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장병문 기자] 아이들을 키우는 집이라면 '꼬마버스 타요'와 '로보카 폴리'를 모를 수 없을 것 같다. 타요와 폴리는 일상에서 볼 수 있는 버스나 경찰차 등의 자동차를 소재로 그린 인기 만화 캐릭터다. 두 만화의 공통점은 차들이 모두 전기로 달린다는 점이다.
어린이들은 세상에 모든 차가 전기로 다닐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다. 아마도 이 만화를 보고 자란 어린이들이 성인이 되면 전기차가 자신의 첫차가 될지도 모른다. 그런데 아이들에게 전기차 시대를 열어줄 준비를 우리는 얼마나 하고 있을까. 전기차 시대가 도래할 것은 불 보듯 뻔한데 현실은 여전히 걸음마 수준이어서 안타깝다.
자동차 산업의 체계를 바꿀 전기차 산업에서 우리나라는 미국에 이어 중국, 일본에도 크게 밀려있다. 미국은 2020년까지 세계 최고 수준의 전기차 기술력을 보유한 테슬라를 중심으로 충전 시간 10분 미만에 최대 주행거리 200마일(약 320㎞)을 목표로 삼은 전기자동차 기반시설 조성 계획을 제시했다.
운전자들이 직장과 집에 가장 오래 머물기 때문에 충전 인프라를 이곳에 집중하기로 했다. 충전 시설에만 5조 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중국의 전기차 육성 전략은 더욱 공격적이다. 중국은 전기차 한 대당 최대 10만 위안(약 1800만 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구매 가격의 약 10% 세금을 감면해 주고 있다. 신규 건물은 전기차 충전소, 충전기 설치 계획이 없으면 건축허가를 받을 수 없다. 특히 중국의 북경과 상해 등 대도시에서는 내연기관 자동차를 사면 추첨을 통해 번호판을 받을 수 있지만 전기차는 곧바로 번호판을 부여한다.
중국이 지난해까지 21만 대의 전기차를 판매하면서 세계 최대 시장으로 급부상했던 것은 전기차 보급 정책이 있었기 때문이다. 중국은 2020년까지 전기차 500만대 생산, 충전소 1만2000개, 충전기 480만대를 설치할 계획이다.
하이브리드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차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일본도 급속충전기 등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일본에는 현재 급속충전기 6000대, 완속충전기 1만5000대가 설치돼 있고, 전기차 보급도 6만5000대에 이른다. 일본은 5년을 기본으로 충전기 관리 대부분을 지원하고 있으며 환경성, 국토교통성, 기회재정성 등 정부 부처가 전기차 정책을 쏟아내며 협력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급속충전기 500여 개, 전기차 보급 5800여 대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미국, 중국, 일본 등이 전기차 산업 정책과 인프라에서 짜임새 있게 발전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그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의문이 든다.
오락가락한 정부의 지원책이 문제다. 올해 전기차 보급 목표는 작년보다 5000대 많은 8000대로 잡았지만 전기차 보조금은 오히려 줄었다. 작년 전기차 보조금은 1500만 원이었지만 올해 300만 원 감소한 1200만 원에 책정해 불만을 샀다.
결국 지난달 보조금 200만 원을 올려 1400만 원으로 상향했지만 작년보다 100만 원 줄어든 셈이다. 또 완속 충전기 지원금은 600만 원에서 400만 원으로 축소했다. 전기차 충전소가 많아야 전기차 보급률도 늘어날 텐데 정부는 엇박자 정책을 내놓고 있다. 정부가 전기차 보급으로 유류세 감소를 걱정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들 정도다.
세계 전기차 시장은 매년 170% 이상 성장하고 있다. 내연기관 자동차 시장과 비교하면 소소한 수준이지만 역전될 날이 머지않았다. 이때를 대비해 내수시장을 탄탄하게 다질 필요가 있다.
정부는 2020년까지 전기차 20만대를 보급할 계획을 세웠다. 4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매년 5만 대 이상 팔려야 가능하다. 정부가 올해 보급하기로 한 전기차 8000대 중 4000대를 제주도에 배정했다.
정부는 제주도를 전기차 보급 테스트베드(시험무대)로 공을 들이고 있다. 그런데 올해 상반기 제주도에서 팔린 전기차는 400대를 넘지 못했다. 이쯤 되면 실패로 봐도 될 듯하다. 정부의 전기차 보급 정책 예측이 빗나갔다면, 더욱 파격적인 정책을 꺼내야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