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박대웅 기자] "이런 사태를 예견했는데 왜 왔는지 모르겠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경제민주화의 개념에 대해 "사회 안정없이 경제의 효율과 안정을 이룰 수 없다"면서 "경제민주화는 제도의 틀 위에 지도자의 실천의지가 더해져야 현실화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22일 오전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초청간담회에 참석해 '경제 민주화가 경제 활성화이다'란 주제로 경제인들을 상대로 강연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 기업인 30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김 대표는 "우리나라는 경제성장과 민주화라는 '동전의 양면'을 이룬 나라"라고 평가하면서도 "지나친 양극화 심화에서 지속 가능한 발전이 가능하겠느냐는 회의와 남북분단 상황에서 통일에 대비하기 위해 경제민주화를 주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정한 질서를 확립하고 어떤 세력도 자신 주장대로 경제나 국가를 이끌어가지 못하게 하는 것이 경제민주화"라고 정의한 뒤 "시장은 제도를 통해 공정하게 독과점이 시장을 장악하는 걸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특히 지도자의 실천의지가 경제민주화를 이룰 수 있는 중요한 열쇠라고 강조했다. 그는 "인간은 탐욕을 본능으로 가지고 있다. 탐욕이 커지면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고 특권의식이 자라나 결국 탐욕은 공공사회를 이룰 수 없게 한다"면서 독일의 재상 비스마르크와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의 사례를 언급한 뒤 "시장이 만능이 아닌 만큼 제도적 틀을 마련하고 정치와 사회 전반의 조화를 위해 정치 지도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베노믹스로 불리는 일본의 경제 정책이 최근 이렇다할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 "일본 정계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재계의 입김이 일본의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김 대표는 '포용적 성장'을 강조하며 중상층 몰락과 가계부채 증가, 실질적 소득 감소에 따른 내수 침체 등이 우리 경제 및 사회의 뇌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포용적 성장의 개념에 대해 "'과거와 같은 성장 패턴으로 사회 안정을 가져올 수 없고, 사회 안정없이 경제 효율과 안정을 이룰 수 없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경제 세력의 이기주의적 발상을 어떻게 제어할 것인가'로 요약된다"고 설명한 뒤 "중상층의 몰락을 막고 포용적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경제민주화를 통한 제도적 기틀이 마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경제민주화가 가장 잘 정착된 나라로 독일을 꼽았다. 그는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 후 비스마르크 시대부터 재계가 사회 안정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는 인식을 공유했다"면서 "1951년 석탄철광업체에서 근로자를 이사회에 참여하게 하는 등 변화를 시도했고, 이후 노사 관계는 과거 투쟁에서 협력 관계로 바뀌었다. 이를 통해 1950~1960년대 독일은 노사분쟁과 생산차질 없이 상품을 적기에 생산한다는 이점으로 외국 투자자들로부터 각광을 받는 투자처가 됐다"고 말했다.
미국의 사례도 언급했다. 김 대표는 "루스벨트 대통령이 취임할 19세 말 미국은 부의 편재와 독과점으로 사회 혼란을 빚었다"고 운을 뗀 뒤 "루스벨트 대통령은 취임 후 '록펠러 독점체제 붕괴'를 시도했고 이후 미국 성장의 기틀을 마련했다"며 "독과점에 대한 강력한 규제는 미국 내 다양한 IT 기업들이 생겨나게 된 토대가 됐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결국 "시장과 의회민주주의의 상호작용을 통한 경제 효율과 안정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경제민주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재계는 김 대표의 경제민주화 개념에 대체로 수긍하면서도 경제민주화라는 용어가 지나치게 급진적인 것이 아니냐고 우려하며 '경제선진화', 경제합리화' 등의 용어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김 대표는 "경제민주화를 반대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재벌개혁이나 재벌해체로 오해하는 거 같다"면서 "민주화라는 말이 권위독재체제를 반대한다는 말로 부가 일부 계층에 국한돼 그 부가 사회 모든 측면을 지배하는 상황을 해소하기 위한 의도에서 경제도 민주화해야 한다고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빈곤으로부터의 자유를 최대목표로 이를 방해하는 걸림돌을 제거하는 것이 경제민주화"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