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SC, 치열한 은행권에서 어떻게 살아남을까
[더팩트ㅣ서민지Ⅱ 기자] 씨티은행과 SC은행이 '부실한 외국계 은행' 꼬리표 떼기에 집중하고 있다. 두 은행 모두 금융권 틈새시장 공략이라는 서비스로 차별화를 꾀한다는 전략이지만 씨티은행의 실적은 점차 호전되고 있는 반면 SC은행은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틈새시장' 공략으로 차별화
씨티은행과 SC은행은 최근 은행권의 불황을 이겨내기 위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외국계 은행이 상대적으로 적은 점포를 갖고 있는 만큼 소비자에게 다른 방식으로 다가가며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씨티은행의 경우 고액 자산가를 위한 자산관리(WM)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자산관리 서비스의 고객군은 자산 10억 원 이상의 씨티골드 프라이빗 클라이언트(CPC)와 2억 원 이상 10억 원 미만의 씨티골드, 5000만 원 이상 2억 원 미만의 신흥자산가군 씨티프라이어리티 고객으로 나뉜다. 씨티은행은 고객군별 특화된 포트폴리오를 제안하고 이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자산관리 서비스를 집중적으로 다룰 수 있도록 반포에 프라이빗뱅킹(PB)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마트뱅킹 지점을 개점했다. 이곳에서는 디지털화된 뱅킹 서비스를 통해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반면 SC은행의 경우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찾아가는 뱅킹'과 '뱅크샵(Bank#)'을 운영하고 있다.
'찾아가는 뱅킹'은 2014년 7월부터 진행된 서비스로 전화나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방문 상담을 신청하면 직원이 직접 고객이 있는 곳으로 찾아간다. 이 서비스는 전국 영업점에서 담당하고 있으며, 수요에 맞춰 오후 7~8시까지 탄력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소비자들이 원하는 시간에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다.
'뱅크샵' 또한 영업시간을 완전히 탈피했다. 이곳은 직원 2~3명이 상주해 태블릿PC를 이용해 은행 업무를 진행하는 영업점으로 평일 주말 구분 없이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된다. 지난해 12월 이마트 반야월점(대구)에 1호점을 개설한 데 이어 이마트 세종점, 이마트 킨텍스점을 개점했다. 최근에는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부산)에도 점포를 열었다.
◆씨티 '회복' vs SC '부진'
씨티은행과 SC은행은 실적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SC은행이 좀처럼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씨티은행은 점차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SC은행의 경우 2011년 이후 당기순이익이 꾸준히 감소하다 2014년에는 손실로 전환했다. 2011년 2560억 원의 수익을 낸 뒤 2012년 1947억 원, 2013년 1824억 원을 기록하며 2000억 원을 넘지 못했다. 그러다 2014년 99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수익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1080억 원을 달성해 회복하는 듯 보였으나, 대규모의 희망퇴직 등 추가 비용이 반영되면 손실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SC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을 3000억 원 규모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씨티은행은 적자 없이 안정적인 모습이다. 씨티은행은 2012년 당기순이익 1890억 원을 기록한 데 이어 2013년 2191억 원까지 끌어올렸다. 2014년 1156억 원으로 규모가 축소됐으나 지난해 3분기 누적 2658억 원을 기록하며 회복세를 보였다. 특별한 추가 비용이 들지 않을 것으로 보여 지난해 무난하게 2000억 원대를 넘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이들의 수익 차이는 효율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현재 SC은행의 지점 수는 금융센터(8) 포함 287개로 출장소(4) 포함 133개의 지점이 있는 씨티은행보다 두 배 이상 많다. 하지만 수익성에서는 오히려 부진한 모습을 보여 효율성에서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민원평가발생에서는 두 은행 모두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발표한 '2014 금감원 민원발생평가 등급'에 따르면 씨티은행과 SC은행은 1등급(우수)부터 5등급(불량) 중 5등급을 받았다.
씨티은행은 전년 4등급(미흡)을 받은 데에서 5등급으로 강등됐고, SC은행은 전년 5등급을 받은 데 이어 지난해에도 불명예를 안게 됐다.
업계에서는 외국계 은행이 실적 개선도 중요하나 민원 발생 등을 줄이고 소비자들에게 질적인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치열한 은행권에서 살아남기 위해 이처럼 각자만의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 또한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관계자는 "현재 주요 은행들도 불황을 겪으며 수익성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낮은 외국계 은행이 시중은행의 뒤를 따라가면 살아남기 어렵다"며 "계속해서 지금처럼 차별화된 서비스로 은행마다 특색을 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jisseo@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