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 박현주, 대우증권 인수 난관에 '깊어지는 고민'

지난해 12월28일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은 대우증권 인수 기자 간담회에서 금융투자업계의 삼성전자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더팩트DB

대우증권 노조·소액주주 반발 왜?

[더팩트│황진희 기자] "금융투자업계에서 IT업계의 삼성전자와 같은 증권사가 나오기 위해서는 불가능한 꿈을 꿔야 한다."

지난해 12월28일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은 '대우증권 인수 기자 간담회'에서 금융투자업계의 '삼성전자'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대우증권 인수를 통해 금융투자업계 1위로 발돋움함과 동시에 '1+1=3이상'의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최근 미래에셋증권의 대우증권 인수 과정을 살펴보면, 곳곳에 암초가 널려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대우증권 노조의 반발은 물론이고 대우증권 소액주주들의 대주주 적격성 문제제기, 인수자금 조달 등이 문제로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대우증권 노동조합과 소액주주들은 미래에셋증권의 대주주 적격성에 문제가 많다는 점을 문제삼아 금융위원회 앞에서 단체 집회를 벌였다. 지난 19일 대우증권 노조 조합원 200여명과 소액주주협의회 운영진들은 금융위원회 앞에서 공동으로 연대한 단체 집회에 나섰다.

대우증권 노조와 소액주주들은 미래에셋의 차입매수(LBO방식)인수 합병 방식에 대해 대주주 적격 심사를 담당하는 금융위를 대상으로 심사 불허를 요구한다는 계획이다. LBO방식은 매수할 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해 인수합병(M&A)을 하는 기법이다.

대우증권 노조는 대우증권의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미래에셋증권의 인수 차입금을 대우증권 자금으로 상환하게 해주는 LBO라는 불법적 조건으로 1조4000억 원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챙기는 것에 대해 규탄했다.

소액주주들 역시 미래에셋증권의 대우증권 인수 계약으로 대우증권은 최근 1년 사이에 시가총액이 약 6조 원에서 약 2조5000억 원으로 무려 3조5000억 원이 계약 외 특별한 이유 없이 없어졌고 피해는 고스란히 소액주주의 몫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소액주주들은 똑같은 주식이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주당 1만7000원을 받는데 비해, 소액주주는 7000~8000원으로 무려 2.2배의 차이로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소액주주들은 지난 17일 산업은행 이동걸 회장에게 미래에셋증권과 산업은행 소유의 대우증권 지분 매매 계약을 파기 할 것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올 들어 대우증권 주가가 10년 만에 최저치인 7000원대로 하락하면서, 대우증권 주식을 담보로 약 8000억 원의 대출을 조달하려 했던 미래에셋이 대출 규모를 줄이거나 추가 담보에 대한 부담감이 깊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더팩트 DB

미래에셋증권의 대우증권 인수자금 조달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올 들어 대우증권 주가가 10년 만에 최저치인 7000원대로 하락하면서, 대우증권 주식을 담보로 약 8000억 원의 대출을 조달하려 했던 미래에셋이 대출 규모를 줄이거나 추가 담보에 대한 부담감이 깊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15일부터 1주당 7000원대에 진입한 대우증권 주가는 지난 12일에는 7150원까지 떨어져 52주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래에셋이 산업은행에서 대우증권 지분 43%(약 1억4000만 주)를 매입하는 내용의 주식매매 본계약을 체결했던 지난달 25일 계약체결 금액으로 2조3853억 원이 확정됐다. 이는 1주당 1만6979원에 인수한 셈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인수자금 2조3853억 원 중 26%에 해당하는 6293억 원은 보유 현금으로 지급하고, 40%(9560억 원)는 유상증자 대금으로 납부하기로 했다. 나머지 33%는 신한은행에서 8000억 원을 차입해 조달하기로 했다.

산업은행 보유 지분 43%를 시가로 환산하면 약 1조5000억 원으로, 인수전이 한창이던 지난해 말 이 지분을 담보로 8000억 원을 대출받았다면 약 50~60%를 담보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대우증권 주가가 7000원대로 하락하면서 대우증권을 담보로 8000억 원을 대출받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렇게 떨어진 주식으로 8000억 원을 대출받으려면 담보인정비율이 75%에 달해야 하는데 통상 주식담보대출 때 담보인정비율은 50% 선이다. 대우증권 주식을 담보로 미래에셋증권에 인수자금을 대출해주기로 한 신한은행으로선 당연히 추가 담보를 요구하거나 대출 규모를 줄일 수밖에 없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미래에셋증권 측은 인수자금 조달에는 크게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미래에셋증권은 현금성 자산 약 2조3000억 원을 포함해 3조 원대의 인수자금을 독자적으로 마련할 수 있지만 대우증권 입찰 시 자금조달 계획의 신뢰성 향상을 위해 8000억 원의 인수금융 약정을 체결했다"면서 "향후 인수금융을 일부 또는 전부를 인수할지 안할지는 재무적 경영전략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투자업계에선 대우증권 주가 하락과 대우증권 노조,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담보로 제시한 대우증권 주가가 크게 하락하면서 인수자금 조달에 문제가 생기거나 추가 담보가 요구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면서 “여기에 LBO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는 소액주주들의 반발도 거세 박 회장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jini8498@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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