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환 9단 "이세돌 9단, 그동안 본인 스타일의 바둑 못 뒀다"
[더팩트ㅣ서민지Ⅱ 기자] 김영환 9단이 이세돌 9단의 3연패에 아쉬움을 나타내면서도 이세돌 9단이 남은 경기에서 부담을 떨쳐내고 '이세돌다운' 바둑을 둘 것을 강조했다.
김영환 9단은 서울 성동구 홍익동 한국기원에서 진행된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해설을 마친 뒤 "이세돌 9단이 2국에서 우세한 상황 속 안전한 길을 택했지만, 이번엔 정반대되는 흐름을 이어갔다"며 "초반부터 너무 서둘렀던 게 패인이 된 것 같다. 무리한 바둑으로 불리하게 흘러갔지만 이를 극복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세돌 9단이 침착한 바둑, 다소 무리한 바둑을 두면서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정작 본인의 바둑은 못 두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며 "5번기 대결에서 패배한 만큼 앞으로 남은 경기에서는 승패를 떠나 본인의 바둑을 뒀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또한 알파고에 대해 미리 알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보였다. 김 9단은 "바둑계에서 이세돌 9단의 패배는 정말 충격적인 일"이라면서도 "이세돌 9단이 경기 전 알파고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얻지 못한 것이 아쉽다. 알파고에 대해 더 많이 알아본 다음 추후에 다시 경기를 해도 좋을 것"이라는 바람을 나타냈다.
알파고에 대해서는 "인간은 상대를 의식하지만, 알파고는 심적인 동요가 전혀 없다"며 "실수를 해도 흔들림 없이 경기를 이어가는 게 큰 장점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손해를 보는 상황에선 안전한 길을 선택하고, 유리한 경우에는 경기를 느슨하게 가져가면서 우세를 이어간다. 균형감각이 좋다"고 평가했다.
김 9단은 이번 대결이 바둑에 대한 연구를 넓힐 기회가 될 것으로 바라봤다. 그는 "바둑은 다양한 시도를 거쳐 '정석'이라는 게 자리 잡는데 알파고의 수는 지금까지 전혀 생각도 못 한 부분이다"라며 "연구를 통해 새로운 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알파고는 이날 승리로 5국 중 3승을 가져가며 최종 우승을 거머쥐게 됐다. 우승자는 가려졌지만 남은 4국(13일)과 5국(15일)은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