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성락 기자] '대한민국의 랜드마크가 될 것.'
롯데의 오랜 믿음이 담긴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국내 최고층이자 세계 다섯 번째 높이인 이 건물의 공사는 '과연 가능할 것인가'라는 의심과 불신의 눈초리로 시작했다. 그러나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천문학적인 돈에 비해 단기간 수익을 기대할 수 없다"는 내부 반대에도 불구, 고국에 랜드마크를 짓겠다는 신념 하나로 롯데월드타워 건립 사업을 강행했다.
"언제까지 외국 관광객에게 고궁만 보여줄 수 없다."
신 총괄회장의 이 과거 발언은 롯데월드타워 홍보관에 글귀로 새겨졌다. 이는 지난 30여 년간의 공사 과정을 되돌아보는 의미와 함께 '완공'이라는 임무 혹은 과업 완수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는 롯데 측의 징표인 셈이다. 현재 신 총괄회장의 '랜드마크 프로젝트'는 현실화되고 있으며, 롯데는 롯데월드타워 완공 시 10조 원의 경제유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또 1년에 400만 명의 해외 관광객이 잠실을 찾아 연간 8000억 원 이상의 외국인 관광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자! 이제 한 번 올라 가볼까요?"
지난 18일 <더팩트>는 신 총괄회장의 필생 사업으로 통하는 롯데월드타워 공사 현장을 직접 찾았다. 지난 2월 초에 이어 두 번째로, 이날 방문은 그동안의 변화를 살펴보기 위한 목적으로 이뤄졌다. 현재 공사는 롯데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해 그룹 핵심 임원들이 줄줄이 소환되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차분히 진행되고 있었다. 오후 4시 근로자들은 롯데월드타워 외관 유리창을 붙이는 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첫 번째 방문과 비교하자면 논란이 됐던 초대형 태극기가 사라진 점이 가장 눈에 띄었다. '철커덩' 소리를 내며 요란하게 흔들리던 호이스트도 사라져 발아래 아찔한 풍경에 놀랄 경우도 없었다. 그러나 초고층을 오르는 과정은 여전히 험난했다. 여러 번 엘리베이터를 갈아타기 위해 이동하는 것은 물론, 계단을 오르는 일도 있어 때에 따라서는 어느 정도(?) 체력이 요구됐다.
롯데월드타워에서는 셔틀형 엘리베이터와 구간형 엘리베이터를 동시에 운영한다. 보통은 1층에서 셔틀형 엘리베이터를 타면 전망대가 있는 최고층에 도달할 수 있지만, 이날은 공사에 활용되는 엘리베이터를 피하느라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했다. 현장 관계자의 안내에 따라 가장 먼저 지하 1층에서 셔틀형 엘리베이터를 탔다. '슝~' 올라간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1분이 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에 프라이빗 오피스로 구성된 107층에 도착할 수 있었다.
107층에서는 다시 구간엘리베이터로 갈아타고 114층으로 향했다. 114층은 프라이빗 오피스의 최상층이자 신 총괄회장의 집무실 겸 거처로 사용될 장소다. 이곳은 아직 내부 인테리어 작업이 전혀 진행되지 않은 상태였다.
114층부터 117층까지 계단을 이용한 뒤에 다시 전망대 구간만 운영하는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었다. 양쪽 귀에 전해지는 기압차를 느낄 즈음, 목표로 했던 120층에 도착했다. 이 층은 최고층인 123층 공사 현장보다 장소가 넓고, 외부로 나갈 수 있는 공간이 따로 마련돼 있어 발아래 세상을 바라보기 가장 적합한 장소다.
이날 120층은 과거 취재진을 반기던 강풍도, 살을 에는 듯한 추위도 없었다. 계절이 바뀐 이유도 있었지만, 유리벽이 새로 설치된 탓이 컸다. 흐린 날씨에 인천 송도신도시까지는 볼 수 없었지만, 유리벽이 있으니 머뭇거릴 필요 없이 마음껏 서울의 전경을 감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탁 트인 공간에서 남산타워, 롯데월드, 한강, 올림픽공원 등 반가운 지형과 건물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관광명소로서 초고층 건물의 가치를 새삼 느낄 수 있었다.
120층까지 동행한 롯데물산 관계자는 "롯데월드타워가 나라의 상징이자 국력으로 여겨지길 기대하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사무와 거주공간, 각종 편의시설이 집결돼 있는 만큼 완공 시 우리나라 최고 미래수직도시로 거듭날 것이라는 설명이다. 지하 6층 지상 123층으로 이뤄진 롯데월드타워는 연면적만 해도 10만 평에 달한다. 롯데물산 관계자는 "롯데월드타워는 지하부터 첨탑부까지 세계적 기업들의 기술과 장비 등 다양한 초고층 기술이 녹아들어 있는 건물"이라고 소개했다.
이와 더불어 롯데물산 관계자는 공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근로자의 노고를 격려하는 동시에 업무환경을 개선하고자 노력할 것을 약속했다. 현재 롯데월드타워에는 하루 평균 3000여 명의 근로자가 공사에 투입되고 있다. 롯데는 지난 14일 초복을 맞아 무더위 속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들을 위해 수박 400통을 전달하기도 했다.
롯데는 공사 현장에서 100일 이상 근무한 근로자, 롯데물산과 롯데건설 임직원 등 8000여 명의 이름을 롯데월드타워 홍보관 벽면에 새길 예정이다. 이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킨 근로자들을 잊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벽면에는 '우리가 대한민국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습니다'라는 문구도 새겨 넣는다. 롯데는 가장 높은 곳에서 일한 근로자, 현장 최초 여성 등 공사 현장의 특이한 이력을 지닌 이들의 사진과 인터뷰로 채워진 '자랑스러운 얼굴들'이라는 공간도 마련할 계획이다.
롯데물산 관계자는 "롯데월드타워는 8000여 명의 땀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이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남은 공사도 잘 마무리해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고 밝혔다.
롯데는 다음 달까지 외곽 공사를 마무리하고 연말까지 최종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건립 일정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롯데를 향한 검찰의 수사 강도가 높아지면서 수사의 방향이 롯데월드타워 인허가 비리 의혹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특히 롯데월드타워 사업을 지휘했던 노병용 롯데물산 대표가 가습기 살균제 사태로 구속된 뒤 위기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롯데는 박현철 사업총괄 본부장을 중심으로 차질없는 연말 완공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