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해동 회장 "딸 등기이사지만 여전히 사원, 밑바닥부터 경쟁해야"
[더팩트 | 방배=변동진 기자] “26세 딸 등기이사 선임은 오너 일가의 책임경영을 위한 것. 등기에만 올랐을 뿐 여전히 사원이다.”
배해동 토니모리 회장이 최근 논란이 된 26살 딸 진형 씨의 등기이사 선임을 두고 '책임경영론'을 앞세워 힘줘 말했다.
연매출 2000억 원대 중견 화장품업체 토니모리는 지난달 28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재무제표 및 연결재무제표 승인의 건, 사내이사 선임의 건, 감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배당 지급의 건, 정관 일부 변경의 건 등을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문제는 입사 7개월 안팎에 불과한 배 회장의 장녀 진형 씨가 ‘사내이사 선임’을 통해 등기이사에 오른 것. 그의 짧은 경력과 나이를 두고 업계 안팎에서는 ‘역시 금수저다’, ‘낙하산이다’ 등의 논란이 제기됐다.
<더팩트> 취재진은 지난달 29일 진형 씨를 등기이사에 올린 까닭을 듣기 위해 배 회장을 직접 찾았다. 그를 만난 곳은 서울 서초구 방배동 토니모리 본사 앞이다. 배 회장은 갑작스런 취재진의 방문에도 불구하고 환한 미소를 보이며 친절하게 2층 집무실로 안내했다.
이날 배 회장은 임원들과 오찬을 마친 후 회사로 복귀하던 중 취재진과 마주했다. 그는 ‘딸 배진형 씨의 등기이사 선임을 두고 업계 안팎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우선 (집무실에) 올라가서 얘기합시다”라며 인터뷰를 흔쾌히 허락했다.
통상적으로 기업의 총수 및 자제들을 대상으로 [TF직격인터뷰]를 할 경우 문전박대를 당하기 일쑤. 하지만 배 회장은 적극적으로 인터뷰에 응해 취재진을 놀라케 했다.
집무실에서 간단한 인사를 나눈 후 배 회장은 “사전에 약속이라도 하고 오셨으면 기다리는 일은 없지 않느냐”며 인간미 느껴지는 웃음과 함께 따듯한 차 한 잔을 건냈다.
그리고 진형 씨 등기이사 선임에 대한 질문에 “책임경영을 위한 것이다”며 “물론 여기(토니모리)에서 경력은 7개월에 불과하지만 미국 다른 회사에서 1년 정도 경영수업을 받았다”고 말했다.
배 회장은 부인 정숙인 씨와의 사이에서 장녀 진형 씨와 장남 성우 씨 등 1남1녀를 두고 있다. 또 토니모리의 주식은 배 회장이 29.93%(352만주), 정숙인 씨 17.01%(200만 주), 진형 씨와 성우 씨가 각각 8.5%(100만 주)씩 보유하고 있다.
즉, 오너 일가 과반 이상인 63.94%(100만 주)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배 회장은 “딸이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에게 인사를 하지 못했다”며 “이유는 미국 출장 중이기 때문이다. 어차피 대주주는 책임경영을 해야 한다. 일부에서 제기되는 ‘나이’와 ‘경력’ 문제는 별개다”고 강조했다.
이어 “물론 등기이사지만 직책은 여전히 사원이다”며 “내 딸이라고 임원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밑에서부터 배우고 동등하게 경쟁해야 한다. 학교 졸업하고 1년~2년 근무한 사람을 부장 또는 이사 직함을 붙이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딸은 나보다 더 회사를 사랑하고 똑똑하다”며 “등기이사가 됐다고 초고속 승진을 하는 것은 그 아이도 바라지 않는다. 특히 회사 경영에 있어 내가 잘못하는 일이 생기면 엄청 구박(?)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회사에 문제가 생겼을 때 오너가 책임을 지기 위한 것이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밝혔다.
배 회장과의 인터뷰 이후 만난 토니모리 관계자들도 진형 씨에 대해 ‘일반 사원’과 다를 바 없다고 입을 모았다.
한 관계자는 “우리한테 배진형 사원은 회장님 딸이 아닌 그냥 진형이다. 오히려 회장 딸 맞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며 “실제로 다른 직원들과 같이 일하고 출장도 다닌다”고 말했다.
이어 “주주총회 이후로 수차례 설명했지만 기사는 그렇게 나오지 않아 매우 안타깝다”며 “당연히 외부에서 볼 때 오해할 수 있지만, 정말 착하고 열심히 일하는 친구다”고 재차 강조했다.
한편, 진형 씨는 미국 뉴욕대학교를 졸업하고 1년 정도 미국계 회사에서 근무했다. 이후 지난해 9월 토니모리에 사원으로 입사해 해외사업부에서 일하며 경영수업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