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찬가' 대우조선해양 정성립 "불확실성 제거, 흑자 전환 자신"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가운데)은 10일 기자회견에서 흑자 전환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 대우조선해양 제공(왼쪽 조욱성 관리본부장, 김열중 재경본부장)

[더팩트ㅣ박대웅 기자] 지난해 무려 5조5051억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적자를 기록한 대우조선해양이 올해 장미빛 미래를 예고했다.

대우조선해양은 10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남대문로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흑자 전환을 자신했다. 이 자리에는 정성립 사장을 비롯해 김열중 재경본부장, 조욱성 관리본부장 등이 참석했다.

정 사장은 모두 발언에서 "5조5000억 원에 달하는 적자로 당혹하게 해드린 점 송구하다"면서 "지난해를 돌아보며 지난 10개월여는 위기였지만, 앞으로 대우조선해양은 희망의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막대한 적자 원인으로 ▲해양사업의 대규모 손실 ▲풍력 등 신사업에 대한 투자 손실 ▲자회사에 대한 지원 과정에서 위험 관리 실패 등을 꼽았다.

대우조선해양은 막대한 적자가 모두 예측 가능한 수치라고 밝히며 불확실성 제거가 흑자 전환의 주요 동력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5조 원대 손실은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예상했던 연간 적자규모 5조3000억 원과 비슷하다"면서 "이런 수치에서 알 수 있듯이 예고되지 않은 추가 손실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불확실성이 많은 해양조선 사업의 특성상 이런 변수가 수치상에서도 제거된 만큼 당장 올해 1분기부터 흑자전환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정 사장도 이 부분에 방점을 찍었다. 그는 "올해 불확실성이 많이 제거된 만큼 분위기 상으로 흑자 전환 역시 가능할 것으로 자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우조선해양은 세계에서도 가장 많은 450억 달러에 달하는 수주잔량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올해 9개의 해양프로젝트가 인도될 예정이기에 추가적인 부실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덧붙였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수주잔량 중 3분의 1 이상이 고부가가치인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이라면서 "올해부터 LNG 운반선 건조가 본격적으로 시작됨에 따라 수익도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성립 사장(왼쪽)은 올해를 자사의 턴 어라운드 원년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정 사장은 올해를 대우조선해양의 '턴 어라운드(turn around)' 원년으로 삼겠다는 각오도 밝혔다. 그는 "'턴 어라운드'의 다른 말은 '스톱 블리딩(stop blooding)'이라고 한다. 출혈을 멈춰 더 이상 적자가 나지 않는 회사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생산성 증대를 역설했다. 정 사장은 "호황기였던 2009~2010년을 돌아보면 생산성 능률이 90%에 매출 11~12조 원을 기록했다. 또 협력사 포함 인원도 3만 명 수준이었다. 최적의 규모였다"면서 "반면 2014년 매출은 16조 원으로 늘었지만 동시에 인원도 5만 명으로 증가했다. 더욱이 시장 상황도 좋지 않았다. 현재 생산성 능률이 70%에 불과한 것도 이때의 영향이다. 최적의 규모 유지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논란이 되고 있는 대규모 감원에 대해 설명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3분기 이후 6개월 사이 900여 명의 인력을 감축했다. 조욱성 관리본부장(부사장)은 "인력감축에 오해가 있는 것 같다. 불확실성이 큰 해양사업의 특성으로 정예인력이 아닌 물량팀 인원을 투입했다"면서 "현재 공정이 예측가능해진 만큼 인력 투입 조정이 가능하다. (감원 논란은) 외부투입 인력이 빠져나가면 최적 인력만 남게되는 과정에서 불거진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회사의 방침은 교육 강화 등을 통해 물량팀 의존을 줄여나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물량팀은 20~30명 규모로 공정 단위로 단기간 계약한 뒤 해당 공정이 마무리되면 떠나는 인원을 말한다. 대우조선해양 소속 정규직원은 1만3000여명 규모며 협력사 포함 현재 인력은 4만5000여명 정도다. 정 사장은 "상시적인 인력구조 조정을 시행하겠다"면서 추가적인 감원 가능성도 열었다. 정 사장은 3만 명 규모를 적정 인원으로 판단하고 있다.

