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먹고사는 일과 관련된 분야입니다. 한 나라의 경제가 발전하면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TF비즈토크]는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경제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모여 한 주간의 흥미로운 취재 뒷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코너입니다. 제 아무리 똑똑한 인공지능이 나온다 해도 현장 취재를 대신할 수는 없는 노릇이죠. 우리 경제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을 들여다보기 위해 현장을 누비고 있는 <더팩트> 최승진·장병문·박대웅·서재근·황원영·변동진·이성락·서민지 기자가 나섰습니다. 지난 한 주간 미처 기사에 담지 못했던 경제 취재 뒷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이성락 기자] 불볕더위 속 잦은 소나기, 변덕스러운 날씨가 이어진 지난 한 주였는데요. 다양한 이슈가 끊이지 않은 경제 파트의 하루하루도 날씨만큼이나 요란하게 지나갔습니다.
특히 가습기살균제 사망 사고와 관련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의 현장조사가 세간의 관심을 모았습니다. 전국민적 관심을 받고 있는 이슈인 만큼 취재 뒷이야기가 더욱 궁금해지는 상황인데요. ‘진실’과 ‘성실’을 외치는 피해유가족과 마주한 <더팩트> 경제팀의 생생했던 현장 이야기를 먼저 들어보도록 하죠.
◆ 최승운 연대 대표 “가습기살균제 국정조사 특위에 감사”
- 지난 27일 가습기살균제 사망 사고와 관련해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의 현장조사가 있었죠? 당시 현장 분위기가 궁금한데요.
- 처음엔 돌발 상황이 펼쳐지지 않을까 염려했었는데요. 현장조사는 비교적 엄숙하고 차분하게 진행됐습니다. 무엇보다 눈에 띄었던 점은 유가족들이 옥시 본사 앞에서 특위 측에 ‘퐁퐁소국’을 나눠준 점입니다. 이 꽃은 ‘진실’과 ‘성실’을 뜻하는 꽃말을 갖고 있는데, 이번 현장조사에서 꼭 옥시를 비롯한 가습기살균제 관련 기업들의 만행을 밝혀달라는 의미로 나눠줬다고 하네요.
- 현장조사는 비공개로 진행됐다고 들었습니다. 그 전엔 모두 발언이 있었다고 하던데.
- 최승운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유가족 연대 대표는 한국 옥시뿐만 아니라 영국 레킷벤키저에 대한 조사도 요구했습니다. 옥시 한국법인은 지난 2011년부터 이 일에 관여하지 않았고, 모두 영국 본사의 지시에 따랐다는 설명인데요. 또 우원식 특위원장은 앞서 이틀간 조사에서 “정부의 무책임에 가까운 엉터리 피해자 신고접수 현황을 보고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가습기살균제 사망 사고는 기업뿐만 아니라 정부의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 홈키파로 잘 알려진 헨켈코리아는 특위에 위해성분을 함유한 사실을 인정했다고요.
-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에 따르면 특위는 26일 ‘홈키파’로 잘 알려진 헨켈코리아를 가습기살균제 사고 은폐 혐의로 고발했습니다. 헨켈 측은 25일 공문에 ‘가습기살균제에 어떤 성분을 사용했는지 자료가 남아있지 않아 알 수 없다고 했지만, 다음 날 오후 CMIT(클로로메탈이소티아졸리논)와 MIT(메틸이소티아졸리논) 성분을 사용했다고 말을 바꿨다고 하네요. 두 성분은 폐에 치명적 손상을 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미국에서는 이를 ‘2등급 흡입 독성 물질’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자신들이 제조한 가습기살균제를 위해성분으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인정한 셈입니다.
- 마지막으로 피해유가족들은 어떤 말을 했나요.
- 최승운 대표의 한마디가 아직도 머릿속을 맴돌고 있습니다. 그는 “지난 5년 동안 가해 기업과 정부의 무책임한 대응으로 고통을 받았는데 국회에서 문제를 해결한다고 해서 감사하고 감회가 새롭다”고 했습니다. 이는 이번 국정조사에 아주 큰 기대를 걸고 있다는 뜻입니다.
