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서재근 기자] 수입차 구매 비중이 늘어나면서 이른바 메르세데스-벤츠(이하 벤츠), BMW, 아우디 등 이른바 독일 '빅3'는 국내 시장에서도 '고급차'를 대변하는 완성차 메이커로 잡았다.
더욱이 벤츠의 'S클래스', BMW의 '7시리즈', 아우디의 'A8' 등 각 사를 대표하는 '플래그십 세단'은 회사의 기술력을 대변하는 최상위 모델로서 고급차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국내 완성차 업계의 맏형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가 아닌 글로벌 제조사의 플래그십 세단을 선호하는 재계 총수들 사이에서만큼은 '빅3'가 아닌 벤츠와 BMW의 양강구도 양상이 뚜렷하다.
수입차를 고수하는 국내 대기업 총수 가운데 '벤츠' 브랜드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것으로 알려진 주인공은 롯데그룹의 수장 신동빈 회장이다. 지난 2007년 벤츠 S클래스 'S500'을 시작으로 줄곧 벤츠 차량만 고집해 온 신동빈 회장은 업무용 차량으로 지난 2013년 출시된 '더 뉴 S클래스'의 최상위 모델인 'S 600 Long' 모델을 타고 다니며 벤츠의 플래그십 세단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고 있다.
국내에서는 '벤츠'를 고집하는 신 회장이지만, 일본에서는 현지 '국민차'로 불리는 토요타의 럭셔리 브랜드 '렉서스'의 플래그십 세단 '렉서스 LS'를 타고 다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신 회장은 지난해 8월 진행된 일본 롯데홀딩스 임시 주주총회에서도 검은색 렉서스 LS를 타고와 눈길을 끈 바 있다.
신 회장 외에도 GS그룹의 수장 허창수 회장과 조석래 효성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등도 '벤츠'의 플래그십 세단을 업무용 차량으로 선택해 지금까지도 대내외 주요 행사 때미다 애용하고 있다.
벤츠 'S클래스'의 판매 가격은 신 모델 기준으로 '더 뉴 S 350 BlueTEC' 1억2800만 원, '더 뉴 S 350 BlueTEC 4MATIC' 1억3250만 원, '더 뉴 S 350 BlueTEC Long' 모델 1억4180만 원, '더 뉴 S 400 Long' 모델 1억5260만 원~1억5750만 원, '더 뉴 S 500 Long' 1억9230만 원, '더 뉴 S 500 4MATIC Long' 모델 1억9230만 원이다.
최고 출력 530마력과 최대 토크 84.7kg.m의 힘을 발휘하는 'V12 가솔린 엔진'이 적용된 확장형 최상위 모델인 '메르세데스 마이하브 S클래스'의 경우 'S 600 Long'이 2억 6700만 원, '더 뉴 S 63 AMG 4MATIC' 모델이 2억400만 원이다.
BMW의 최고급 세단 '7시리즈'를 업무용 차량으로 타고 다니는 총수들도 눈에 띈다. 이웅열 코오롱 그룹 회장은 수년째 BMW의 플래그십 세단을 업무용 차량으로 사용해 온 것으로 유명하다. 최근에는 그룹 대내외 행사에 롤스로이스를 타고 다니는 광경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 회장이 BMW 브랜드를 고집하는 데는 코오롱그룹의 수입차 딜러사 사업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코오롱 그룹은 BMW와 MINI, 롤스로이스 등 완성차는 물론 BMW모토라드를 비롯한 모터사이클 부문에 이르기까지 BMW그룹의 국내 딜러샵을 운영하고 있다.
이웅열 회장 외에도 구본준 LG 부회장과 고 허정구 전 삼양통상 명예회장의 차남인 허동수 GS칼텍스 회장 역시 '7시리즈'를 애용하고 있다.
