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취재기] '별창'과 '혁신' 사이…1인 미디어 아프리카TV

서수길 아프리카TV 대표는 22일 오후 서울 코엑스 오디토리움 관에서 열린 2015 아프리카TV BJ대상에 참석해 70억 인구가 라이브로 연결되는 것이 꿈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서민지 기자

BJ시상식으로 본 아프리카TV와 1인 미디어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22일 오후 서울 코엑스 오디토리움 관에서 '2015 아프리카TV BJ대상'이 열렸다. 그들만의 잔치라는 시선을 비웃기라도 하듯 수백 명의 관객이 운집한 가운데 성대하게 진행됐다. 시상식 내내 '아프리카TV'라는 키워드가 네이버, 다음 등 주요 포털 실시간 검색어로 오르내리면서 누리꾼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BJ대상 시상식은 아프리카TV의 한 해를 마무리하는 행사다. 다사다난했던 지난 1년을 마무리하는, 이를테면 아프리카TV의 송년회인 셈이다. 이날 시상식 무대에 오른 서수길 아프리카TV 대표는 "별창, 돈프리카, 실시간 채팅창을 보면 이런 글이 있을 것 같다"며 운을 뗐다. 이후 자신을 '꼰대, 설명충, 핵노잼' 등에 빗대며 인사말을 시작했다.

다소 부정적인 단어로 인사말에 밑바탕을 그린 서 대표는 잠시 뜸을 들였다. 무슨 말이 하고 싶었던 것일까. 서 대표는 시상식 무대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어 보였다. 서 대표는 "아프리카TV BJ가 최고의 직업이 되는 세상"이라는 말과 함께 "70억 인구가 라이브로 연결되는 것이 꿈"이라고 비전을 제시했다.

1년 전 BJ시상식에서 서 대표는 "우리는 미생에서 완생으로 가는 과정"이라며 "BJ에게 자부심을 주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스스로 미생임을 인정했던 서 대표는 1년 뒤 같은 자리에서 강한 어조로 원대한 포부를 밝혔다. 서 대표의 발언 내용만 비교해보더라도 새삼 아프리카TV와 1인 미디어 방송의 달라진 위상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서 대표는 인사말과 함께 1인 미디어 시장에서 아프리카TV 성장에 힘을 보태어 줄 '신기술', 그리고 그 영향력에 관해 설명했다. 어찌 보면 자화자찬이었다. 서 대표는 AI인공지능 아바타, AI인공지능 매니저 맥과이어, 야외 생방송 스마트기기 프리캣(FreeCat), 가상현실(VR) 생방송 등 개발 중인 신기술을 소개하며 "1인 미디어 시장에서 가상현실 플랫폼을 생방송으로 하는 건 아프리카TV가 유일하다"고 자부했다.

아프리카TV BJ로이조가 시상식 본 행사에 앞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민지 기자

아프리카TV는 1인 미디어 시장의 선두주자다. 한때 '저질 방송'이라는 비아냥을 받기도 했지만, 꾸준한 성장을 거듭해 매월 800만 명 이상의 시청자가 방문하는 등 지상파 방송 부럽지 않은 인기를 끌고 있다. 아프리카TV는 지난 1년간 1인 미디어, MCN(Multi Channel Network) 시장 내에서 두터운 입지를 다졌다.

BJ의 인기도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시상식장에서 BJ들은 수많은 인파에 둘러싸여 카메라 세례를 받았다. 평범했던 사람이 자신의 끼와 개성이 담긴 콘텐츠 하나로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끌게 된 것이다. BJ대상을 차지한 BJ로이조는 "방송을 시작했을 때 집이 너무 추워서 입김을 뱉으며 방송을 했다"며 사연이 담긴 빨간색 패딩 점퍼를 들고 눈물의 수상 소감을 밝혔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미디어는 국가가 관리하는, 즉 공공성이 요구되는 엄숙한 분위기 아래 있었다. 방송과 신문이 다수의 사람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시스템이었다. 하지만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보급은 미디어 시장을 흔들어놨다. 거대한 자본이 없더라도 개인이 미디어를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됐다.

1인 미디어 시장의 전망은 밝다. 지상파 방송에서 1인 미디어 시스템을 적용한 예능 프로그램을 만든 것만 보더라도 1인 미디어는 이미 새로운 문화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특히 스마트 기기들은 날로 발전할 것이고 1인 가구는 점점 늘어날 것이다. 실시간·양방향 소통이라는 장점과 1인 미디어 시장 내 '선점'이라는 무기가 있는 아프리카TV의 전성시대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이날 시상식은 아프리카TV, 나아가 1인 미디어 시장의 성장과 비전을 강조하는 자리였다. 특히 시상식에서 서 대표는 "자유도"와 "개인이 미디어의 주인"이라는 말을 자주 언급했고, BJ들은 "다양한 콘텐츠", "팬"이라는 말을 거듭했다. 자유도가 높고 신선한 콘텐츠의 개발, 두터운 팬덤(특정 인물이나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사람)까지, 바로 아프리카TV가 내세우는 1인 미디어의 특징이자 강점이다.

그러나 이날 시상식에서 빠진 내용이 하나 있었다. 바로 1인 미디어의 부정적인 측면이다. 사실 시상식 자리에서 민감한 일을 스스로 들춰 속이 쓰릴 이유는 없다. 하지만 선정적인 콘텐츠는 앞으로 아프리카TV가 딛고 넘어서야 할 과제다. 앞서 아프리카TV는 성상납 논란으로 잡음을 내기도 했다. 이외에도 장애인 비하, 성기 노출, 도박, 장례식장 중계 등 사회적 문제 소지가 다분한 이슈들이 넘쳐난다.

아프리카TV가 강조했듯 개인이 곧 미디어인 시대다. 1인 방송은 미디어의 생태계를 바꿨고 이제 문화이자 산업으로 거듭났다. 하지만 아프리카TV 속 대표적인 개인 콘텐츠는 아직 '야하거나 혹은 잘 먹거나'의 인식이 강하다. "70억 인류가 라이브로 연결되길 바란다"는 아프리카TV가 보여주는 세상이 관음과 노출이 아니길 바란다.

창의적이고 건전한 콘텐츠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사업자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누구나 신뢰할 수 있는 자정 시스템을 갖출 필요성이 있다. 1인 미디어와 이를 기반으로 한 MCN 산업의 성장에 발맞춰, 아프리카TV가 '트러블 메이커'에서 경쟁력 있는 콘텐츠로 문화와 산업을 주도하는 '플레이메이커'가 되길 기대해 본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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