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성년의 날은 '장미꽃+모텔'? "옛말이죠"

성년의 날인 16일 오후 서울 신촌 대학가 노점상에서 장미를 판매하고 있다. /신촌=서민지 기자

성년의 날 신촌 대학가 가보니…"특수 사라진 지 오래"

[더팩트ㅣ신촌=이성락·서민지Ⅱ 기자] 16일 오후 서울 신촌에는 새내기 성년들의 행복을 빌어주려는 듯 따사로운 햇살이 거리 곳곳을 내리쬐고 있었다. 반면 성년의 날 '특수'를 노리고 대학가로 나온 장미꽃 노점상들의 얼굴엔 그늘이 짙게 깔려있었다.

"꽃다발은 하나도 팔리지 않았네요..."

이날 오전 8시부터 연세대학교 정문을 지켰던 노점상 A 씨는 말 그대로 쪽박을 찼다. '성년의 날이 대박'이라는 주변 지인의 말을 듣고 목 좋은 곳에 노점상을 열었지만, 판매가 시원치 않다. A 씨는 "팔린 장미꽃을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만큼 상황이 좋지 않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실제로 신촌 대학가에는 장미꽃을 손에 든 대학생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성년의 날을 맞아 줄지은 노점상의 행렬 또한 보이지 않았다. 성년의 날 대표적인 선물인 향수 매장에서도 "30~50% 세일을 하고 있는데도, 판매가 크게 늘지 않았다.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내심 섭섭해 했다.

신촌 연세로 거리를 걷고 있는 사람들. /신촌=이성락 기자

로맨틱했던 성년의 날 분위기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게 학생들의 설명이다. 이날 성년을 맞은 대학생 김 모(20·여) 씨는 "교내에서도 꽃을 들고 다니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며 "(성년의 날이라고) 그다지 특별한 분위기는 아니다"고 말했다. 신촌 거리에서 장미꽃을 판매하고 있던 노점상 B 씨는 "보시다시피 손님이 거의 없다. 지난해보다 판매량이 30~40% 정도 감소했다"고 하소연했다.

해가 저문 뒤 신촌역 인근 모텔촌으로 자리를 옮겼다. 모텔은 성년의 날 특수를 확인해볼 수 있는 장소 중 하나다. 특히 신촌역 인근 모텔촌은 버뮤다 삼각지대에 비유해 커플이 들어가면 사라진다고 해서 '신촌 삼각지대'로 불린다. 다양한 유흥시설과 맞닿아 있어 매번 '만실'을 기록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성년의 날인데, 모텔 예약이 많지 않으냐"라는 질문에 D 모텔 점주는 다소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이어 "성년의 날이라고 특별히 손님이 많진 않다"고 잘라 말했다. 다른 모텔 역시 마찬가지였다. 업주들은 "다른 월요일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입을 모았다.

신촌역 인근 모텔은 평일에도 만실을 기록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신촌=이성락 기자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성년의 날에는 장미꽃을 쥔 채 모텔을 찾는 커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일부는 이런 젊은이들을 두고 '성인의 날에 펼쳐지는 민망한 성인식'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이런 모습은 완전히 사라진 것처럼 보였다. Y 모텔 업주는 "'불황'에는 기념일도 소용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모텔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숙박 애플리케이션(앱) 업계에서도 성년의 날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모양새다. 모텔이 성년의 날과 같이 이슈성으로 찾는 장소가 아니라, 이제는 일상적인 데이트코스로 자리매김했다는 설명이다.

숙박 앱 여기어때 관계자는 "성년의 날이라고 갑자기 모텔을 많이 이용하거나 그러진 않는다"며 "20~30대 젊은층들은 보통 1~2주에 한 번 정도 모텔에 가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성년의 날엔 모텔' 등 따로 의미를 부여할 필요성이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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