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서민지Ⅱ 기자] '재계 여장부', '대모' 등의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업계를 뒤흔들던 여성 CEO(최고경영자)들이 줄줄이 검찰에 소환되며 한순간에 몰락했다.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현 유수홀딩스 회장)은 구속이 기각됐지만 비난 여론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은 롯데 오너 일가 중 처음으로 구속영장을 청구받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 박찬호)는 4일 신 이사장에 대해 횡령과 배임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이 롯데그룹 오너 일가 가운데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신 이사장이 처음이다.
신 이사장은 롯데면세점 입점 업체로부터 30억 원의 뒷돈을 받고, 아들의 회사인 비엔에프통상을 통해 40억 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신 이사장은 네이처리퍼블릭을 비롯해 다른 화장품 업체, 초밥 프렌차이즈 업체 G사 등으로부터 면세점 입점 로비 명목으로 30억 원의 돈을 챙겼다. 이 업체들은 신 이사장의 아들이 소유한 명품수입·유통업체 비엔에프통상과 컨설팅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금품을 건넸다.
또한 신 이사장이 비엔에프통상에 자신의 세 딸을 등기임원으로 거짓 등록해 급여 명목으로 돈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세 딸들은 이를 통해 챙긴 돈을 개인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신 이사장은 세 딸 외에 다른 직원 이름을 가짜로 기재한 뒤 급여 명목으로 회삿돈을 빼돌리기도 했다.
이처럼 신 이사장의 혐의가 속속 드러나자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대기업 총수 일가임에도 불구하고 '푼돈 거래'를 한 것에 대해 의아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특히 '유통업계의 대모'로 불리던 그가 비리로 한순간에 몰락한 것에 대해 씁쓸함을 나타내고 있다.
신 이사장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맏딸로 롯데백화점을 국내 대표 유통업체로 성장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73년 호텔롯데에 입사한 그는 1983년 롯데백화점으로 자리를 옮긴 뒤 영업담당 상무와 사장 등을 지냈다. 이때 적극적인 경영으로 롯데백화점의 성장기를 이끌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목 받는 여성 CEO'의 몰락은 최근 악몽처럼 이어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최은영 회장이 지분 고의 매각 논란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최 회장은 한진해운의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 신청을 목전에 두고 보유 주식 전량을 처분하면서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 4월 본인과 본인의 두 딸 조유경·유홍 씨가 보유하고 있던 한진해운 주식 전량 96만7927주를 매각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진해운이 재무구조 개선 및 경영정상화를 위해 채권단에 자율협약을 신청한다고 밝히자 최 회장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가 하락으로 인한 손실을 피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실제로 최 회장은 주식 처분으로 약 10억 원의 손실을 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최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도주 및 증거 인멸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최 회장을 소환해 조사하고 있으며, 이르면 이번 주 중으로 구속 영장 재청구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최 회장 역시 '해운업계의 대모'에서 '먹튀 논란'에 휩싸이며 한순간 추락한 것이다. 최 회장은 2006년 남편인 조수호 전 한진해운 회장의 타계한 뒤 8년간 한진해운을 이끌었다. 이때 최 회장은 '해운 여제'로 불릴 정도로 업계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재계 여성 CEO'들에 닥친 연이은 악재에 따라 이들이 위기를 이겨낼 수 있을지 행보가 더욱 주목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재계의 대표적인 여성 CEO로 불리던 대표들이 줄줄이 시련을 겪고 있다"면서 "신영자 이사장의 구속 여부, 최은영 회장의 혐의 판결에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