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박지혜 기자] 한국P&G와 일부 학자들이 생활화학제품인 페브리즈의 성분을 두고 무해하다와 치명적이라는 의견으로 엇갈리고 있어 소비자들의 불안이 깊어 지고 있다. 특히 최근 화학제품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천연 제품을 직접 만들어 사용하자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성분 공개 안해' 버티던 페브리즈, 5년 만에 공개
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환경부가 섬유 탈취제인 페브리즈의 흡입 독성에 대한 시험을 진행하고 이에 대한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환경부가 페브리즈의 유해성 검사에 나선 것은 최근 페브리즈 구성 성분이 폐에 치명적인 위해를 줄 수 있다는 의혹이 잇달아 제기됐기 때문이다.
페브리즈 섬유 탈취제에는 항균제로 쓰이는 암모늄 클로라이드 계열 디데실디메틸염화암모늄(DDAC)이 포함돼 있으며 페브리즈 에어 공기 탈취제와 화장실용 공기 탈취제에는 미생물억제제(보존료)로 쓰이는 벤조아이소사이아졸리논(BIT)이 들어있다.
학계에서는 DDAC의 동물실험 결과 폐 염증과 섬유화를 야기할 수 있다는 논문이 이미 보고됐으며, DDAC가 세포 변형을 유발한다는 연구도 진행된 바 있다. 또 미생물 억제제인 BIT는 가습기 살균제에 사용된 CMIT 등과 같은 계열의 성분이고, 유럽에서는 산업용으로만 쓰이는 물질로 알려지면서 위해성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페브리즈의 안이한 대응 역시 논란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국내 시민단체들은 지난 2011년부터 한국 P&G에 페브리즈의 전성분을 공개하라고 요구했지만 그동안 한국 P&G는 침묵으로 일관하며 원료를 일체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옥시레킷벤키저를 시작으로 생활화학제품에 대한 사회적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5년 만에 성분을 공개한 것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페브리즈가 제품의 위해성을 숨기기 위해 침묵으로 일관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 여론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옥시를 시작으로 사회전반에 생활화학제품에 대한 불신이 시작된 가운데, 정부의 부실한 화학물질 규정이 겹치면서 소비자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페브리즈가 과거처럼 침묵으로 일관할 경우 '제2의 옥시'가 될 수 도 있는 만큼 서둘러 성분을 공개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페브리츠 측은 이러한 논란에 대해 미국, 유럽, 일본 등 국제적 안전성 기준을 준수하고 있고 전 세계 70여개 국가에서 판매될 정도로 안전성은 이미 검증됐다고 해명하고 있다.
환경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섬유탈취용 페브리즈에는 항균제인 암모늄 클로라이드 계열의 DDA가 0.14%, 공기탈취용 페브리즈에는 미생물억제제인 BIT가 0.01% 각각 들어 있었습니다. 실제 미국의 경우 섬유탈취제에 DDAC를 0.33%까지 넣을 수 있다.
◆천연 제품에 대한 수요 급증 '직접 만들어 쓰자'
그러나 문제는 이들 성분을 직접 흡입했을 경우 인체에 발생하는 위해성에 대한 보고서가 없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사용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생활화학제품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면서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천연살균제를 만들어 사용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2살된 딸을 키우고 있는 최모(29·여)씨는 "워낙 광고도 많이하고, 이미지도 좋은 제품이라서 믿고 사용했는데 아이가 조금이라도 마시게 되면 잘못될까봐 페브리즈 사용을 안하고 있다"며 "번거롭더라도 직접 만들어서 쓰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판단돼, 천연살균제 만드는 방법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모(33)씨는 "어른들도 유해한 물질에 노출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 큰데 특히나 아이를 가진 부모라면 더 클 수 밖에 없을 것 같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편리하기만 했던 생활화학제품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