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 재계 결산 <하>] 서경배·정용진 '활짝'…박용만 '웃다 울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수출실적 신기록과 면세점 사업권에 당첨되는 등 올 한 해 최고의 수완을 발휘했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역시 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되며 승승장구하다가 최근 두산인프라코어의 구조조정으로 사회적 논란을 부르는 등 다사다난한 일년을 보냈다(왼쪽부터) /더팩트DB

<더팩트>는 다사다난했던 2015년 재계를 정리하며 10대그룹과 올 한해 큰 주목을 받은 5개 그룹을 선정해 이들의 성과를 분석했다. 재계 순위 1위 삼성그룹을 비롯해 현대자동차그룹, SK그룹, LG그룹, 롯데그룹, 포스코, GS그룹, 현대중공업, 한진그룹, 한화그룹, 두산그룹, 신세계그룹, CJ그룹, 금호아시아나그룹, 아모레퍼시픽을 각각 상·중·하로 나눠 정리했다. <편집자 주>

◆'승승장구' 박용만 두산 회장, 막판 구조조정 건으로 '불편'

[더팩트 | 김민수 기자] 올 한 해 승승장구하던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막판에 '유종의 미'를 거두는 데 실패했다. 면세점 신규사업자 선정, 14년 만의 두산베어스 한국시리즈 우승 등 희소식에 밝게 웃던 박용만 회장은 세밑 두산인프라코어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두산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는 최근 희망퇴직 명단에 20대 신입사원들을 포함해 '사람이 미래다'라는 문구를 퇴색시켰다. 올 들어 4번째 구조조정이다. 두산그룹은 지난해 말 두산중공업 직원 200여명 퇴직을 시작으로 올 2월(180명)과 9월(200명), 11월(450명) 무려 3차례에 걸쳐 두산인프라코어의 인원을 감원했다.

구조조정 배경은 건설 및 중공업 산업의 경기 침체로 인한 실적 부진이다. 박용만 회장은 두산건설과 두산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등 주요 계열사 성적 부진이 계속되자 이 가운데 '알짜배기'인 두산인프라코어 공작기계부문 매각을 결정했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한 매각으로 재무구조를 안정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인력 삭감이 필요해졌다.

반면 박용만 회장의 장남이자 두산그룹 4세인 박서원 오리콤 크리에이티브총괄 부사장은 면세점 사업 총괄로 승진했다. 유통사업부문 전략담당 전무로서 내년 오픈하는 동대문 두산타워(두타) 면세점 영업을 이끌 예정이다.

그룹 총체적으로는 중공업 중심의 사업 구조가 20년 만에 유통으로 재편됐다. 박용만 회장은 유통을 그룹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밀고 나가면서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서도 재계를 대표해 정부에 각종 규제 해소를 요구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신세계 정용진 '숙원' 면세점 잡고 국외사업 재도전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에게 '을미년'은 최고의 한해로 기억될 전망이다. 20년 숙원사업이던 면세점 사업 진출에 성공했고, 구상부터 출시까지 직접 챙긴 이마트 자체브랜드인 '피코크'와 '국산의 힘' 프로젝트도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아울러 2011년 이후 4년 만에 해외 점포를 오픈하는 등 글로벌 사업규모 확장의 발판도 마련했다.

정용진 부회장은 지난 7월 1차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자 선정에서 탈락한 이후 '심기일전'해 재도전, 2차 선정에 끝내 꿈에 그리던 사업권을 손에 쥐었다. 특히 정용진 부회장은 2차 사업계획서에 "면세사업을 잘 할 수 있는 신세계 그룹이 이번에 선택돼 관광산업에 이바지하고 사업보국(事業報國)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해달라"고 호소하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국산의 힘' 프로젝트는 이마트가 올해 초부터 신선식품 육성 및 K-푸드 개발을 위해 추진한 상생 프로젝트다. 이마트의 자체 브랜드인 '피코크'와 함께 고객들의 주목을 받았다. 2011년 중국 사업 부진으로 철수한 뒤 국내 활동에 집중해온 이마트는 올해 4년만에 베트남에 1호점을 열고 동남아 신흥국 진출의 신호탄을 울렸다.

