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바게뜨 VS 뚜레쥬르, 강남대로 '빵의 전쟁' 4년 만에 종료 왜?

파리바게뜨 강남점이 지난해 12월 말 이전을 결정하면서 뚜레쥬르 강남점과 4년간 이어온 강남대로 빵의 전쟁이 막을 내렸다. /강남=변동진 기자

파리바게뜨 강남점, 테헤란로1길 이전…뚜레쥬르도 계약만료후 이전할듯

[더팩트 | 강남=변동진 기자] ‘빵의 전쟁’이라 불린 서울 강남역 11번 출구 앞 SPC그룹의 파리바게뜨와 CJ그룹 뚜레쥬르 간의 경쟁이 4년여 만에 막을 내렸다.

두 그룹간 자존심을 건 빵의 전쟁이 승자를 가르지못하고 총성을 멈춘 것은 다름 아닌 고가의 임대료 때문.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강남대로 1층 단독 매장의 임대료는 전세 환산 3.3㎡(1평) 기준 최고 2억2000만원 대를 형성하고 있다.

SPC측은 그동안 강남대로 중심의 강남 노른자 상권에서 충분히 브랜드 인지도를 형성했다고 판단, 고가의 임대료 부담에서 벗어나 안테나숍(광고효과 측정 등을 목표로 운영되는 점포의 형태)인 강남점을 이전해도 시장 장악에 별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파리바게뜨 강남점이 있던 자리엔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월드가 판권을 소유한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뉴발란스 매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13일 SPC그룹에 따르면 2003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 412 규정빌딩 1층~3층까지 운영했던 파리바게뜨 강남점을 최근 강남대로 후면으로 이전했다. CJ푸드빌 측도 뚜레쥬르 강남점의 임대기간이 끝나면 이전하는 것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다.

파리바게뜨 강남점이 빠진 자리에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월드가 판권(라이선스)을 소유한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뉴발란스 매장이 들어선다.

SPC그룹은 임대료 문제로 인해 이전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파리바게뜨 강남점 입점해 있던 곳은 지하철 2호선 강남역과 9호선 신논현역을 잇는 노른자위다.

강남대로 1층 단독 매장의 임대료는 전세 환산 3.3㎡(1평) 기준 최고 2억2857만 원에서 최소 9286만 원 수준이라고 부동산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월세로는 3.3㎡ 최고 185만 원~최소 71만 원이다.

물론 파리바게뜨 강남점이 안테나숍이란 점과 다른 직영점보다 2배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전을 결정하기 쉽지 않았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본다. 하지만 SPC 측은 제품의 인지도가 상당부분 올라온 상황에서 무리한 출혈경쟁보다는 기존 상권을 흡수할 인근 지역에 매장을 확보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판단을 내렸다고 한다. 이에 신논현역 교보타워 바로 옆 새로 오픈한 ‘파리바게뜨 마켓’을 통해 강남점을 대처하겠다는 방침이다.

SPC그룹은 신논현역 교보타워 바로 옆 새로 오픈한 파리바게뜨 마켓을 통해 파리바게뜨 강남점 매출 공백을 대처할 방침이다.

파리바게뜨 마켓이란 프리미엄 베이커리와 함께 다양한 유럽식 스낵킹(Snacking) 메뉴, 치즈, 버터, 우유, 육가공품, 와인 등을 판매하는 ‘라이프스타일 베이커리’다.

특히 스낵킹은 샐러드, 샌드위치, 수프 등 간편하면서도 건강을 고려한 가벼운 식사를 제공한다. 또한 토스트와 파니니 등을 주문과 동시에 그릴 오븐에 따뜻하게 구워 제공하는 ‘핫 앤 그릴 스테이션’(Hot & Grill Station)을 비롯해 빵과 관련된 식료품을 판매하는 ‘델리카트슨’(Delicatessen), 고객이 직접 참여하는 체험공간인 ‘쿠킹랩’(Cooking LAB) 등이 있어 새로운 식문화 트렌드 주목을 받고 있다.

CJ푸드빌은 뚜레쥬르 강남점 이전 여부에 대해 결정된 바 없지만 계약기간 만료를 앞두고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해당 매장의 임대료가 부담인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빵의 전쟁 한 축을 담당했던 뚜레쥬르는 아직 이전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다. CJ푸드빌 관계자는 “임대료가 부담인 것은 사실이다”며 “계약기간 만료를 앞두고 이전 여부에 대해 검토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CJ푸드빌 측은 확답을 피했지만 뚜레쥬르 강남점도 철수할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일례로 파리바게뜨 강남점 바로 옆에 입점한 CJ푸드빌 카페 브랜드 투썸플레이스도 지난해 12월까지만 영업하고 임대료 등의 문제로 철수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2013년 SPC그룹이 제과점업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에 따른 거리 및 출점제한 권고를 수용하면서 국내 파리바게뜨의 성장이 예전만 못하다”며 “해외로 눈을 돌려 여전히 높은 실적을 올리고 있지만, 국내의 경우 이미 브랜드 가치가 높기 때문에 시세보다 비싼 임대료를 지불하면서까지 강남점과 같은 안테나숍을 운영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뚜레쥬르도 경쟁 브랜드가 빠지면 시너지가 줄어들 것”이라며 “아마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이전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bdj@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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