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박대웅 기자]삼성물산이 서울 강남 노른자 땅에서 진행중인 재건축 사업에서 '시공사 자격이 없음에도 시공권을 따내기 위해 무리수를 뒀다' 등 숱한 구설에 휘말리고 있다. 진원지는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초우성1차 아파트 단지다. 앞서 삼성물산은 삼성 서초사옥을 기점으로 서초 우성1~3차 단지의 재건축 사업권을 따내며 이 지역에 '래미안타운을 조성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미 진행중인 우성2~3차에 이어 가장 마지막으로 삼성물산은 지난해 1월30일 우성1차 1340세대에 대한 건축심의를 접수하고 같은 해 8월 사업시행인가를 완료했다. 15년여 만에 재건축 물꼬가 트인 셈이다.
문제는 지난해 5월 김모 씨와 이모 씨가 서울 행정법원에 '시공자신고수리처분무효' 소송을 제기하면서 표면화됐다. 이들 주장의 요지는 '삼성물산으로 정한 시공사 선정 방식에 하자가 있는 만큼 시공사 선정 자체가 취소돼야한다'는 것이다. 김 씨와 이 씨는 10여명의 우성1차 입주민 등과 함께 현재 서초 우성1차 조합원협의회(이하 협의회)를 구성하고 시공사 선정 취소와 경쟁입찰 도입을 통한 새 시공사 선정을 주장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2001년 10월27일 열린 '조합 창립 및 시공사 선정 총회'에서 시공사로 선정됐고, 그 해 12월 조합과 삼성물산은 공사도급 약정(MOU)을 체결했다. 삼성물산은 "당시 총회에서 '토지 소유자의 2분의 1이상 찬성으로 시공사로 선정됐다"고 밝혔지만 2003년 '공개경쟁입찰'을 명문화한 도시정비법(이하 도정법)이 제정되면서 이같은 주장에 의문부호가 따라붙고 있다.
도정법은 2003년 7월1일 시행에 앞서 '2002년 8월9일 이전에 '토지 등의 소유자 과반 동의'로 선정된 시공사는 경과 규정을 적용, 재건축사업자로 인정하며 법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2003년 8월31일까지 시장·군수 등에게 신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 도정법 시행 이전 선정된 시공사의 경우 2003년 8월31일까지 요건을 갖춰 관할 자치단체에 신고하면 시공사 지위를 인정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삼성물산은 2003년 8월 서초구청에 '토지 등 소유자 786명 중 409명이 참석, 403명이 찬성해 소유자 대비 찬성율 51.3%로 과반 이상을 획득했다'며 시공사 선정 사실을 신고했다.
하지만 2001년 총회 당시 회의 속기록은 삼성물산의 설명과 다른 내용을 담고 있다. 회의록에 따르면 당시 조합장이던 고모 씨는 '시공사 선정 건 투표결과 서면결의서 포함 총 투표 400명 중 직접 비밀투표 찬성이 182명, 서면결의 찬성이 209명으로 찬성합계 391표. 반면 비밀투표 반대 4명, 서면결의 반대 4명, 무효 1명이다'라면서 '삼성물산이 재건축 시공사로 선정됐음을 선포한다'고 말했다.
삼성물산과 총회 속기록 속 12표의 찬성표 차이가 난다. 이는 삼성물산이 서초구청에 제출한 시공사 선정 신고서의 786명을 기준으로 하면 과반인 393명에 모두 못미치는 수치다. 때문에 삼성물산이 도정법 시행에 앞서 과반 동의를 끼워 맞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여기에 애초에 삼성물산이 '소유자 등 과반이 동의했다는 주장 자체가 거짓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고개를 들고 있다.
2009년 12월9일 서초구청은 당시 입주자대표회장 윤모 씨가 '토지소유자 과반이 동의했다는 내용을 입증할 서류를 공개하라'며 청구한 정보공개에 회신을 보냈다. 정보공개 내용을 보면 '삼성물산은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제7조 2항 규정에 의거 지위를 인정받았지만, 토지소유자 2분의 1 동의 등의 서류는 제출되지 않아 공개할 사항이 없다'고 명시돼 있다.