입장을 바꿔서 내 가족의 건강을 위해 사용한 제품 때문에 사랑하는 자식과 부인, 남편을 잃었다면 그 억울함과 죄책감은 어떻게 풀 수 있을까요. 거기에 책임 당사자인 기업은 잘못이 없다고 주장하고, 정부는 지난 5년간 이 일을 사실상 외면했습니다. 부디 현장조사를 통해 모든 사실이 밝혀지고, 오랜 시간 외면·고통받은 피해유가족들의 상처가 조금이라도 아물었으면 좋겠습니다.
◆ 3년 3개월 만에 세상 밖으로 나온 최재원 부회장 ‘경영 복귀’ 시사?
- 수감 중인 재계 인사 가운데 올해 처음으로 가석방 사례가 나왔죠?
- 네. 재계 서열 3위 SK그룹의 수장 최태원 회장의 동생 최재원 SK그룹 수석 부회장이 그 주인공인데요. 최 부회장은 지난 2012년 1월 SK그룹 계열사의 펀드 출자금 465억 원을 빼돌린 혐의로 상고심까지 가는 법정 공방 끝에 3년 6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강릉교도소에서 수감생활을 해왔습니다. 최재원 부회장의 만기 출소 예정일이 오는 10월 20일이었으니, 사실상 형기 대부분을 채우고 출소하게 된 거죠.
- 그래도 재계에서는 올해 들어 첫 가석방 사례인 만큼 관심이 높았을 것 같은데요.
- 사실 최 부회장의 가석방 또는 사면 가능성은 지난해부터 줄곧 제기돼 왔던 만큼 이번 가석방은 ‘예상된 결과’라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을 비롯한 다수 재계 인사가 가석방 대상으로 거론되기는 했지만, 최 부회장이 유력 후보로 점쳐진 것은 나름의 설득력이 있었다는 평가가 나오는데요. 최 부회장은 상고심 판결 이후 교도소 내 의료와 노역장에 배정받아 중증 수형인의 병간호와 목욕, 의료시설 청소 등 남들이 선뜻 나서지 않는 봉사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과거 재계 인사들이 보여주지 않았던 행보를 보여 왔기 때문이죠.
- 아무쪼록 SK그룹에는 반가운 소식일 텐데요. 출소 당일 분위기는 어땠나요?
- 지난 29일 오전 강릉교도소 입구에는 최 부회장의 출소 1~2시간 전부터 20여 명의 취재진이 자리를 잡고 있었는데요. 지난해 8월 최태원 회장의 출소 당시 사진, 방송 카메라, 취재 기자 수백여명이 반나절 진을 치고 있던 것과 비교하면 다소 차분한 분위기였습니다.
- 가장 관심을 끄는 대목은 최 부회장의 경영 복귀 가능성일 텐데요.
- 맞습니다. 최 부회장은 수감 전 그룹 핵심 계열사 가운데 하나인 SK E&S의 대표이사를 맡았는데요. 최근 SK그룹의 경우 주력 계열사인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등이 글로벌 경기 악화 등으로 그 어느 때보다 내부적으로도 ‘위기의식’이 높아진 상황인 만큼 최 부회장의 리더십이 큰 보탬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최 부회장도 이날 간접적으로 경영 복귀 가능성을 열어뒀죠. 최 부회장은 이날 경영 복귀에 대한 질문에 “천천히 생각해보겠다”며 즉답을 피했지만, “‘경제살리기’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경영인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 SK 측의 반응은 어떤가요?
- 그룹 측에서는 아직 확답하기 어려운 상황이죠. 최 부회장은 말 그대로 ‘가석방’ 상태인 만큼 섣불리 경영 복귀에 관해 언급했다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을 테니까요. 그룹 고위 관계자도 “경영 복귀 문제는 아직 언급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아마 내부적으로 ‘적절한 때’를 조율하고 있지 않을까 싶네요.
◆ 자동차 업계 흔든 아우디폭스바겐 ‘자발적 판매 중단’
- 자동차 산업에서는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의 자발적 판매 중단이 이슈였습니다. 아우디와 폭스바겐은 이제 어떻게 되는 걸까요?
