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박대웅 기자] 건설, 패션, 상사, 리조트 4개 부문을 거느린 글로벌 '의식주휴(衣食住休)' 기업, 삼성물산이 다음 달 1일로 통합 1년을 맞이한다. 통합 삼성물산은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옛 삼성물산 지주인 엘리엇매니지먼트 등의 반대를 뚫고 합병 시너지를 강조하며 합병에 성공했다. 그러면서 '2020년 매출 60조원'이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건설·패션 주춤, 시너지 효과 '글쎄'
통합 1년. 한지붕 아래 묶인 네 가족의 살림살이는 시너지 효과를 냈을까. 결론부터 말해 중간 성적표는 좋지 않다. 통합 삼성물산은 지난해 3분기 이후 3분기 연속 적자를 내고 있다. 주가 역시 하락세다. 통합 당시 17만원(지난해 9월1일 기준)이던 주가는 30일 종가 기준 15만500원으로 떨어졌으며 지난 6월 말에는 11만원대로 추락하기도 했다.
한지붕 네 가족의 성적표를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상사 부문을 제외하고 이렇다할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특히 건설 부문은 지난해 3분기부터 올 1분기까지 861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건설 부문은 인력감축이라는 카드를 꺼내며 구조조정에 나섰다. 지난해 9월 8392명이던 건설 부문 직원은 지난 6월 말 기준 7084명으로 1300여명 줄었다. 또한 옛 삼성물산 건설 부문과 옛 제일모직 리조트 부문 건설조직도 통합됐다.
그럼에도 건설 부문의 리스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삼성물산이 알제리에서 수주한 6500억원 규모의 공사가 최근 중단될 위기에 처하는 등 국외 리스크가 실적 발목을 잡고 있다. 여기에 2분기 현재 총 미청구공사액(개별기준·매출 대비 5% 이하 프로젝트 포함)은 1조4743억원에 달한다. 다만 올 2분 건설 부문은 매출 7조510억원, 영업이익 1768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한 점은 유의미한 성과로 볼 수 있다.
패션 부문도 지난해 4분기 150억원의 수익을 내며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올 2분기 매출 4390억원을 내고도 영업이익 10억원에 머물려 체면치레만 했다. 패션 부문은 '입는 것부터 줄이자'는 소비 침체와 맞물려 남성복 브랜드 '엠비오'를 접는 등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엠비오는 내년 2월 사업을 중단한다. 여성 잡화 브랜드 라베노바 역시 실적 부진을 이유로 내년 2월 철수한다. 동시에 남성복 브랜드, 유아용 브랜드의 일부 통합도 진행된다.
◆신성장 동력 '바이오', SDS 편입 등 사업 재편설 '솔솔'
통합 삼성물산은 바이오 부문의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연내 상장시켜 신성장 동력을 키운다는 방침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12일 상장예비심사 신청을 마쳤으며 오는 11월 상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내년 완공 후 2018년 상용화되는 제3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세계 1위의 바이오시밀러 생산능력(36만 리터)을 갖추게 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에 따른 바이오부문 가치 상승은 고스란히 삼성물산에 반영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바이오 부문이 삼성물산의 신성장 동력으로 힘을 낼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삼성SDS의 물류부문이 분할을 통해 삼성물산 내 상사 부문과 합병하는 사업개편설도 주목된다.
삼성그룹은 삼성SDS 분할 합병설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건설·부동산 경기 악화로 건설 부문이 타격을 입으면 곧바로 수익이 반 토막 나는 현재 구조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더욱이 삼성SDS는 삼성전자(22.6%), 삼성물산(17.1%)에 이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세 번째로 많은 지분(9.20%)을 보유하고 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장도 각각 3.90%의 지분을 갖고 있다. 삼성 오너가 삼남매의 지분율은 17%에 달한다. 때문에 삼성그룹의 부인 속에서도 삼성SDS가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