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 대우증권 인수전서 2조4000억 원 배팅
[더팩트│황진희 기자] 올해 증권업계 초대형 매물인 대우증권 인수전에서 미래에셋증권이 일단 미소를 지었다. 미래에셋증권이 대우증권 인수전에서 가장 높은 입찰 가격을 제시해 인수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래에셋이 순탄하게 대우증권을 인수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그동안 KB금융지주에 인수되기를 희망했던 대우증권 노동조합이 격렬하게 반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우증권 노조 신상엽 사무국장은 “(단체행동 등에 대해) 시기나 어떤 방식으로 나갈지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이 전날 진행한 대우증권 본입찰에 참여한 KB금융지주,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대우증권 우리사주조합 등 총 4개사 중 미래에셋증권이 인수가격으로 최고액을 써냈다. 구체적인 입찰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미래에셋이 2조4000억 원대를 써내 한국투자증권(2조2000억~2조3000억 원)과 KB금융(2조1000억~2조2000억 원)을 근소하게 앞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대우증권 인수전에서 미래에셋증권이 가장 유리한 위치를 점할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은 대우증권 인수에 성공하게 되면 7조9000억 원의 자기자본으로 업계 1위에 오르게 된다.
따라서 산업은행은 최종입찰서를 제출한 4곳에 대해 매각가치 극대화, 조속한 매각, 국내 자본시장 발전 기여 등 매각 원칙과 국가계약법상 최고가 원칙에 부합하도록 평가절차를 진행하고,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그러나 남은 대우증권 인수 절차가 순조롭지는 않을 전망이다. 미래에셋증권에 인수되는 것을 결사반대했던 대우증권 노조가 걸림돌로 작용할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대우증권 노조는 본입찰에 앞서 지난 19일 경기도 가평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KB금융에 대한 조건부지지 의사를 주장하며 미래에셋증권에 매각되는 것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대우증권 노조는 KB금융의 자회사 KB투자증권의 임직원 규모가 600명에 그친다는 점에 비추어 인수 후 구조조정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대우증권 노조는 “비슷한 수익모델을 가진 대형 증권사간의 합병은 자기자본만 증가할 뿐 영업적인 시너지는 없어, 매각이후 대규모 구조조정밖에 기대할 것이 없다”면서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 두 증권사 모두 인수주체가 합병대상회사로 약 1조 원 내외의 자금을 외부에서 조달해야 하는데, 이 경우 대우증권 소액주주들은 인수금융 부채에 대한 상환부담으로 주식가치 희석이라는 피해를, AA+등급의 대우증권 채권자들은 크레딧 하락에 따른 손실을, 대우증권 직원들은 인수금융 부채 상환이라는 빚을 떠안게 된다”고 강조해 왔다.
하지만 결국 본입찰에서 미래에셋증권이 승기를 잡으면서 대우증권 노조는 이를 저지하기 위한 투쟁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신 사무국장은 “19일 열린 결의대회에서 노조원 2500여명의 서명을 받은 것을 오늘 중으로 산업은행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우증권의 지난 3분기 말 기준 임직원은 2961명으로, 인사부서와 기획부서를 제외하면 직원 대부분이 서명한 셈이다.
이와 함께 결의문에는 “대우증권에 발생할 수 있는 인력 구조조정 등의 인적 피해와 인수금융 상환부담 등 재무적 피해로 인해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의 인수를 결사 반대한다”며 “고용안정 보장, 독립경영 보장(현 경영진 체제 유지 및 우리사주조합의 사내 등기선임권 보장), 정당한 보상 등의 요구사항 수용을 전제로 KB금융지주의 대우증권 인수 지지를 선언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우선협상 대상자는 24일 산은의 '금융자회사 매각추진위원회' 및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선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