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여름 휴가차 고향을 찾았다가 "어떻게 하면 스마트폰을 싸게 살 수 있어?"라는 질문을 주위로부터 자주 들었다. 카드혜택, 선택약정 등 나름대로 설명했지만, 사실 개운한 답변은 아니었다. 듣는 쪽 역시 만족스럽지 않다는 눈초리를 보였다. 그래도 설명을 덧붙이지 않고 모르는 척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불편한 진실을 들춰내기보단 말을 아끼고 싶었다.
굳이 불법보조금이 어떻고 저떻고 하는 데 시간을 쓰고 싶지 않았다. 정상 개통 후 판매장려금의 일부를 고객에게 불법보조금 형태로 돌려주는 페이백(PayBack)은 공시지원금 한도에 선을 그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아래 스마트폰을 싸게 살 수 있는 몇 안 되는 방법 중 하나다. 이러한 이동통신시장 내 불법과 편법은 점점 일반화되는 추세이며, 정확한 규모와 방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곳곳에서 성행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단속하고 있다지만, '은밀한 거래'라는 특성상 모조리 뿌리 뽑기 쉽지 않다. 심야 시간을 이용해 치고빠지기식 '스팟성' 불법 판매도 많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불법보조금 과열 경쟁을 막기 위해 도입된 단통법은 비웃음거리가 되고 있다. 이동통신 3사는 '불법보조금은 없다'며 진실에 고개를 돌린다. 실제로 불법 사례가 적발되면 일부 판매점에서 일어나는 일쯤으로 치부된다.
'불법보조금을 얹어 스마트폰을 살 수 있다'는 건 이제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내용이다. 불법보조금과 관련된 정보는 비공개 소셜네트워크서비스와 스마트폰 전문 커뮤니티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불법보조금의 성지로 불리는 테크노마트는 주말만 되면 '미리 알아보고(?) 온'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현아(현금완납)', '표인봉(페이백)' 등과 같이 단속을 피하기 위해 사용하는 은어가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알만한 사람'들만 알고 있다는 것이다. 고객 입장에서는 100만 원을 호가하는 값비싼 제품을 어떤 방식으로든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으면 좋은 일이지만, 모든 고객이 이러한 혜택(?)을 누리는 것은 아니다. 제값을 주고 정직하게 휴대전화를 개통한 고객이 오히려 '호갱(호구+고객)' 소리를 듣고 역차별받는 상황을 지적하고 싶다.
최근 이러한 불법보조금이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다고 한다. 하반기 최대 기대작인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이 출시되기 때문이다. 홍채인식 등 최첨단 기술이 적용된 '갤럭시노트7'의 예약판매 수량은 40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박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갤럭시노트7'이 정식 출시되면 이동통신시장이 또 한 번 요동칠 전망이다.
신형 스마트폰이 출시되면 불법보조금이 기승을 부리는 게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고 있다. 제품 판매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판매장려금이 대량으로 풀리니 어쩔 수 없어 보이기도 한다. 고객 유치 경쟁이 치열한 만큼 이동통신사 한쪽에서 불법보조금을 살포할 경우 다른 이동통신사도 맞불을 놓을 가능성이 높다. 가까운 예로 '갤럭시S7' 출시 당시, 첫 주말부터 '불법보조금이 성행하고 있다'는 기사가 쏟아졌다.
불법보조금은 시장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범법 행위다. 이대로 어물쩍 넘어간다면 '정가'에 대한 고객들의 불신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불법과 편법을 쓰지 않은 고객이 바보가 돼 분통을 터트리는 것을 막는 게 첫 번째다. 현재로써는 이동통신시장의 고질병이 된 불법보조금 논란이 '갤럭시노트7' 시대에선 수그러들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