정기 임원인사에서는 정용진 부회장의 여동생인 정유경 신세계그룹 부사장이 6년 만에 신세계백화점부문 총괄사장으로 승진했다. 이로서 병신년부터 이마트는 정용진 부회장이, 백화점은 정유경 사장이 총괄하는 '남매 경영'이 이뤄진다.

다만 오너일가의 차명주식이 발견돼 물의를 빚었다. 국세청은 5월부터 이마트 세무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과 정용진 부회장 소유의 차명주식을 발견했다. 하지만 국세청은 발견된 차명주식에 조세포탈 혐의가 없는 것으로 확인하고 700억여원의 추징금만 부과하기로 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왼쪽)은 올해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그룹 경영에 복귀하지 못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산업을 되찾으며 그룹 재건에 박차를 기울였다. /더팩트DB

◆CJ, 이재현 회장 장기 부재로 '고뇌'

CJ그룹은 올해도 계속되는 오너의 공백에 힘든 시기를 보냈다. 이재현 회장의 건강상태가 점점 악화되면서 그룹 안팎으로 집행유예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15일 서울고법은 원심 징역 3년과 비슷한 징역 2년6개월에 벌금 252억 원을 선고하며 이러한 기대감에 종지부를 찍었다.

그렇다고 무작정 손가락만 빨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CJ그룹은 저상장을 돌파할 해결책으로 CJ헬로비전을 SK텔레콤에 매각하는 큰 결단을 내렸다. 성장이 정체된 사업을 정리하고 'CJ가 잘 하는' 콘텐츠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주요 계열사인 CJ제일제당, CJ푸드빌, CJ E&M 등도 일년동안 중국과 인도네시아 등 국외 진출에 적극 나서면서 신성장 동력 발굴에 힘을 쏟았다.

하지만 한 해를 마무리하고 신성장 동력 발굴 등 새로운 사업 전략을 짜야하는 시기에 2013년부터 이어지는 오너의 부재는 내년도 그룹 경영에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이재현 회장은 2013년 조세포탈·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과 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지난 8월에는 중국에서 폐암 투병중이던 이재현 회장의 아버지인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이 별세했다. 이맹희 명예회장은 고 호암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장남으로 삼성그룹을 이끌다 분리해 CJ그룹의 토대를 다졌다.

◆금호아시아나 박삼구, 6년 만에 금호산업 되찾아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6년 만에 금호산업을 되찾는 '유종의 미'를 거두며 을미년을 마무리하게 됐다. 박삼구 회장은 앞서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이어 금호산업까지 다시 품에 안으면서 올 한 해 그룹 재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29일 금호산업의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 인수대금 728억 원의 조달계획서에 승인했다. 그동안 3300억 원의 사재를 출연하는 등 인수 자금 조달에 힘써왔던 박삼구 회장은 이로써 무사히 금호산업 인수 작업을 완료할 수 있게 됐다. 향후 금호타이어까지 인수해 그룹을 재정비한다는 방침이다. 박삼구 회장은 2011년 보유하던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전량 매각해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의 유상증자에 뛰어든 바 있다.

다만 주요 계열사 아시아나항공이 실적 악화로 구조조정에 들어가게 됐다. 아시아나항공은 올 한 해 메르스 여파와 저비용항공사(LCC)들과 경쟁 격화, 각종 안전 사고에 휘말리면서 올 2분기 61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아모레퍼시픽 서경배, 'K-뷰티' 열풍에 수출실적 '두 배'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은 을미년 최고의 한해를 보냈다. 아모레퍼시픽 화장품은 'K-뷰티' 열풍을 타고 2억 달러 수출을 눈앞게 두고 있다. 지난 2013년 국내 회장품 기업 최초로 '1억 달러' 수출을 돌파한 지 2년 만의 쾌거다.

특히 중국 시장에서의 폭발적인 인기가 이같은 고성장을 견인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1년간 1억9700만달러를 수출했다. 이는 전년 동기(1억3000만달러) 대비 51.4% 증가한 수치다.

연매출도 5조원을 넘길 전망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매분기 1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 3분기까지 누적매출은 4조2036억원이다. 대표 경쟁사 LG생활건강도 같은 기간 누적매출 3조9997억원을 달성했다.

서경배 회장은 한국 경제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7일 '제52회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금탑산업훈장을 가슴에 달았다. 2000년대 초반부터 치밀한 전략과 끈기로 해외 시장의 문을 계속해서 두드린 결과라는 평가다.

hispiri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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