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박지혜·서민지Ⅱ 기자·강명진 인턴기자] '식품관은 백화점의 얼굴이다.'
백화점 식품관은 수많은 공간 속에서도 해당 백화점의 색깔을 그대로 드러내는 곳이다. 이 때문에 식품관은 백화점의 얼굴로도 불린다. 실제 국내를 대표하는 백화점 3사인 롯데·신세계·현대 백화점은 각각 추구하는 방향에 따라 식품관을 운영하고 있어 각기 다른 뚜렷한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따라 <더팩트>는 롯데·신세계·현대 백화점 본점을 찾아 각 백화점 식품관이 어떤 차별성을 갖고 소비자들을 맞이하고 있는지 취재했다.
◆ '시장같은' 롯데백화점, '외국인 응대, 수준급'
서울 소공동에 있는 롯데백화점 식품관에서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은 일명 '로드샵'이라고 불리는 중·저가 화장품들이다. 롯데백화점의 식품관은 입구마다 로드샵들이 즐비했으며, 명동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외국인 직원들도 넘쳐났다.
뿐만 아니라 매우 밝은 조명과 외국인·국내인이 뒤섞여 하는 말소리에 마치 시장에 와 있다는 느낌을 줬다. 다만 외국인 관광객의 방문이 많은 만큼 외국인들을 위한 서비스가 타사보다 잘 마련돼 있으며, 연결 통로가 곳곳에 있고 지하철역에 근접해 있어 접근성 면에서 우수했다.
로드샵을 지나 백화점 중앙으로 들어가니 디저트 매장들이 즐비했다. 무엇보다 외국인을 위한 서비스가 인상 깊었다. 식품관 중앙에 외국인에게 안내를 도와주는 직원과 외국인을 위한 안내 팸플릿이 비치돼 있었다. 실제로 많은 외국인들이 이곳을 찾아 도움을 요청했다. 매장과 제품마다 일본어와 중국어, 영어 등을 써놓아 한국어를 모르는 외국인들도 쉽게 쇼핑을 할 수 있었다.
다만 좁은 이동 공간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각 식품 매장마다 간격이 좁아 3~4명이 한꺼번에 이동하기 힘들었다. 이 때문에 여유롭게 디저트를 구매하기보다는 먼저 사야 할 품목을 정해놓아야 편리한 쇼핑을 할 수 있다는 느낌을 받게 했다.
푸드코트의 좌석 역시 한 공간에 옹기종기 모여있어 마치 백화점보다는 대형마트의 푸드코트라는 인상을 풍겼다. 이동 거리가 좁고 가게별로 공간이 분리되지 않아 이러한 느낌은 더했다. 디저트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포장 위주로 판매하고 있음에도 마땅히 앉아서 먹을 곳은 없었다. 식품관 끝쪽에 푸드코트가 마련돼 있긴 하나 주변에는 마련된 공간이 없어 들고 다니며 먹는 고객들도 즐비했다.
또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큰 규모의 건강식품 매장이다. 롯데백화점 식품관의 한 면이 모두 건강식품으로 채워져 있다. 이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롯데백화점의 특성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화장실 시설 역시 백화점 3사 가운데 가장 접근성이 좋았다. 롯데백화점 식품관에는 남녀 화장실 각 2곳, 여성 장애인 전용 화장실 1곳, 가족 화장실 겸 장애인 화장실 1곳이 있다. 특히 식품관 중 푸드코트 이용자들의 화장실 사용 빈도가 높다는 것을 감안해 화장실을 푸드코트 옆에 배치해 편리함을 높였다.
◆'스타일리시' 신세계백화점, '고객 응대는 아쉬워'
신세계백화점 본점 역시 롯데백화점과 마찬가지로 명동에 있으며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다. <더팩트> 취재진에게 신세계 백화점의 첫인상은 '스타일리시'였다.
신세계백화점의 식품관은 각 식품의 특징마다 구역을 나누었다. 일반 식품, 건강식품, 와인 등 단순한 푯말이 아닌 검은색 벽으로 구역을 나눠 소비자들로 하여금 각각 독립된 구역을 방문한다는 느낌을 받게 했다. 여기에 매장별로 특징을 살린 장식물이나 포스터 등을 배치해 통일성 속에서도 각 매장만의 개성을 드러냈다. 이처럼 신세계 백화점은 인테리어에 신경 쓴 모습은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이동 공간은 롯데백화점보다 넓었다. 이 때문에 공간을 이동할 때 여러 명이 한꺼번에 지나간다 해도 큰 불편함이 없었다.
