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백화점서 '김영란법' 기준 선물세트 찾아보니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굴비·한우·과일 선물세트의 가격은 대부분 5만 원을 훌쩍 넘긴다. /명동=이성락 기자

주요 백화점 가보니…"5만 원으로 굴비·한우·과일 선물세트 못 사"

[더팩트ㅣ명동=이성락 기자] "그냥 선물하지 말란 말이죠?"

13일 오후 서울 명동에서 만난 30대 남성은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을 이같이 받아들였다. 한우를 판매하는 관계자 역시 "선물세트를 5만 원에 맞춰 판매하기는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김영란법'의 '경제 위축 효과'를 놓고 다양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이와 관련해 백화점 등 유통업계에서는 법 시행에 대한 거부감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 '부패 청산'이라는 취지는 좋지만, 선물의 가격을 5만 원으로 제한한다는 내용에 현실성이 없다는 설명이다.

<더팩트>가 이날 오후 찾은 명동 인근 롯데·신세계 백화점 매장에서는 "('김영란법'으로 인해) 당연히 피해가 발생한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백화점은 고가의 선물 수요가 많아 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된다면 직·간접적인 매출 타격이 예상되고 있다.

선물용으로 인기가 많은 한우, 굴비, 과일을 위주로 살펴봤다. 가장 먼저 찾은 롯데백화점 굴비 판매점에서는 8가지의 굴비선물세트를 마련해놓고 있었다. 가격은 천차만별이었지만, 5만 원으로 살 수 있는 상품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신세계백화점에서는 다소 저렴한 굴비선물세트도 판매했다. 가장 싼 상품은 4만 원대, 그러나 선물용으로 포장하면 가격이 더해졌다. 특히 크기가 큰 굴비를 선택하자 가격은 20만 원을 훌쩍 넘겼다.

신세계백화점을 찾은 한 고객이 과일 선물세트를 구입하고 있다. /명동=이성락 기자

한우 판매점도 마찬가지였다. "가장 저렴한 선물세트가 무엇이냐?"고 묻자 판매 상인은 "등급, 포장방법, 양에 따라 가격을 낮출 수 있다"면서도 "가장 저렴하게 선물하더라도 대개 15만 원 이상을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일의 경우는 굴비·한우와 달리 직접 어떤 과일을 구성하느냐에 따라 가격이 달라졌다. 그러나 5만 원 이하로 상품을 구입하기란 어려워 보였다. 판매점에 진열된 상품 중 가장 저렴한 과일 선물세트는 7만 원대였다. 바구니 등 포장 없이, 멜론 등 비싼 과일을 피하더라도 6~7개 과일을 상자에 담았더니 5만 원을 넘겼다. 신세계백화점 매장 직원은 "고객들은 10만 원대 과일 선물세트를 가장 많이 구입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렇듯 백화점 내 선물세트의 가격은 대부분 5만 원 이상이다. 13일자로 입법 예고된 '김영란법'이 시행되기까지 4개월 넘게 남았지만, 유통업계가 즉각적인 반응을 보인 이유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들은 어느 정도의 피해를 이미 인식하고 있었다. 백화점 측은 선물 가격 상한선을 맞추기 위해 상품 단위를 재설정하는 등의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반면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아직 법이 시행되지도 않은 시점에서 '효과'와 '부작용'에 대한 이야기만 난무한다는 지적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우려스러운 건 사실이다. 특히 한우와 굴비를 생산하는 농어민들의 피해가 걱정된다"면서도 "아직 시간을 두고 지켜볼 필요성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정표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법의 목적이 뚜렷한 만큼 시행을 한 뒤에 그 목적대로 나타나는지 지켜봐야 한다"며 "만약 그때 가서 누군가가 큰 피해를 보는 등 부작용이 발견되면 조금씩 고쳐나가는 방향으로 진행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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