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제지, 경영권 매각소식에 주가 가격제한폭 급등
[더팩트│황진희 기자] 이무진(82) 영풍제지 회장의 35세 연하 부인으로 ‘현대판 신데렐라’로 잘 알려진 노미정(47) 영풍제지 부회장이 대규모 지분을 매각해 재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자신보다 나이가 더 많은 이 회장의 두 아들을 대신해 지분전량을 증여받은 노 부회장이 지난 3년간 대규모 배당을 수령한 뒤 돌연 회사의 경영권을 매각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와 재계 일각에서는 노 부회장이 경영권을 매각한 이유에 대해 2012년 경영권 승계 절차가 진행되고 골판지 원지 시장이 침체되면서 실적 부진을 면치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실제로 노 부회장이 최대주주에 오른 지 3년여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영풍제지의 실적은 실적부진에 현금자산의 감소 등이 반복되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22일 영풍제지는 노 부회장의 보유지분 54.44%(1208만4940주) 중 50.54%(1122만1730주)를 큐캐피탈파트너스가 운용하는 그로쓰제1호 투자목적 주식회사(이하 그로쓰제1호)에 매각했다는 내용의 주요경영사항을 공시했다. 영풍제지는 공시에서 "향후 매수자 매도자 각각의 선행조건이 완료되는대로 매각이 완료되면 최대주주 변경공시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노 부회장의 영풍제지에 대한 경영권은 그로쓰제1호에 넘어갔다. 다만 노 부회장은 나머지 지분 3.9%(86만3210주)는 당분간 계속 보유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로쓰제1호는 사모투자전문회사(PEF)인 큐캐피탈파트너스가 운용하는 기업인수목적회사(SPC)다. 그로쓰제1호의 인수금액은 약 650억 원(1주당 5800원)으로 알려졌다. 이날 영풍제지의 거래 주가가 3080원에 마감된 것을 감안하면 경영권 프리미엄이 대폭 적용된 것으로 분석된다.
노 부회장이 남편인 이 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승계받은 지 3년여 만에 경영권을 매각하는 배경에 대해 여러 추측이 제기된다. 최대주주에 오른 뒤 곧바로 수십억 원의 현금 배당을 받아챙겼던 노 부회장이 경영권을 내놓는 데 의문부호가 잇따른 것.
일각에서는 지관원지와 골판지 원지 시장이 침체되면서 회사의 실적이 떨어지는 추세를 보임에 따라 새로운 도약을 위해 전문적 경영 능력이 필요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영풍제지는 노 부회장이 최대주주에 오르고 경영권을 물려받은 2012년부터 실적이 악화일로를 걸었다. 2012년 1134억원에 달했던 매출은 지난해에는 831억 원으로 2년 만에 26.8% 줄었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165억 원에서 8억6000여만 원으로 무려 94.8% 감소했다.
올해 3분기 말까지 매출은 58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8% 줄었고 영업이익은 지난해 3분기까지 8억 원에서 올해는 마이너스 16억5600여만 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이처럼 영풍제지는 실적 악화에 따른 현금부족 사태에 시달렸지만, 노 부회장의 호주머니는 날로 두둑해졌다. 노 부회장이 지난 3년 동안 수령한 배당금은 73억5700여만 원에 이른다. 여기에 등기이사로서 받은 보수까지 더하면 노 부회장이 영풍제지에서 수령한 금액만 90억 원이 넘는다는 계산이다.
실제로 노 부회장이 지분을 물려받기 전까지만 해도 영풍제지의 현금배당성향(당기순이익 대비 현금배당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9~16%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노 부회장이 최대주주가 된 2012년 사업연도의 배당성향은 44.92%로 높아졌고, 2013년에는 100.95%로 껑충 뛰었다. 지난해 영풍제지의 배당성향은 240.7%에 달한다.
이에 따라 노 부회장은 지난해 여성 CEO 배당금 순위에서 5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여성 CEO 가운데 배당 부자 1위 홍라희 리움미술관장(154억9000만 원), 2위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89억4000만 원), 3위 최태원 SK그룹 전 회장의 동생 기원 씨(78억8000만 원), 4위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의 딸 주원 씨(28억8000만 원)에 이어 노 부 회장이 여성 배당 갑부 5위에 올랐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이번 매각이 약 100억 원에 달하는 노 부회장의 주식담보대출 상환을 위한 자금 마련 차원이란 해석도 나온다. 지난 10월 영풍제지는 노 부회장이 보유주식 82만3046주를 담보로 현대증권에서 받은 대출의 차입기간을 종전 10월12일에서 2016년 4월11일로 연장했다고 공시했다. 당시 노 부회장은 보유주식 1208만4940주(54.44%) 중 1176만9983주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 보유 주식의 거의 대부분을 담보로 잡힌 상태였다. 총 대출금은 101억 원에 달했다.
그러나 문제는 최대주주가 주식담보대출을 연달아 받음으로써 기업가치가 훼손될 가능성에 노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증권가와 재계에서는 이번 경영권 매각이 노 부회장이 보유 지분 증여세를 갚기 위해 받은 주식담보대출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이를 상환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노 부회장은 지난 2008년 이 회장과 결혼한 뒤 4년여 만인 2012년 1월 곧바로 부회장 자리를 꿰찼고, 2013년 1월에는 이 부회장의 지분을 전량(51.28%)을 물려받으면서 자산 1000억 원이 넘는 중견기업 영풍제지의 경영권을 손에 쥐었다. 당시에는 사실상 창업주의 두 번째 아내라는 점을 제외하고 정보가 전무한 노 부회장이 '현대판 신데렐라'처럼 중견기업의 실질적 오너로 혜성처럼 나타나자 제지업계는 물론 재계에서도 그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며 세간의 화제가 됐다.
재계 관계자는 “노 부회장이 최대주주가 되면서 회사는 실적 악화를 면치 못하고, 노 부회장 개인적으로도 불어나는 대출금을 상환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면서 “노 부회장이 이 회장으로부터 경영권과 지분을 물려받으면서 증여세가 급격히 불어나자 먼저 물려받은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고, 결국 이를 상환하기 위해 경영권을 매각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영풍제지 측에 경영권 매각과 관련해 문의했지만, 관계자는 "연결해 줄 곳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23일 오전 10시41분 현재 영풍제지 주가는 경영권 매각 소식에 영향을 받아 전날보다 920원(29.87%)까지 급상승해 4000원에 거래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