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재곤 세상토크] 문제는 경제다! 정답은 소통이다!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은 13일 제20대 총선일에 재벌 총수로는 드물게 투표하고 나오는 모습이 <더팩트>카메라에 잡혀 눈길을 끌었다. /한남동=서민지 기자


[더팩트ㅣ명재곤 기자]‘문제는 경제다! 정답은 투표다!’고 외친 더불어민주당(더민주당)이 제20대 총선에서 원내 1당이 됐다. ‘문제는 경제야, 잃어버린 8년을 심판하자’는 구호 등이 서울등 수도권의 야성 표심을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더민주당은 비례대표를 포함해 123석을 차지, 집권여당인 새누리당보다 1석을 앞섰다. 야권 터전인 광주 등 호남에서 국민의당 녹색열풍에 휘말려 참패했지만 수도권과 영남권에서의 기대이상 선전으로 ‘경제’이슈가 차후 대선으로 가는 정국의 제1화두임을 확인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 주신 과분한 사랑 잊지않겠습니다”라는 여당 후보의 낙선인사가 잊혀질 때 우리는 일상 속으로 묻혀 들어가지 않을까 싶다. 일상은 다시 먹고 사는 길이다.

< 더팩트>는 조카 박정원 회장에게 두산그룹 회장직을 물려준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이 투표소를 찾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고 나오는 일상 모습을 포착해 눈길을 끈 바 있다. 기표소에서는 회장도 취업준비생도 동등했다.

취업절벽에 막힌 20대도 자신을 위한 정치적 행위에 적극 나섰다.

이번 총선에서 20대의 투표율은 58.0%로 지난 2004년 17대 총선(60.6%)이후 12년 만에 가장 높았다. ‘헬조선’악몽에 시달리는 20대들이 ‘투표는 밥이다’며 참정권 방아쇠를 당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집권여당 새누리당과 ‘여소야대’지형을 구축한 더민주당과 국민의당은 향후 더 ‘경제’를 입에 달고 살 것이다. ‘경제 활성화’를 앞세운 여당과 ‘경제민주화’기치를 내건 야당간 ‘민생 경제’경쟁은 정치 지형 변화의 후폭풍속에서 더욱 뜨거울 전망이다.

경제활성화와 경제민주화의 개념이 ‘창조경제’의 그것처럼 아직 명확하지는 않지만 표면상 공통분모는 ‘경제’다.

20대 총선에서 희비가 엇갈린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더민주당 김종인 비대위 대표,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더팩트DB


“규제개혁은 대한민국 생존전략입니다. 20년 동안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아온 기득권 중심의 규제산업을 해체하겠습니다.”(새누리당)

“비정규직은 줄이고 쉬운 해고를 막고 정년을 보장하는 일자리 혁명의 정치를 시작하겠습니다.”(더민주당)

“휴대폰, 자동차로 먹고사는 시대가 끝나갑니다. 앞으로 20년, 30년을 뭘 먹고 살지 정치가 답해야 합니다.”(국민의당)

각 당 비례대표 선거공보를 보면 정치권이 경제를 걱정하고 활로를 찾고자 하는 심경은 총론입장에서 그리 다를 바도 없다. 각론과 누구를 위한 경제인가가 의문일 뿐이다.

20여 년 전 국내 굴지그룹 오너 총수는 ‘기업은 2류, 행정은 3류, 정치는 4류’라며 정치가 기업의 발목을 잡는다고 비판했다가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글로벌 경쟁의 혁신적 변화와 속도에 상대적으로 정치부문이 발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경제관점의 마땅한 일침이었지만 정치로 밥벌이하는 이들에게는 껄끄러웠나 보다.

하지만 총선 민심에 따르면 정치는 경제를 책임지지 못했고, 지금도 오히려 발목을 잡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설득력이 없는 게 아니다.

“재계 입장은 내심 불편합니다. 야권의 승리로 이익공유제나 성과공유제 같은 경제민주화 관련법들이 추진될 가능성이 커 기업경영 환경이 20대 국회 초기에는 녹록치 않을 겁니다.” 4대 그룹 한 임원의 우려섞인 전망이 현실화될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기업들은 일단 여소야대 국회에 대해 경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또 다른 임원은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이 경제활성화와 경제민주화정책(입법)에서 어떤 스탠스를 취할지도 애매모호하다”며 “정치판 불예측성이 경제 불예측성을 자아내면서 기업들은 눈치보기 경영에 나설 수밖에 없는 처지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재계가 20대 총선 결과가 여소야대로 국회 지형이 뒤바뀐 후 경제민주화바람이 거세게 불지 않을까 잔뜩 긴장하고 있다. 사진은 삼성, 현대차,SK,LG그룹 모습. /더팩트 DB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총선프레임’이 ‘경제심판’이었던 만큼 경제를 어렵게 만드는 정책을 펼치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총선 논평을 바로 내놓은 것은 이런 기득권 재계의 우려감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여야가 경제 민심을 잡기 위해 합리적 정책경쟁을 하면서 기업환경이 더 나아질수 있다는 기대감도 존재한다.

▲고용의무 할당제 확대등으로 청년 일자리 70만 개 창출. 법인세율 인상(더민주당) ▲노인빈곤 제로시대. 의료비 부담완화 및 공공의료 확충(국민의당) ▲2020년까지 국민 평균월급 300만원 (정의당)

여소야대 속 야권의 눈에 띄는 경제관련 공약들이다. 야권 각 당은 자신들이 내놓은 공약 실행을 위해 정치력을 발휘할 것이다. 세대간, 계층간 이해상충 집단의 조율을 통해 실현되는 공약이라면 두 손 들어 환영할 그것들이다. 그러나 현실도 과연 그럴까.

‘문제는 경제다! 정답은 투표다!’라는 구호도 제 역할을 다했다.

쇼는 끝났다. 이제부터는 실천이다. ‘문제는 지금부터’라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곳곳에서 나온다. 어떻게 공약을 이행할 것이며, 그 과정에서 오히려 또 다른 갈등요소를 야기하지 않을까 하는 기우 아닌 기우에서다.

박근혜 정권의 문제중 하나로 소통부족을 꼽는 이들이 많다. 문제라는 경제의 정답을 찾는 길에서 여소야대의 국회가 불통으로 문제를 더 꼬아서는 안된다. 경제민주화도 한국 자본주의 구조에서는 재계와 소통속에서 청사진을 그려야하지 않을까 싶다.

재계도 곳간에 돈만 쌓아두지 말고 서민경제 활성화를 위해 고민해야 한다. ‘문제는 재벌이다!’는 외침이 어떤 이유에서든 오래전부터 나왔다는 걸 모르지는 않지 않은가.

sunmoon41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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