정 사장은 올해 대우조선해양의 목표로 108억 달러(약 13조 원) 수주를 제시했다. 선박 60억 달러와 해양사업 40억 달러, 특수선 8억 달러 규모다.

정 사장은 "2014년과 지난해 해양사업에서 7조 원(약 60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올해와 내년 4조 원(약 40억 달러) 매출은 큰 무리가 없다. 여기에 내년 하반기 중 새 수주 등을 더하면 비관적이지 않다"면서도 "다만 선박은 해양과 달리 목표인 60억 달러를 채우지 못하더라도 근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선박부문에 있어 목표달성이 녹록치 않은 이유로 저유가를 지목했다. 그는 "선박은 해양과 달리 유가의 영향을 적게 받지만 문제는 국제정유사(IOC)나 국영정유사(NOC)가 저유가의 영향으로 자금을 회수하면서 금융시장이 경색되면서 생긴다"면서 "금융시장이 얼어붙어 선주가 새 배를 발주하고 싶어도 금융지원이 안돼 발주가 미뤄진다. 이런 상황은 올 하반기로 가면 좋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은 정책자금 4조2000억 원이 '밑 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불식에 목청을 높였다. 지난해 10월 말 대우조선해양에 정책자금 4조2000억 원을 투입하기로 한 KDB산업은행은 발표 4개월여 만에 이미 2조4000억여원을 지급했다. 문제는 산은이 올해 계획하고 있는 유상증자 6000억 원을 제외하면 대우조선해양에 추가로 지원할 자금이 1조 원대 밖에 남지 않아 자칫 정책자금 회수가 불가능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대우조선해양이 일부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면서 불안감을 키웠다.

정성립 사장(오른쪽)은 대우조선해양을 방수처리 잘 된 독에 비유하며 세간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노력했다. / 더팩트DB

정 사장은 "대우조선해양에 가장 뼈 아픈 말은 '밑 빠진 독에 물붓기'라는 표현이다"면서 "대우조선해양은 밑 빠진 독이 아닌 방수처리가 잘 된 독이다. 경영적 판단 실수로 결손을 냈지만 펀더멘탈(기초체력)면에서 대한민국 최고 조선소라고 자부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대우조선해양은 LNG에서 자타 공인 최고의 기술력을 갖추고 있고, 독자적으로 잠수함을 개발할 수 있을 정도로 방산부문에서도 상당한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김재열 재경본부장은 "헤비테일 방식의 수주(외상공사, 수주 후 일정 금액을 받은 뒤 인도 때 잔금을 수령하는 방식)에는 많은 돈이 필요하다. 이같은 수주 조건으로 캐시플로어를 따져보니 부족한 규모가 4조 원 정도였다"면서 "정책자금 지원은 인도할 때까지 문제되는 공사를 완공하고 통제가능한 범위로 끌어들이기 위한 시간 벌기다. 세계 최고의 수주잔량을 보유한 만큼 위기를 극복해 빚을 갚아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의 역량을 총동원해 국민의 돈을 다 갚겠다"고 강조했다.

김 본부장은 "채권단 지원대책 중 1조 원은 현금출자, 1조 원은 출자전환 유동성 확보에 쓰였다"면서 "일부 자본잠식에 빠졌지만 상장을 유지하는데 문제 없다. 대주주와 자본확충 문제 해결 방안을 추진 협의 중이다. 올해 안에 부채비율이 500% 안 쪽으로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정 사장은 대우조선해양 구성원들이 회사의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대우조선해양 구성원들이 추락된 명예를 회복하고자 노력하고 있고, 그런 노력 끝에 생산이 급격히 안정화되고 있다"면서 "대우조선해양 희망의 '턴 어라운드'를 지켜봐 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대우조선해양은 5조 원대 적자에도 불구하고 실적개선에 대한 기대감에 10일 현재 이틀 연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강동진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우조선해양의 지난해 실적을 빅배스(big bath·누적 손실을 한 번에 털어내는 회계기법)로 받아들이고 올해 실적은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투자자들 사이에 퍼져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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