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1위 재벌가 자녀와 평사원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았던 '세기의 로맨스'가 파경을 맞고 있다. 삼성가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평사원 출신 임우재 삼성전기 상임고문 부부는 결혼생활 15년 만에 이혼 소송에 이르렀다.하지만 사랑의 결실을 맺는 과정 못지않게 부부에서 남남으로 가는 길도 험난하다. 임우재 고문은 이혼을 원하지 않고 있지만 이부진 사장은 이혼을 원해 법정까지 갔다. 도대체 어떤 사연일까. <더팩트> 취재진은 뜨거운 사랑 이면의 사연과 임우재 고문의 현 심정, 향후 거취에 대한 심정을 묻기 위해 그의 자택 앞에서 수일을 보냈다. 하지만 그는 입을 굳게 다물고 결코 열지 않았다. <더팩트>는 'TF직격BS(비하인드 스토리)' 코너를 통해 취재 과정과 주위 인물들의 얘기를 싣는다. <편집자주>
[더팩트│분당=황원영·변동진 기자] 삼성가의 맏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혼소송 중인 임우재 삼성전기 상임고문(전 부사장)이 사실상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그의 향후 거취에 대한 재계의 관심이 뜨겁다.
임우재 고문은 지난 4일 단행된 삼성그룹 임원 인사에서 기존 부사장직에서 상임고문으로 발령 났다. 이와 관련 재계 관계자들은 ‘이 사장과의 이혼소송 이후 사실상 삼성家(가) 퇴출 수순을 밟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혼 협의를 하지 않고 소송을 강행하는 데 대한 그룹 차원의 ‘압박’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삼성그룹측은 인사와 이혼소송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입장이다.
<더팩트> 취재진은 임우재 고문에게 향후 진로와 관련한 질문을 던졌으나 거듭된 질문에도 침묵밖에 돌아오지 않았다. 이에 주위로 눈을 돌렸다. 21일 임 고문 측 변호인단 조대진 변호인은 이와 관련 <더팩트>와 전화통화에서 “현재 주어진 역할인 상임고문 업무에 충실하겠다는 게 임 고문의 현 입장이다”고 전했다.
또 “평소와 같이 회사에 출근하고 있다”며 “일각에서 사실상 퇴진 수순을 밝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지만 현시점에서 이를 예단하긴 어려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삼성전기 부사장직을 수행하던 그는 지난 4일 단행된 삼성그룹 임원 인사에서 상임고문으로 발령 났다.
삼성은 통상 사장단과 임원 인사를 마친 후 퇴임 임원에게 사장급 이상은 상담역, 부사장급 이하는 자문역 직함을 주며 상근 고문을 맡긴다. 보통 2~3년간 예우를 해주며 또 다른 기회를 모색할 수 있는 ‘삼성식’ 배려를 해주는 것이다. 고문은 일정 급여를 받고, 사무실도 사용하면서 퇴임 후 진로를 준비한다.
삼성의 경우 상담역에겐 3년간 기존 연봉 70%, 기사, 차량, 사무실 등을 제공해 큰 불편 없이 지낼 수 있게 해준다. 고문은 기존 연봉의 80%와 차량, 사무실 등을 제공한다. 사실상 회사를 다닐 때와 큰 차이가 없다. 단, 큰 공을 세우지 않는 경우 위촉 기간이 2~3년에 그친다.
임 고문 역시 기존 연봉의 80%, 에쿠스 차량, 사무실 등을 지원받고 있다. 취재진이 지난 16일 자택을 찾았을 때 회사에서 지원해준 에쿠스 차량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일각에서는 임 고문의 임기가 무기한이 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실제 삼성의 반도체 사업을 이끌던 이윤우 삼성전자 고문, 초대 법무실장을 지낸 이종왕 삼성전자 고문 등은 정해진 기한 없이 예우를 받고 있다.
임 고문 역시 이 사장과 사이에서 낳은 아들의 ‘아버지’인 만큼 삼성그룹의 이미지를 위해서라도 재취업이나 향후 거취가 결정될 때까지는, 즉 임 고문 스스로 삼성을 벗어나는 결정을 내리기전까지 고문직을 수행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내년 1월 이들 부부의 이혼소송 선고결과가 나오면 임 고문이 고문직 위촉 기간 종료에 앞서 다른 기업으로 자리를 옮기거나 자기 중심의 새 삶을 시작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임 고문은 변호인에게 지난 17일 3차 변론기일 내용을 보고받고 “(내년 1월 선고결과를)기다리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선고결과가 임 고문 거취에 변수로 작동할 수 있다는 게 주변의 관측이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셋째 사위였던 신성재 전 현대하이스코 사장도 이혼후에는 아버지인 신용익 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자동차 부품 메이커 삼우의 부회장으로 제2의 경영인으로 활동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인사발령은 이부진 사장과의 이혼 소송이 영향을 미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며 “임 고문은 아직 나이도 젊고 그간 쌓아온 주변 인맥도 많기 때문에 굳이 남이 된 처가댁 삼성에서 불편하게 머물러 있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향후 거취와 관련 임 고문은 공식적인 입장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는 삼성전기 고문직을 성실히 수행할 것이라는 원칙적인 답변을 변호인을 통해 표시할 뿐이다.
한편 임 고문은 1995년 삼성물산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회사 봉사활동에서 만난 이부진 사장(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장녀)과 1998년 8월 결혼했다.
결혼 후엔 미국 유학길에 올라 MIT(매사추세츠공과대학) 경영대학원 석사를 취득, 삼성전자 미주본부 전략팀에 입사, 2005년 상무보, 2009년 전무, 2011년 부사장 등 초고속 승진을 거듭하다가 이 사장의 합의이혼 신청 1년 1개월 만에 상임고문으로 자리를 옮겼다.
임 고문은 그동안 3차례의 이혼소송 변론기일을 거쳤고 내년 1월14일 법원의 이혼소송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