨게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줄어든 물동량 등 다양한 원인이 있었다"고 항변했다.
최 전 회장은 한진해운 사태의 결정적 경영 책임이 있음에도 파산하는 회사를 남겨두고 '알짜' 기업을 빼내 호의호식하고 있다는 정의당 심상정 의원 등의 지적에 대해 "유스홀딩스와 한진해운은 상법상 별개의 회사"라면서 "2013년 말 (한진해운 회장직을) 그만둘 때 유스홀딩스의 한진해운 매출 의존도는 36%였지만 최근 16%대로 낮추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심 의원은 최 전 회장의 해명에 "지금도 한진해운이 유스홀딩스 매출의 50~70%의 일감을 몰아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스홀딩스의 지난해 매출은 4800억 원이며 시가총액은 1900억 원이다.
최 전 회장은 현재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미공개 정보를 활용한 주식 매매 의혹에 대해 "2014년부터 주식 매각은 진행 중이었다"면서 "삼일회계법인으로부터 정보를 입수해 주식을 매각한 사실은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한편 이날 청문회장에는 최 전 회장 이외에도 유일호 경제부총리,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강만수 전 산업은행 회장, 민유성 전 산업은행 회장 등 모두 34명의 증인 중 27명이 자리했다. 또 모두 5명의 참고인 중 3명의 참고인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