국토교통부 주택관리과 관계자는 "2003년 당시 기준으로 시공계약서 또는 주민동의서를 제출해 신고하면 시공사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었다"며 "주민 과반 동의 서류가 제출되지 않았다면 시공계약서가 제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같은 질문에 대해 불과 한 달도 안돼 서초구청의 답변은 달라졌다. 2010년 1월13일 서초구청은 입주자대표회장 윤 씨에게 '우성1차 아파트 시공자 지위 인정에 따른 관련규정 위배여부 질의 사항은 우성1차 아파트 추진위원회에 의견 및 관련 서류 검토 결과 토지등 소유자 2분의 1이상 동의를 얻어 적법하게 선정 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고 밝혔다. 앞서 '주민 과반 동의 관련 서류가 없다'에서 '주민 과반 동의를 얻어 적법하게 시공사로 인정됐다'고 말이 바뀐 것이다.
삼성물산이 주민 과반 이상의 동의를 얻었는지를 가를 12장의 합의서는 지난 4월 공개됐다. 앞서 지난 3월29일 우성1차 아파트 입주민 40여명은 서초구청을 찾아 구청장과 면담을 요구했다. 서초구청장은 원만한 해결을 약속했고, 일주일여 뒤인 지난 4월4일 12장의 동의서를 찾았다며 이를 협의회 및 서울행정법원 측에 전달했다. 협의회는 확보된 12장의 동의서를 분석해 시공사 선정 과정의 하자를 밝히겠다는 입장이다.
삼성물산의 시공사 지위 인정과 관련해 경쟁입찰을 통한 새 시공사 선정이라는 협의회와 달리 조합 그리고 삼성물산과 서초구청은 각각 다른 반응을 보였다.
현재 협의회 측이 제기한 시공자신고수리처분무효 소송을 맡고 있는 법무법인 도담 측 변호인은 <더팩트>에 "삼성물산이 2001년 주민총회의 시공사 선정과 관련해 과반 동의를 얻지 못하자 2003년부터 6월까지 사업 시행구역 내 토지 등 소유자 12명으로부터 추가 동의를 얻었고, 같은 해 8월 서초구청에 시공사 선정 사실을 신고했다"며 "법적 효력이 없는 기준 일자에 과반 동의를 얻은 삼성물산에 대한 시공사신고수리 처분은 취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신반포2차 아파트 재건축 시행사 과정에서도 이와 똑같은 사례로 법정 공방을 벌인 바 있고, 지난 2013년 항소심에 이어 대법원에서도 시공사 무효 판결을 내렸다"며 "이번 소송은 재건축 자체를 문제삼는 것이 아니다. 다만, 공정한 방식으로 다수의 시공사 간 경쟁을 통해 좀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 업체가 공사를 주도하는 것이 재건축 기한이 일부 지연되는 것 보다 더 가치가 있다는 판단에서 소송을 진행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서초우성1차 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협의회가 '딴죽을 걸고 있다'고 밝혔다. 조합이 지난 5월31일 조합원에게 배포한 소식지에서 '삼성물산은 2001년10월27일 주민총회에서 공개경쟁입찰에 의해 개인 비밀투표로 합법적으로 선정됐다'며 '지난해 5월 제기한 소송이 이미 1년이 지나가고 있지만 1심 판결도 나지 않았다. 소송은 재건축 지연으로 이어지며 그 피해는 조합원에게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시공사 선정은 적법하며 협의회가 조속한 재건축 진행을 막고 있다는 주장이다.
삼성물산은 이같은 논란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지난 2003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의거, 서초구청으로부터 서초우성1차 단지를 비롯한 5개 아파트에 대한 시공사 선정 지위를 인정받았고, 지금까지 재건축 사업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시공사로서의 역할에 충실했다"며 "관할 구청에서조차 '관련 규정에 적합하다'며 시공사 선정과정에서 아무런 문제도 없다고 인정한 사안을 두고 10여 년이 지난 시점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회사 측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초구청 측 역시 "서초우성1차 단지 재건축 사업과 관련한 삼성물산에 대한 시공사 선정 신고처리 과정은 적법하게 이뤄졌다"면서 "하지만 이미 소송이 진행된 사안인 만큼 본안 소송 결과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서초 우성1차아파트 재건축 사업은 다음 달 25일 관리 처분 총회를 열고 재건축 사업에 속도를 낸다. 또한 협의회가 제기한 삼성물산의 시공사신고수리처분무효 소송은 오는 24일 공판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