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변동진 기자] 최근 제약시장에서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황금을 알을 낳는 거위'로 해석할 만큼 고수익이 보장된 사업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 단기적 수익성이 좋은 복제약에 불과하며 ‘바이오신약’ 또는 ‘바이오베터’(개량형 바이오의약품) 일명 슈퍼바이오시밀러의 개발 필요성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바오이시밀러란 생물의 세포나 조직 등의 유효물질을 이용해 개발한 바이오의약품의 복제약이다. 즉, 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 바이오신약과 동등한 효능을 갖고 있는 의약품이다.
5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바이오시밀러를 통해 미국 등 글로벌 진출을 비롯한 가시적(임상 3상) 성과를 기록한 국내 제약·바이오사는 셀트리온, 삼성바이오에피스, LG생명과학, 종근당 등이다.
셀트리온 ‘램시마’는 지난 4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미국 판매 허가를 획득하고 올 4분기 미국 출시를 앞두고 있다. 램시마는 류마티스관절염 치료 바이오신약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다.
셀트리온은 이번 허가를 통해 미국을 포함한 세계 72개 국가에서 램시마를 판매하게 됐으며, 미국과 유럽에서만 3조 원 이상 매출을 올리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또한 후속으로 지난해 10월 비호지킨스림프종치료제 ‘리툭산’의 바이오시밀러 ‘트룩시마’의 국내 및 유럽 허가 절차에 돌입, 올 하반기 현지 허가가 예상되고 있다. 더불어 표적유방암치료제인 ‘허셉틴’의 바이오시밀러 ‘허쥬마’에 대한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화이자 엔브렐의 바이오시밀러 ‘브렌시스’를 개발, 한국 및 유럽시장에서 판매중이다. 또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 ‘렌플렉시스’를 최근 국내에 출시했으며, 미국 진출까지 추진하고 있다.
이밖에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 ‘SB5’, 허셉틴의 바이오시밀러 ‘SB3’, 항암제 아바스틴의 바이오시밀러 ‘SB8’, 당뇨병치료제 란투스의 바이오시밀러 ‘SB9’ 등의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LG생명과학은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LBAL’과 엔브렐 바이오시밀러 ‘LBEC’ 등에 대한 임상 3상을 진행, 일본에서 상업화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종근당은 2세대 빈혈치료제 네스프의 바이오시밀러인 ‘CKD-11101’(임상 3상)를 후지제약공업에 기술수출했다.
◆바이오시밀러 블루오션? 오리지널과의 경쟁으로 의료비용 20%~40% 절감
셀트리온을 비롯한 국내 굴지의 제약·바이오업체들이 이토록 바이오시밀러 등 바이오의약품 개발에 몰두하는 까닭은 높은 수익성 때문이다. 이미 업계 안팎에서는 미래 먹거리, 신성장동력, 블루오션, 황금알을 낳는 거위 등으로 해석하고 있다.
실제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는 제약시장 조사기관인 IMS Health의 보고서를 토대로 한 ‘바이오시밀러 시장의 잠재력’을 통해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시장은 오는 2020년 3900억 달러(한화 약 440조 원) 규모를 넘어서며 전체 의약품 시장의 28%를 차지할 전망이다”고 분석했다.
또 “글로벌 의약품 시장에서 바이오의약품의 비중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향후 20년 이내 기존 케미칼(화학합성)의약품 부문의 70% 가량을 대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바이오시밀러와 오리지널의 경쟁으로 기존보다 20%~40% 정도의 의료비용 절감이 예측되고 있다”며 “향후 5년 내 특허만료 예정인 8개 바이오의약품(휴미라, 엔브렐, 레미케이드, 맙테라, 란투스, 뉴라스타, 허셉틴, 고날에프)의 56개 바이오시밀러가 개발 중으로 이들이 출시되면 의료비 절감은 최대 129조 원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예컨대 유럽에서 적혈구생성촉진인자(EPO), 과립구콜로니자극인자(G-CSF), 인간성장호르몬(HGH) 등의 바이오시밀러가 출시된 이후 환자들의 바이오시밀러 및 바이오의약품 이용률이 100%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오시밀러, 바이오신약 복제약에 불과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바이오시밀러는 ‘특허가 만료된 바이오신약의 복제약’에 불과하다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 바이오베터와 바이오신약을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바이오베터란 바이오시밀러를 개량한 약품으로 기존 바이오의약품보다 ‘더 낫다’(better)는 의미로 바이오베터라 불린다.
바이오시밀러는 기존 바이오 신약을 복제한 수준이라면 바이오베터는 효능과 투여 횟수 등을 차별화한 것이 특징이다. 무엇보다 특허 분쟁을 회피할 수 있어 바이오시밀러 대비 높은 시장 경쟁력을 갖는다.
지난해 제약업계를 뒤흔들었던 한미약품도 바이오베터 기술로 8조 원에 달하는 수출 잭팟을 터트렸다.
한미약품은 바이오의약품의 약효를 최장 한 달까지 연장시키는 독자기술인 ‘랩스커버리’(LAPSCOVERY)를 통해 다수의 바이오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일례로 매일 약을 복용해야 하는 당뇨병 환자가 랩스커버리 기술을 적용한 신약을 처방받으면 한 달에 한 번만 약을 복용하면 된다.
또한 한미약품은 랩스커버리 개발로, 앞으로 상용화될 바이오신약보다 한 발 더 앞서나가는 신약을 개발할 수 있는 뿌리를 갖게 된 셈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약업체 케미칼의약품 시장에서 글로벌 진출에 실패한 이유는 투자 대비 수익성이 높은 제네릭(복제약)에 의존했기 때문이다”며 “모두가 효능은 비슷한 제네릭에 의존하니 경쟁이 치열해지고 리베이트와 같은 부정적인 악습이 생긴 것이다”고 꼬집었다.
이어 “바이오의약품의 시장은 사실상 태동하는 단계”라며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말고 바이오신약 및 바이오베터 개발에 힘써 글로벌 시장을 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또 다른 관계자는 “기업은 이익 실현을 목표로 하는 집단이다. 당장 고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을 두고 돌아가는 것을 어리석은 짓이다”며 “현재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리베이트가 우려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통해 얻은 수익금을 향후 신약 개발에 투자하면 된다”며 “실패 가능성이 있는 사업에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투자는 어리석은 짓이다. 바이오신약을 개발하면 모두가 한미약품처럼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 않냐”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