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박지혜 기자] 같은 직급이라고 해도 오너일가가 더 많은 퇴직금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현대차그룹과 한화그룹은 일반 대표이사에 비해 오너일가에게 최대 3배 이상의 퇴직금을 더 지급해 퇴직급여 제도 관행이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8일 경제개혁연대는 ‘기업임원의 퇴직급여(퇴직금+퇴직위로금) 현황과 제도개선 방안’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2015년 봄에 공시된 2014년 사업보고서를 근거로 2014년에 퇴직한 상장사 등기임원 133명을 대상으로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퇴직임원의 총 퇴직급여는 1815억6900만 원으로, 1인당 평균 13억6500만원에 달했다. 특히 이 가운데 총수일가 출신 임원 9명이 받은 퇴직급여 총액은 513억9300만 원이다.
구체적으로 2014년 현대제철 등기이사직을 사임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108억 원을 받았다. 그러나 정 회장과 함께 퇴직한 박승하 대표는 27억 원의 퇴직금을 받았다. 정 회장의 근무기간은 9년이며 박 대표는 7년8개월을 근무했다. 이는 1년당 퇴직급여는 정 회장이 12억 원으로 박 대표(3억4600만 원)의 3.5배에 달하는 수치다.
뿐만 아니라 한화케미칼, 한화갤러리아, 한화건설, ㈜한화 등 4개사를 그만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143억8500만 원을 받았다. 2014년 김 회장과 함께 사퇴한 홍기준 한화케미칼 대표는 근무기간 7년3개월로 퇴직금 11억4000만 원을 받았지만 김 회장은 3년4개월을 근무하고 30억7100만 원을 받았다. 1년당 퇴직급여는 김 회장이 9억 원으로 홍 대표(1억5600만 원)의 5.8배에 달한다.
경제개혁연대는 퇴직급여가 ‘월평균 급여*지급율(배수)*근무연수’로 결정되는데, 총수일가 출신 임원은 높은 월급과 지급률, 긴 근무기간, 여러 계열사로부터 복수 수령 등의 요인 때문에 전문경영인보다 퇴직급여가 많다고 분석했다.
이승희 사무국장은 “퇴직급여가 근속기간 중 기여도, 퇴직 이후 생계보조 및 노후대책 성격이 강한 것을 감안할 때 회사경영을 책임지는 총수일가에게 과도한 퇴직급여를 지급하는 게 정당하지 의문”이라며 “총수일가의 과도한 퇴직급여 문제를 해결하려면 적정 수준의 기본 보수 책정, 지급률의 합리적 조정, 여러 계열사 겸직으로 인한 중복수령 문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