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쓰비시 광고 거절 송혜교, 앞서 국내 소비자도 외면
[더팩트ㅣ장병문 기자] 배우 송혜교가 일본 전범 기업인 미쓰비시 자동차의 중국 광고 출연 제안을 거절하면서 '개념 연예인'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거액 광고를 거절한 송혜교보다 앞서 국내 소비자들도 미쓰비시 자동차 브랜드를 외면한 바 있다.
미쓰비시는 20세기를 전후해 일본 경제를 지배한 기업으로서 2차 세계대전 때는 유명한 제로 전투기(제로센)를 정부에 납품하는 등 일본 제국주의와 함께 성장한 대표적 전범 기업이다. 한국전쟁 당시에는 전쟁물자를 미국에 팔아 엄청난 이윤을 챙겼다. 미쓰비시는 중공업, 전기, 항공, 항운 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자동차 메이커로 유명하다.
미쓰비시 자동차 가운데 '랜서 에볼루션'은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스포츠카로 브랜드를 알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 특히 랜서 에볼루션은 미쓰비시가 지난 2008년 10월 한국 시장에 진출할 때 선보인 간판 모델이기도 하다. 295마력의 고출력을 발휘하는 MIVEC 터보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 TC-SST, 사륜구동 컨트롤 S-AWC, 차량제어기술 등 당시 최신 기술이 집약된 스포츠카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전범 기업이라는 과거사 때문에 국내 소비자들은 송혜교의 광고 거절처럼 사실상 미쓰비시 자동차를 외면했다. 2008년 국내 수입차 시장 점유율 10% 목표로 진출했지만 첫해 고작 65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미쓰비시 자동차는 2009년 483대, 2010년 546대, 2011년 34대, 2012년 81대, 2013년 146대를 판매했다. 계속되는 판매 부진을 극복하지 못한 미쓰비시는 2013년 9월까지 국내 시장에서 총 판매량 1355대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남기고 사업을 접었다. 같은 해 미국에서도 판매 부진으로 생산 라인을 철수했다.
2014년 미쓰비시는 친환경 자동차에 주력하기 위해 랜서 에볼루션과 같은 고성능 모델 라인업을 단종시켰다. 소수 마니아보다 일반 대중을 목표로 성장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미쓰비시 대부분 모델이 오래전 출시되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특히 미국시장에서 판매되는 차량은 6개 모델에 불과하다. '랜서'는 출시된 지 6년이 넘었고, 소형차 '미라지'는 최고출력이 80마력으로 경쟁 차량에 비해 성능이 떨어진다. SUV인 '아웃랜더'가 호평을 받고 있지만 월 판매량은 약 1000여대로 초라한 수준이다.
한때 현대자동차에 기술을 전수하던 미쓰비시는 세계 시장에서 큰 위기를 맞고 있다. 미쓰비시는 위기의 돌파구를 전기차에서 찾고 있다. 올해 '2016 제네바모터쇼'에서 선보인 eX 전기 SUV는 한 번 충전으로 400km를 달린다. 이는 닛산 리프와 쉐보레 볼트의 주행거리를 넘어선 수치다. 미쓰비시는 높은 수준의 배터리 기술력을 확보하는 등 전기차를 통해 반전을 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