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전방위적 롯데그룹 수사가 진행되자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 조기 귀국을 검토했지만 멕시코~미국~일본으로 이어진 기존 스케줄을 소화하기로 했다는 게 그룹측 설명이다.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은 이달 중 개최한다. 16일 일본에 도착한 신동빈 회장은 주총에서 형인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과의 대결도 낙관하고 있다고 한다.
서울행 비행기에서 신 회장은 많은 상념에 잠길 것 같다.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의 집무실까지 압수수색한 검찰의 최종 목적이 무엇인지가 제일 궁금하지 않을까 싶다. 최근 일각에서는 롯데수사를 두고 검찰의 복심이 따로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돈다.
롯데를 때려 특정의 정치세력을 옥죄고 현 정권과 차기 정권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검찰의 존재감을 확인하려는 ‘성동격서(聲東擊西)’설이 그럴 듯하게 회자된다.
지금 검찰은 창이고 롯데는 방패다. 창은 꿰뚫는 공격 무기고 방패는 창을 튕겨내는 방어 장비다. 창은 명분을 앞세워 공격하고 방패는 수세적으로 생존에 힘을 쏟는다. 일반 이치가 그렇다.
검찰은 동시다발적으로 화려하게 속도감 있게 창을 휘두르면서 여론의 관심을 받고 있다. 재벌의 비자금 의혹은 사실여부는 둘째 치고 대중의 호응을 이끌어내는 좋은 재료임은 분명하다.
아마 혐의가 구체화됐다고 내부 판단을 내리는 순간, 이인원 정책본부장(부회장), 황각규 정책본부 운영실장(사장), 소진세 대외협력단장(사장)도 소환하고 결국은 신동빈 회장의 소환조사도 불가피할 것이라는 말마저 검찰 주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검찰의 수사관점은 오너 대주주나 그룹 고위층의 비자금 형성여부, 계열사간 자산-자본거래나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배임여부등이다.검찰의 창에 재계 5위 롯데그룹은 컨트롤타워 부재속에서 초토화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이다. 휴대폰은 압수당하고 거래은행 통장사본을 제출한 임원들이 의기소침해 있음은 당연하겠다.
“국내문제로 국민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책임을 느끼고 있으며 모든 회사는 검찰수사에 적극 협조하도록 이야기하고 있다”며 신 회장은 해외 비즈니스 일정 중 현 사태에 대한 자신의 심경을 피력했다. 검찰수사가 그룹경영에 영향을 끼치느냐는 질문에는 “일정 부분 영향이 있다. 검찰수사가 빨리 끝나길 바란다”고 전했다.
신 회장의 귀국으로 검찰의 롯데수사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는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신 회장은 검찰 수사가 자신을 조준하고 있다고 보고 이를 피하지 않고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것처럼 원칙대로 대응하고 처리할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더불어 검찰의 창술도 보다 정밀했으면 한다. 저인망식 수사가 불가피한 경우도 있겠지만 여론몰이를 위한 피의사실 공표는 꼭 경제차원이 아니더라도 지양해주기를 바란다. 일각에서 진경준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과 홍만표 변호사의 사건을 들먹이는 그 이유를 검찰이 모르지는 않을 게다.
얼마 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나돈 국어문제 하나를 소개한다. ‘불행한 일이 거듭 겹침’이라는 사자성어는? ‘( )( )가( )’ 빈 칸을 채우는 것이다. ‘설상가상’ ‘정부가또’ ‘검사가또’ ‘롯데가또’, 이중에 정답이 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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