BMW '7시리즈'의 판매 가격은 신 모델 기준 '뉴 730d xDrive' 1억3130만 원(이하 개별소비세 인하분 적용) 롱 휠베이스 버전인 '뉴 730Ld xDrive' 모델 '1억4160만 원, '뉴 750Li xDrive' 모델 1억8990만 원, '750Li xDrive 프레스티지' 1억9200만원이다.
반면, 아우디의 최상위 모델 'A8'은 재계 총수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분위기다. 사실 아우디는 법인용 차량 구매 순위에서 수년째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가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독일 '빅3'의 브랜드별 구매유형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벤츠의 법인차 구매 대수 는 모두 5668대로 1위에 올랐고, BMW가 3914대로 뒤를 이었다. 아우디는 2274대로 3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재계 총수들 사이에서는 경쟁사만큼의 인기를 끌고 있지 못하다.
한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서도 아우디의 플래그십 모델이 벤츠나 BMW의 최상위 모델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재계 총수들의 업무용이나 개인용 차량으로 사용되지 않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 사실"이라며 "수입차 비중이 높아지면서 일반 소비자들 사이에서 이들 세 메이커가 대표적인 고급차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지만, 아직 재계에서 브랜드 이미지의 차이는 현격히 존재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업무용 차량이든 개인용으로 사용하는 차량이든 그 선택 목적에 상관없이 자동차 구매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브랜드 이미지'와 '디자인'"이라며 "자동차의 성능면에서는 그 우열을 가릴만한 차이가 없지만, (재벌 총수들이) 벤츠와 같이 오랜 시간 '고급차'라는 이미지를 이어온 브랜드를 선호하는 현상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국외에서도 마찬가지다. 다시 말해 '어떤 자동차가 더 좋은 차냐'라는 문제가 아니라 '더 어울리는 차가 어떤 것이냐'가 더 중요한 기준이 된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한편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최근 새 사령탑을 맡은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을 비롯해 아직도 많은 그룹 총수들은 '에쿠스'를 업무용 차량으로 사용한다. 최근 현대차가 내놓은 럭셔리 브랜드 '제네시스'의 최상위 모델 'EQ900'으로 갈아타는 총수 일가도 눈에 띄지만, '에쿠스'의 인기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과 그의 장남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에쿠스'를 타고 다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 부자가 'EQ900'이 아닌 '에쿠스'를 타고 다니는 것은 다름 아닌 "고객에게 한대라도 먼저 내줘야 한다"라는 정 회장의 지시 때문이다. 새 럭셔리 브랜드의 흥행으로 계약 후에도 차량 지급까지 수개월을 기다리고 있는 고객들이 늘면서 정 회장이 직접 나서 이 같은 지침을 내린 것이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최근 업무용 차량을 기존 '에쿠스'에서 'EQ900'으로 바꿨다. 이 사장은 지난달 11일 서울 장충동 삼성전자 장충사옥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플래티넘 실버 색상의 'EQ900'을 타고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이 외에도 최근 삼성그룹의 사장단도 법인용 차량을 'EQ900'으로 교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서열 1위 삼성의 컨트롤타워를 맡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8월 업무용 차량을 '에쿠스'에서 쌍용자동차의 플래그십세단 '체어맨 V8 5000'으로 차량을 교체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몸값'만 수억 원에 달하는 '슈퍼카'를 선호하는 총수들도 있다. '슈퍼카'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뽐낸 주인공은 단연 이건희 회장이다. '자동차 마니아'로 알려진 이건희 회장은 최근까지도 독자브랜드로 명성을 떨친 '마이바흐'는 물론 '롤스로이스' 등 차량 가격만 수억 원에 달하는 슈퍼카를 보유하고 있다. 담철곤 오리온 그룹 회장과 그의 부인 이화경 부회장 도 각각 '마이바흐'와 '롤스로이스'를 타고 있으며, 이건희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은 차량 가격만 5억 원이 넘는 '벤틀리 뮬산'을 탄다.
이 외에도 구본무 LG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 등도 롤스로이스 팬텀을 타고 다니는 것으로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