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부지 치솟는 임대료, 시름하는 중소상인 "이게 말이 됩니까"

소상공인 임차인 보호를 위한 상가보호임대차보호법이 지난해 5월 국회를 통과했지만, 허술한 법령 탓에 여전히 건물주 갑질에 시름하는 소상공인들의 아우성이 크게 들리고 있다. / 박대웅 기자

[더팩트ㅣ박대웅 기자] '퀴즈. 경제의 3주체는 무엇인가?'

정답은 가계, 기업, 정부다. 최근 들어 이들 중 가계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특히 세계적으로도 높은 비율을 자랑하는 우리나라의 자영업자가 위태롭다. 이들 대부분은 힘들게 벌어 월세와 직원들 임금 등 고정비용을 제하고 나면 손에 쥐는 게 없다고 하소연한다.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비율은 어느 정도일까. 지난해 기획재정부가 새누리당 김광림 의원에게 제출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영업자 비율' 자료를 보면 2013년 기준 한국의 자영업자 비율은 27.4%다. 그리스(36.9%), 터키(35.9%), 멕시코(33.0%)에 이어 세계 4위 수준이다. OECD 평균인 16%를 크게 웃돈다.

고정비용은 수익활동을 했으니 감당한다고 하더라도 통상 자영업자로 대변되는 소상공인을 좌절하게 하는 건 다름 아닌 흔히 말해 건물주의 갑질이다. 물론 일부의 이야기일 수 있겠지만,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자조 섞인 비아냥이 공감대를 얻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적잖은 자영업자가 고통받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인천에서 주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모(50)씨는 요즘 하루하루가 고민의 연속이다. "집기류 사용 대금으로 5000만 원을 내더진 가게를 비우던지 선택하라"는 건물주의 말이 발단이 됐다. 안산시 단원구와 인접한 가게의 지리적 특성상 지난 세월호 침몰 때 매출에 직격탄을 맞았다. 이어 메르스 사태로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은 긴 터널을 지나기도 했다.

이 씨는 "세월호나 메르스 때보다 지금이 더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심지어 세월호 침몰과 메르스 사태 때도 하지 않았던 고민을 이 씨는 최근 하고 있다. 그는 가게 폐업 내지는 업종 전환 등을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하지만 함께 일하는 직원들이 눈에 밟힌다. 그는 상시 근무하는 상근직과 파트타임 형식으로 일하는 비상근직을 합해 모두 30여 명을 고용한 나름 규모 있는 자영업자다. 하지만 건물주의 횡포만큼은 감내하기 힘들다는 주장이다.

2014년 1월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이후 1년마다 재계약하기로 했던 이 씨는 올해 재계약에서 뜻밖의 말을 들었다. 건물주는 "집기류 사용 명목으로 5000만 원을 더 내라. 그렇지 않으면 계약 못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그러면서 "보증금 3000만 원에 월세 400만 원이던 것을 보증금 5000만 원에 월세 500만 원으로 올려달라"고 요구했다. 이 씨는 보증금과 월세 인상안은 수용했지만 집기류 사용료 5000만 원은 못 내겠다고 버텼다. 여기에 한술 더 떠 건물주는 이 씨가 지난해 1억7000여 만원을 들여 새롭게 인테리어한 내부장식 및 집기류 등을 권리금 3000만 원에 모두 넘기겠다는 각서를 쓸 것을 종용했다는 것이다. 이 씨로서는 건물주의 갑작스러운 요구는 받아들이기 힘든 처사라고 했다.

결국 이 씨는 또다시 거절했다. 그러자 법원으로부터 내용증명이 담긴 서류가 전달됐다. 집기류 사용료를 정리하지 않으면 재계약은 없다는 게 골자다. 이 씨의 가게는 인천 송도유원지 인근에 위치해 있으며 90평(297㎡) 남짓이다. 세월호와 메르스 여파로 죽어있다시피 했던 상권은 최근 회복된 소비심리 등에 힘입어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이 씨는 법적 대응을 위해 법률사무소를 드나들며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반면 건물주는 "지난해 12월 말 세입자와 전화로 보증금 5000만 원에 월세 550만 원으로 서로 합의하고, 무상으로 대여중인 비품을 5000만 원에 인수하기로 했다"며 "세입자가 비용부담을 이유로 1년간 더 무상대여해 줄 것을 요청해 계약연장에 합의했는데 이제와서 보증금 및 임대료 인상과 비품의 인수건에 대해 전혀 다른 말을 하고 있다"고 내용증명을 통해 반박했다. 이어 "기존 합의에 동의하지 않을 시 임대차계약해지 및 비품에 대한 반환소송을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상공인 임차인을 보호하는 상가보호임대차보호법이 개정돼 지난해 국회를 통과했지만, 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요구가 거세다. / 더팩트DB

이런 사례는 비단 이 씨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정부는 임차인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을 개정 발의했고, 개정안은 지난해 5월 국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법망은 여전히 헐겁다. 5년의 영업기간을 임차인에게 보장하고 계약기간에 일정 기준의 환산보증금을 밑도는 점포 임대료 상승률을 9%로 제한했다. 서울의 경우 환산보증금 3억 원, 과밀억제권역은 2억5000만 원 이하일 때 적용받을 수 있다. 쉽게 말해 보증금이 없다는 가정 아래 서울인 경우 월세가 300만 원, 과밀억제권역은 250만 원(과밀억제권역)인 점포가 적용 대상이다. 하지만 적용 대상에 드는 점포는 많지 않다. 또한 이 씨의 경우처럼 대부분의 상가 임대기간이 1~2년에 그치는 데다, 재계약 때는 임대료 인상한도가 적용되지 않는다. 환산보증금 역시 너무 낮아 웬만한 가게는 보호받기 어렵다.

지난해 한 부동산정보업체가 수도권 주요 33개 상권, 2485개 점포를 조사한 결과, 주요 상권의 평균 영업 유지기간은 3.43년으로 나타났다. 특히 동탄 중심상업지역과 서울 압구정 로데오 상권은 평균 영업 유지 기간이 각각 1.74년과 1.95년으로 가장 짧게 조사됐다. 평균 영업 유지 기간이 이처럼 짧은 이유는 매출 부진과 임대료 상승이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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