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경 의원 "헨켈코리아, 26일 오후 가습기살균제 사고 은폐 인정"
[더팩트ㅣ여의도=변동진 기자] “영국 옥시레킷벤키저 본사는 지난 5년간 거짓과 위조, 조작으로 대한민국 국민을 비롯한 정부, 법정을 기망했다.”
가습기살균제 사망사고 관련,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이하 특위)는 27일 오전 10시 여의도에 위치한 옥시레킷벤키저(옥시, 현 옥시RB) 본사를 방문해 현장조사를 실시한 가운데 최승운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유가족 연대 대표가 분노를 표출했다.
최 대표는 이날 현장조사 시작에 앞서 진행된 모두발언에서 옥시를 비롯한 국정조사 특위, 취재진 등에게 “가습기살균제로 지금까지 확인된 사상자만 수백 명에 달하고, 겨우 생존해있는 피해자는 수천 명에 이르고 있다”며 “그동안 옥시를 비롯한 모든 기업들은 ‘잘못이 없다’며 온갖 거짓과 위조, 조작으로 기해자들을 기망하고 대한민국 법정, 국민 등을 우습게 봤다. 일개의 기업이 국격을 심각하게 훼손한 일이 지난 5년간 계속돼온 것”이라고 비참한 심정을 내비쳤다.
최 대표는 “이번 국정조사가 결정돼 큰 기대를 갖게 됐다”며 “지난 5년 동안 가해기업과 정부의 무책임한 대응으로 고통을 받았는데 국회에서 문제를 해결한다고 해서 감사하고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백 번 양보해서 정말 운이 없게 기업의 실수로 인해 대한민국 국민 수천 명이 피해를 봤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2011년부터 지금까지 영국 레킷벤키저 본사에서 보여준 행태는 대한민국을 우롱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2011년 이후부터는 영국 본사에서 전략적으로 지시했다. 한국 옥시는 그 어떤 관여나 참여도 없었다”며 “이번 국정조사는 한국 옥시뿐만 아니라 영국 레킷벤키저에 대한 조사라고 생각한다. 제발 영국 본사까지 철저히 조사해 진상규명을 포함한 합당한 사과, 배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우원식 위원장 "특위 현장조사, 정부 무책임…부끄러운 민낯 드러나"
국회 가습기살균제 국정조사 특위 우원식 위원장(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격앙된 목소리로 “이틀(25일~26일)간 이어진 현장조사를 통해 정부의 무책임과 부끄러운 민낯이 드러났다”며 “엉망인 피해자 신고접수 현황을 보고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는 좌시할 수 없는 사안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꼬집었다.
더불어 “피해 현화을 확인한 결과, 옥시 제품 많이 팔렸다. 이는 글로벌 기업에 대한 믿음과 신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사망사고 이후) 제대로 사과도 하지 않았다. 검찰 수사가 시작된 후에야 유가족에게 사과했다”며 “이마저도 피해자들과 협의하지 않은 일방적인 행사 수준에 불과했다. ”고 지적했다.
아울러 “진실을 직시하지 않고 법률적으로만 해결하려는 행위도 큰 문제다”며 “피해자 입장에서 한 번만 생각했어도 이런 범국민적 분노는 없었을 것이다. 금일 현장조사와 피해자 유가족 입장에서 생각한다는 자세로 임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 "헨켈코리아, 가습기살균제 사망사고 은폐 혐의로 고발"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26일 옥시와 유사한 생활산업용품 글로벌 기업 헨켈코리아를 가습기살균제 사고 은폐 혐의로 고발했다. 특위도 국정조사 대상 기업을 확정했다”며 “그 결과 헨켈은 조사 하루 만에 거짓을 시인했다”고 말했다.
하태경 의원은 “헨켈이 25일 우리 측 사무실에 보내온 공문에는 자신들이 ‘가습기살균제에 어떤 성분을 사용했는지 자료가 남아있지 않아 알 수 없다’고 했지만, 다음 날 오후 CMIT(클로로메탈이소티아졸리논)와 MIT(메틸이소티아졸리논) 성분을 사용했다고 하루 만에 말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CMIT·MIT 등의 성분은 박테리아 번식을 막아 유통기한을 늘려주는 역할을 한다. 피부에 닿았을 때 유해성이 크지 않지만, 코와 입을 통해 증기나 기체 상태로 흡입할 경우 폐에 치명적 손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는 MIT 성분을 ‘2등급 흡입 독성 물질’로 규정하고 있다.
특히 SK케미칼이 제조하고 애경이 판매했던 살균제인 ‘가습기 메이트’ 등은 CMIT·MIT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 이는 옥시 가습기살균제 성분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다음으로 많은 피해자가 발생한 성분으로 밝혀진 바 있다.
하 의원은 “거짓말은 영원히 숨길 수 없다”며 “옥시는 진실로 답하고 거기에 책임을 진다는 자세로 조사에 임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프달 옥시 대표 "비극적인 일이 발생해 매우 죄송하게 생각한다"
아타 울라시드 사프달 대표 “이런 비극적인 일이 발생해 매우 죄송하게 생각한다. 옥시는 이 사안을 해결할 것을 약속하겠다”며 “이 자리에서 최대한 협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사과했다.
사프달 대표는 “지난 몇 개월 동안 피해자들을 만나면서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했다. 현재도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이 비극적인 사안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진심을 다해서 이 사안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소속 신창현 의원은 사프달 대표의 수차례 사과에도 불구하고 “어떤 부분을 사과하는지, 또 그 이유에 대해 분명히 얘기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사프달 대표는 “(가습기살균제 사망사고) 이슈를 해결하는데 너무 오래 걸렸다. 지나 5년 동안 가습기살균제 사고 주요 업체로서 해결점을 찾지 못해 죄송하다”며 “신속히 사과를 못한 점, 법률적으로만 해결하려던 점 등도 반성하고 있다. 한국과 한국 사회에 대해 매우 죄송하다”고 수차례 사과했다.
한편, 이날 현장조사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특위는 오후 3시께 SK케미칼 본사를 방문해 현장조사를 이어갈 예정이며, 최종적으로 현장조사를 마친 후 정부부처의 기관보고와 영국 레킷벤키저 본사, 청문회 등으로 조사를 확대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