푸드코트도 대형마트의 느낌보다는 고급 레스토랑과 흡사했다. 어두운 조명과 모던한 가구, 깔끔하게 치워진 테이블에 올려진 식탁보 등과 신세계 백화점 특유의 무채색 인테리어가 이같은 느낌을 더했다.
한국의 전통적인 매력을 살린 것 또한 눈길을 끌었다. 한국의 전통 장을 지역별, 재료별, 연도별로 모아놓은 'SSG장방'과 전통주 매장 '우리술방' 등 한국 음식 코너도 따로 마련돼 있었다. 매장 안 역시 도자기 등 한국미가 담길 수 있게 꾸며놔 정체성이 명확히 드러났다.
다만 구역이 나뉘어 있어 롯데백화점과 같이 소비자들이 쉽게 다가가는데 어려움이 있어 보였다. 실제 한 소비자는 "이렇게 하나의 가게처럼 돼 있다보니, 무조건 사야 된다는 생각이 든다"며 "직원들도 계속 물어보고 하니 왠지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이곳 역시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방문하는 곳임에도 외국인을 위한 안내 센터나 팸플릿 등은 마련돼 있지 않았다. 또한 메뉴도 한국어로만 적혀 있어 외국인들이 이용하는 데는 다소 불편함이 있을 것으로 보였다.
신세계백화점은 식품관 입구에 여자화장실 1곳과 남자화장실 1곳이 배치돼있다. 다만 남자화장실은 식품관에서 떨어져 있어 이용자들의 불편함을 초래했다.
◆'정신없는' 현대백화점, 가구점·전자기기 식품관에 '몰아넣기'
압구정에 있는 현대백화점 식품관은 같은 층에 가구점과 전자기기 매장이 함께 있어 '식품관'이라기보다 또 하나의 백화점이었다. 음식 코너를 비롯해 식기구, 침구, 가전제품, 화장품 매장 등 다소 정신없이 배치돼 있어 타사와 달리 '식품관'의 정체성을 잃은 듯했다.
문제는 냄새에 있었다. 식품 매장 바로 옆쪽에 비누, 로션, 향수 등 향이 강한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어 음식 냄새와 섞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가구점과 전자기기 매장에서도 여러 냄새가 나 쇼핑의 재미를 떨어트렸다.
식품관 내부는 롯데백화점과 마찬가지로 이동 공간이 좁다는 느낌을 받게 했다. 아울러 푸드코트 역시 대형마트와 흡사해 백화점이 주는 고급스러운 느낌을 찾을 수 없었다.
뿐만 아니라 중간에 쉴 공간도 없어 불편함이 느껴졌다.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은 중간 중간에 소파, 벤치 등 앉아 있을 곳을 마련해놓은 반면 현대백화점은 이런 공간을 찾기 힘들었다. 식당이나 카페, 푸드코트 등 음식을 먹는 사람의 앉을 공간은 있었지만, 장을 보거나 디저트류 등을 포장해가는 소비자들이 쉬어갈 곳은 없었다. 특히 가구점과 전자기기 매장을 모두 돌아본 후 식품관으로 들어온 소비자라면 불편함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공간의 통일성 또한 느껴지지 않았다. 식품 매장은 조화나 풀 등으로 '자연적인' 모습으로 꾸며놨지만 조금만 옆으로 이동하면 전자제품 등 다소 '딱딱하게' 돼 있어 같은 층임에도 전혀 어우러지지 못했다.
식품관 내 화장실은 3곳이다. 또 같은 층 전자기기 코너 쪽에 남자 화장실 1곳 여자화장실 1곳이 있다. 특히 식품관 내 남자화장실은 이동공간이 매우 좁다. 또 남자 화장실 문을 여닫을 때 여성 고객이 지나가면 남자 화장실 내부를 다 볼 수도 있어 남성소비자들의 불편함을 초래했다.
<백화점 식품관 총평>
(★★★★★기준)
※ 롯데백화점 ★★★☆(3.5)
→관광객을 위한 식품관, 하지만 많은 인파 속 공간 분리 불명확 '혼선 우려'
※신세계백화점 ★★★★☆(4.5)
→동·서양의 조화, 통일된 인테리어 속 매장별 정체성 '뚜렷'
※현대백화점 ★★★(3)
→ 다양한 볼거리, 하지만 '식품관' 정체성은 '애매모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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