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박지혜 기자] "이제는 중학생도 세뱃돈이 5만 원이에요."
설날을 맞아 소비자들이 5만 원권 사수에 나섰다. 최근 초등학생부터 세뱃돈을 5만 원으로 주는 추세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용돈은 꼭 신권으로 줘야한다는 설날 문화와 겹치면서 5만 원권 품귀 현상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은행은 '세뱃돈 신권 안쓰기 캠페인'까지 벌이며 5만 원 품귀 현상을 잠재우기에 나섰다.
◆초등학생, 세뱃돈은 '5만 원으로 주세요'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번 설날을 앞두고 시중은행의 각 점포가 한국은행에 5만 원권 2000~4000장(1억~2억 원) 가량을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평소 시중은행이 5000만 원 가량의 신권을 보관하는 것에 비해 2배 이상 많은 금액이다.
설날 5만 원권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까닭은 최근 세뱃돈의 추세가 초등학생부터 '5만 원'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학습업체 ‘와이즈캠프’가 초등학생 215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보니, 응답자의 63.1%가 어른 1명에게 받고 싶은 세뱃돈으로 ‘5만 원 이상’을 꼽았다. 1만 원(13.4%)과 2만 원(9.3%), 3만 원(7.7%)이 그 뒤를 이었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30~40대의 부모들이 중고등학생에게는 5만 원 정도의 세뱃돈이 적당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각 시중은행에서는 자녀를 둔 부모들과 부모님 용돈을 챙기는 직장인들이 설날을 앞두고 5만 원권 사수에 나서면서 5만 원 품귀현상이 빚어졌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각 시중은행들은 1인당 5만 원권 교환에 제한을 뒀다. 지난해 설날과 추석에도 대체로 한 사람당 1만 원권은 20장, 5만 원권은 10장으로 제한했다. 50만 원 이상의 5만 원권 교환은 사실상 여러 시중은행을 돌아야 가능하다.
◆세뱃돈은 꼭 신권·5만 원 품귀현상 부추겨
5만 원권의 품귀현상을 빚는 것은 비단 소비자들의 용돈 챙기기 때문만은 아니다. 용돈은 신권 으로 줘야한다는 인식 역시 5만 원을 귀한 몸으로 만들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직장인 윤모(32)씨는 "조카들에게 용돈을 줄 때, 꼬깃한 헌 돈보다는 깨끗한 신권으로 주는 것이 받는 사람도, 주는 사람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20살 아들을 둔 박모(56)씨도 "새해에 주는 용돈인 만큼 깨끗한 돈으로 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설 명절을 10일 정도 앞두고 시중은행 창구에서 신권 교환을 시작했는데 매년 공급보다 수요가 많은 가운데 한국은행이 올해 설 전 10영업일간(1월 25일~2월 5일) 금융기관에 공급한 화폐만 5조2535억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한국은행에서는 세뱃돈이 꼭 신권일 필요가 없다고 강조하며 화폐 제작비용을 줄이기 위해 ‘세뱃돈 신권 안 쓰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신권을 제작하는데 드는 비용만 1000억 원인 넘는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명절만 되면 신권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이를 제조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들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럼에도 꼭 신권으로 용돈을 주고 싶은 소비자들은 앞으로 유동인구가 적은 대학가나, 외곽 영업점에서는 다른 점포들 보다 쉽게 5만 원권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