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VS 퇴직자, 퇴직연금 두고 진실공방…무슨 일?

교보생명이 자사 직원에게 퇴직연금(IRP)을 부실판매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퇴직자와 회사 사이에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더팩트 DB

교보생명-퇴직자, 퇴직연금 불완전판매 여부 두고 의견 '팽팽'

[더팩트ㅣ서민지Ⅱ 기자] 대형 보험사인 교보생명이 자사 직원에게 퇴직연금(IRP)을 부실판매했다는 주장이 일면서 양측이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다. 교보생명 한 퇴직자는 "회사의 불완전 판매로 퇴직연금 절세혜택을 못 보는 등 예상치 못한 금전적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고, 사측은 "충분한 상품 설명이 이뤄졌고 상품판매는 정상적으로 진행됐다"고 반박 중이다.

보험업계 안팎에서는 자기 회사 직원(퇴직자)에게 퇴직연금을 불완전 판매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보험회사가 외부 고객에게는 연금 상품을 어떻게 판매했을지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오랜 시간 동안 사측과 퇴직자 사이에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25일 이 문제를 공론화한 금융소비자연맹(금소연)과 교보생명 관계자의 입장을 들어봤다.

◆퇴직자 "교보생명, 충분한 설명 없이 퇴직연금 강권"

금융소비자연맹(금소연)은 교보생명 퇴직자의 말을 빌려 교보생명이 자사 직원들에게 IRP를 판매하면서, 연금 수령과 이자소득세 비과세 혜택에 대해 정확한 설명 없이 가입시켰다고 말했다.

강형구 금소연 국장은 "IRP 상품이 궁극적으로 절세와 연금이 중심이 되어야 하는 상품임에도 불구하고 세제혜택이 있는 연금으로 수령할 수 없고, 이자소득세도 따로 붙어 오히려 세금을 더 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며 사측에서 적극적인 설명 없이 직원들에게 상품판매를 강권했다고 주장했다.

퇴직자 주장에 따르면 지난 2007년 4월 교보생명이 퇴직금을 중간정산하면서 4000여 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IRP가입을 강권했다는 것. 가입자들은 가입 당시 납세 기한이 연장되는 '과세이연' 계좌로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알았으며, 약관에는 수수료 차감 등의 세부 내용이 명시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상품에 가입한 직원 중 3500여 명(80%)이 금융종합과세(6~38%)와 이자소득세(16.5%)를 떠안게 됐다고 한다.

강 국장은 "당시 퇴직 연금 상품 판매에 따라 시장 판도가 달라질 수 있을 만큼 경쟁이 치열한 시기였기 때문에 보험 가입에 압박이 있었을 것"이라며 "IRP 상품의 주목적인 '연금'과 '세제혜택'을 받을 수 없어 세금폭탄 등으로 퇴직자들의 노후 준비에 차질이 생겼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무엇보다 교보생명이 당시의 잘못을 시인하지 않고, 직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초기 공문안내에는 '과세이연'에 대한 설명조차 없었으며, 교육자료에 일부 내용이 포함돼 있었으나 '연금 수령 불가'와 '이자소득세' 과세 대상임을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직원들이 보험모집인으로서 직접 가입 절차를 밟았기 때문에 책임을 가입자에게 돌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현재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한 사람이 1명이어서 더욱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연맹 측에 민원을 제기한 사람은 10여 명이 되며, 퇴직자들을 중심으로 '교보생명 IRP 대책위'를 구성해 회사에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며 "현재 소수 인원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은 가입자 대부분이 현직 직원이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교보생명 "충분히 논의했으며, 부실판매 없었다"

하지만 교보생명 측은 충분한 설명이 있었음에도 일부 퇴직자로 인해 불완전판매가 사실인 것처럼 여겨지는 것에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직원들이 가입 당시 내용을 모두 숙지를 한 상태며, 일부 직원들의 의견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민원 제기자가 처음에 과세이연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지금은 안내를 받았으나 자세히 설명을 못 들었다는 식으로 의견이 바뀌고 있다"며 "당시 확실하게 설명하고, 가입이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가입절차에 대해서는 "특히나 그들이 보험모집인이기 때문에 상품에 대한 교육은 더욱 철저하게 진행됐다. 일반 안내부터 오프라인 교육, 사내 인트라넷에 공지까지 했다"며 "가입 과정에서도 가입자가 직접 내용을 확인하고 본인의 정보를 넣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퇴직연금에서 이자소득세 과세는 법령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퇴직연금 제도에 대한 법령이 계속해서 변하고 있기는 하나, 과거와 현재 모두 전액 가입자에게만 과세 이연이 적용됐고, 일부 금액 가입자에게는 세금이 부과되고 있다"며 "임의로 적용한 것이 아니라 법령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상품에 비해 수익률이 높아 오히려 생각보다 많은 이자가 발생했다. 가입 당시에도 본인이 모집인으로서 수수료도 받은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민원 제기자가 밝힌 내용에 따르면 2007년 퇴직연금에 1억7000만 원을 넣고 나서 8년이 지난 뒤 8000만 원의 이자 소득이 발생했고, 이자 소득에 따른 세금은 16.5% 부분이다. 때문에 사측은 수익률이 높은 상품이었고, 가입자들이 보험모집인 입장이었기에 수수료도 챙길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내부 직원들의 입장에 대해서는 "불이익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전혀 그런 게 없으며, 현재 회사 내부에서도 잡음 없이 잠잠한 분위기"라며 "그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큰 문제라면 조직 내부에서 이미 얘기가 나오지 않았겠냐"고 반박했다.

무엇보다 이들의 주장은 이미 금융감독원에서 기각된 사항으로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가입자 중 한 사람이 지난해 말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법률 이해 부족'으로 기각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이들의 진실공방이 완전히 해결되기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퇴직자들과 사측의 입장이 극명하게 갈려 협상을 이루는 데에 진통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일반 가입자들에게도 혼란을 주는 사안인 만큼 속히 해결점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jisse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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