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그랜저 출시 '초읽기' 현대차 '아슬란' 미래는?

현대자동차의 준대형 세단 그랜저의 6세대 모델 출시가 초읽기 단계에 들어가면서 업계 일각에서는 현대차의 최상위 모델 서열 정리 가능성을 점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5세대 그랜저(왼쪽), 아슬란 /더팩트 DB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올해 하반기 완성차 업계 '맏형'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가 내놓을 그랜저의 '풀체인지' 모델 '신형 그랜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대차에 따르면 지난 2011년 이후 6년 만에 새로 내놓는 6세대 신형 그랜저는 지난 1월 출시된 기아자동차의 2세대 'K7'과 의 파워트레인을 공유, 가솔린 2.4 GDi와 3.3 GDi, 디젤 R2.2 e-VGT, LPG 3.0 LPi, 하이브리드 모델 등 모두 5가지 라인업으로 운영된다.

기아자동차의 'K7', 한국지엠 '올 뉴 말리부'와 '임팔라', 르노삼성자동차의 'SM6' 등 신차들이 잇달아 출사표를 던지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후발주자' 신형 그랜저가 준대형 시장에서 쌓아온 베스트셀링카의 명성을 이어갈 수 있을지도 관전 포인트로 꼽히지만, 현대차의 최상위 모델 '서열 정리'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현대차의 최상위 모델은 엄밀히 말하면 '그랜저'가 아닌 '아슬란'이다. 제네시스 브랜드 론칭 이후 '제네시스'와 'EQ900' 등 최상위급 후륜 세단이 라인업에서 제외되면서 '아슬란'이 현대차의 플래그십 세단 역할을 맡게 된 것. 내수전용 모델이라는 제한성도 있지만, 차량의 성능이나 콘셉트를 비교하면 '아슬란'이 더 상위 모델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업계에서 바라보는 시선은 다르다. 아직도 많은 소비자들이 현대차의 최상위 모델로 '아슬란'이 아닌 '그랜저'를 지목한다. 가장 큰 원인은 판매실적에서 찾아볼 수 있다.

현대자동차에 따르면 아슬란은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761대가 판매됐다.

'아슬란'의 지난해 판매량은 8629대다. 이는 지난달 현대차의 중형 세단 '쏘나타'의 월 판매량과 비슷한 수준이다. 특히, 자동차 구매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11월과 12월에도 700대의 벽을 넘지 못했다.

지난해 12월 현대차가 특단의 조치로 고급사양을 늘리면서도 가격을 낮춘 '2016년형 아슬란'을 출시하는 등 각고의 노력에 나섰지만, 판매량은 조금도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올해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아슬란은 평균 월 판매 200대 벽을 넘지 못한채 761대가 판매되는 데 그쳤다. 이는 같은 기간 그랜저의 판매량(1만8632대)과 비교하면 5%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올 하반기 '신형 그랜저' 출시 이후 내년부터 '아슬란'의 생산이 중단, 다시 말해 단종절차에 들어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간 신차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시장 상황 역시 아슬란의 '단종설'에 무게를 싣는다. 준대형 시장에서 만년 1위를 지켜온 '그랜저'는 지난 1월 기아자동차가 출시한 'K7'에 밀려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3개월 연속 2위에 올랐다.

여기에 최근 두 달 동안 9000대 이상이 판매된 르노삼성이 지난 3월 출시한 'SM6'와 그랜저(5세대)보다 긴 차체(전장 -말리부 4925㎜/그랜저 4920㎜)와 경쟁 중형 세단보다 뛰어난 동력성능을 강조하며 출사표를 던진 한국지엠의 '올 뉴 말리부'가 중형차와 준대형차 수요를 끌어모으고 있는 것 역시 현대차로서는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기아자동차의 K7과 르노삼성 SM6, 한국지엠 올 뉴 말리부 등 국내 중대형차 시장 내 신차 경쟁이 그 어느 때 보다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K7, SM6, 올 뉴 말리부(왼쪽부터 시계방향)

한 업계 관계자는 "업계 간 경쟁이 치열한 만큼 현대차에서도 '잘하는 것에 더욱 집중하자'는 방향으로 신차 출시를 비롯한 경영 플랜을 짤 것"이라며 "출시 30주년을 맞은 '그랜저'는 '아반떼'와 '쏘나타'에 이어 현대차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모델인 만큼 새로 출시할 그랜저에 각별히 신경을 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반면, 아슬란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가능성이 크다. 현대차에서도 제네시스 출범을 기점으로 '그랜저'를 사실상 자사 글로벌 플래그십 세단으로 인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픈 손가락'이 된 아슬란에 적극적인 투자를 할 가능성은 매우 적어 보인다"라며 "구체적인 시기를 예상할 수는 없지만, 아슬란이 과거 출시 3년 만에 단종된 '마르샤'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전망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신형 그랜저의 출시 시기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지만, 올 하반기 내 시장에 내놓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제네시스 브랜드 론칭 이후 그랜저가 (현대차의) 최상위 모델 역할을 맡게 된 만큼 국내외 시장에서 새 모델이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슬란'의 단종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아슬란'이 저조한 판매 실적을 보이고 있는 것은 맞다. 그러나 아직 출시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모델이고, 회사 내부에서도 '아슬란'의 생산 중단에 관해 어떠한 계획도 가지고 있지 않다"며 단종설을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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