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황진희 기자] 이경섭 농협은행장이 올해 초 취임식에서 “출범 5년차를 맞는 농협은행은 일류은행으로 비상하느냐, 삼류은행으로 추락하느냐의 기로에 서있다”며 “불명예스럽게도 출범 이후, 농협은행은 단 한 번도 경영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은행장의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올해 1분기 농협은행은 실제 ‘실적쇼크’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고, 2분기 역시 조선업과 해운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경우 암울한 성적표를 받아들 우려가 높아졌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지주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은 894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0%(482억 원) 줄었다.
이는 주력 계열사인 농협은행의 부진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농협은행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322억 원으로 전년보다 64.2% 감소했다. 농협은행의 1분기 이자이익은 1조522억 원으로 전년보다 0.4% 늘었고 수수료 이익은 743억 원으로 6.8% 감소했다. 순이자마진은 1.84%로 전년 동기보다는 0.19% 포인트, 전분기보다는 0.10% 포인트 떨어졌다.
그러나 농협은행이 주채권은행인 중견해운사 창명해운은 지난달 11일 서울중앙지법 제3파산부에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고, 농협은행은 창명해운 여신 4000억 원에 대해 충당금 1944억 원을 쌓았다. 농협은행이 올 1분기에만 창명해운 등 조선·해운업종에 적립한 충당금은 3328억 원에 달한다.
현재 농협은행은 STX조선해양에 7700억 원, 대우조선해양에 1조5000억 원의 여신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의 생사 여부에 따라 농협은행의 향후 실적이 결정되는 셈이다. 만약 이들 조선사 중 하나라도 무너지게 되면 농협은행은 또 다시 수천억 원대의 충당금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이처럼 농협은행의 순이익이 급격히 하락한 것은 조선·해운업 충당금 적립에 따른 것으로 현재 농협은행은 STX조선해양에 대한 선수금환급보증(RG) 4000억 원, 성동조선 1700억 원 등 조선업체에 대한 RG는 2조 원에 달한다. RG란 선주가 조선사에 미리 지급한 배값에 대해 은행이 지급보증을 서는 것을 말한다. 조선사는 RG 보증료로 은행에 보통 계약금의 0.3~0.4% 정도를 내고 조선사 계약 기간에 맞춰 선주에게 배를 인도하면 은행은 보증의무가 사라지고 보증료는 수익이 된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농협은행이 실적쇼크가 1분기에만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이 조선, 해운산업에 대한 충당금을 많이 쌓아놓으라고 주문한 만큼 2~3분기도 실적을 장담할 수 없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지난 3일 기자간담회에서 “부실채권 정리는 적자가 나더라도 한 번 정리해야 빠른 회복을 할 수 있다”며 “1분기에 조선, 해운산업에 대한 충당금을 많이 쌓으면서 실적이 좋지 않았다. 2분기, 3분기도 실적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빅베스 등을 실시해 부실채권을 정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2~3분기 실적 악화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인 발언으로 풀이된다.
임정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운업종 구조조정으로 최대 투자자인 지역단위 농협 등 상호금융기관의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해운업종에서 시작된 구조조정이 조선업종에서도 진행되는 만큼 국내 은행권의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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