- 지난 25일 환경부가 아우디폭스바겐 인증 취소와 관련해 청문회를 열었습니다. 이 청문회는 12일 환경부가 검찰에서 밝힌 서류조작을 근거로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32개 차종, 79개 모델에 대한 인증취소와 판매정지를 예고한 데 따른 후속조치로 마련된 것인데요.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청문회에서 서류조작이 아닌 단순 착오와 부주의라고 주장하면서 판매중지는 지나친 처사라고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자발적 판매 중단을 통해 환경부에 선처해달라는 의미를 전달했습니다.
-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의 요청이 받아들여질까요?
-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이는데요. 환경부는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의 단순 실수가 인증제도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중대한 문제점이라며 행정처분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습니다. 환경부의 판매정지와 과징금 부과 등에 대한 세부적인 행정조치는 다음 달 2일 발표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 이번 건과 관련해 시장 분위기가 궁금하네요.
- 아우디와 폭스바겐이 판매할 수 있는 차종은 전체의 약 30% 수준인데 주력 차종은 판매할 수 없어 사실상 영업이 중단된 상황입니다. 현장의 영업사원들은 당분간 판매 성과보수 없이 기본급만으로 버텨야 할 처지에 놓인 건데요. 영업사원들은 일단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지만, 사태가 장기화되면 대거 이탈할 가능성도 보입니다.
- 아우디와 폭스바겐이 차량을 판매하지 못하면서 일부 브랜드들의 반사이익도 예상되는데요. 먼저 아우디의 고객은 경쟁업체인 메르세데스-벤츠나 BMW로 이동이 예상됩니다. 반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폭스바겐 고객은 국산차로 흡수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 씨티은행, 소액 계좌유지 수수료 검토 ‘돈 없는 고객 차별?’
- 초저금리가 이어지면서 금융권이 수익원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죠. 하지만 고객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듯한 정책 때문에 금융소비자들의 한숨이 늘고 있다면서요?
- 국내 대표적인 외국계 은행인 씨티은행이 ‘소액 계좌유지 수수료’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계좌유지 수수료는 고객들이 은행에 돈을 맡기면서 내야 하는 일종의 ‘보관비용’이라 할 수 있는데요. 씨티은행은 일정 금액 이하인 계좌에 수수료를 부과하겠다는 거죠. 업계에서는 저금리·저성장 속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기 위해 수수료 부과 도입을 고려한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 수익원 창출을 위한 방안이라고 하지만 ‘돈 없는’ 고객들에게는 차별처럼 느껴질 것 같은데요. 도입이 확정된다면 이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은 없을까요?
- 소비자들의 반발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실제로 지난 2001년 SC제일은행이 도입했다가 소비자들의 반대를 이기지 못하고 2004년 폐지한 정책이기도 한데요. 모든 계좌가 아니라 일정 금액 이하인 계좌에 수수료를 부과하겠다고 하니 불만은 생길 수밖에 없죠. 취재 중 만난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소액 계좌유지 수수료에 대해 “돈 없고, 힘없는 고객들만 피해를 입을 것”이라며 “말도 안 되는 정책”이라고 비판했습니다.
- 만일 도입된다면 국내에선 유일한 행보라고 알고 있습니다. 국내 금융 문화와 맞지 않는 정책으로 보이기도 하고요.
- 현재 미국 등 해외에서는 계좌유지 수수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외국의 금융 문화는 차이가 있기 때문에 단순히 선진 금융 문화라 해서 국내에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는데요. 특히 우리나라에는 금융권에 ‘공공성’이 강조되고 있는 만큼 이 같은 정책은 ‘차별’이라는 시각이 많습니다. 물론 금융권이 저금리로 수익성이 악화된 만큼 새로운 전략을 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은 맞지만, 소비자들이 불리한 처우를 받는 것은 경기 불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죠.
씨티은행의 경우 그동안 ‘고액 자산가’에 특화된 서비스를 확대하면서 일반 고객층을 홀대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아온 만큼 이번 수수료가 단순히 수익원 창출을 위한 게 아니라는 의견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데요. 고액 자산가 중심의 서비스는 늘리면서 수익이 안 되는 일반 고객들의 이용은 사전 차단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는 거죠. 이처럼 소액 계좌유지 수수료는 금융권 업황을 고려해도 설득력을 얻기엔 어려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