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와 자산관리 서비스의 만남
[더팩트 ㅣ 반포=서민지Ⅱ 기자] '여기가 은행 맞나요?' 씨티은행 반포지점에 들어서자마자 바로 든 생각이다. 지금까지 방문했던 은행들과 전혀 다른 모습에 낯설고 생소한 느낌이 들었다. 다양한 장식품과 깔끔한 인테리어, 은은하게 퍼지는 향기 등 마치 전시회장이나 카페에 온 것만 같았다. 또 종이나 펜 등은 찾아볼 수 없고 고개를 돌리는 곳마다 모니터가 마련돼 있어 새삼 '디지털 시대'임을 깨닫게 됐다.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에 씨티골드 반포지점 개점 행사가 진행됐다. 씨티은행 반포지점은 프라이빗뱅킹(PB)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점으로 스마트뱅킹 지점 특성에 맞춰 디지털화된 뱅킹 서비스를 통해 차세대 자산관리(WM)를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미래 자산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자산 및 계획 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씨티골드 반포지점 내부에 들어가면 대형 화면 하나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대형 화면에는 씨티은행의 상품, 씨티골드 등 전반적인 내용을 담은 영상들로 지점에 대해 소개를 하고 있다. 천천히 둘러 보니 편하게 앉을 수 있는 소파와 벽TV가 있었고, 액자나 꽃병 등으로 아늑하게 꾸며져 있었다. 특히 기분 좋은 향기가 내부를 채우고 있었는데 이는 이번 반포지점 마케팅 중 하나인 '향기 마케팅'으로 세심한 것까지 신경 쓴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씨티골드 반포지점은 크게 '스마트존'과 '씨티골드존'으로 나뉜다. 스마트존의 경우 모두가 편하게 이용할 수 있으며, 씨티골드존은 자산가 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상담은 제한 없이 이뤄지고 있다.
스마트존은 세일즈월과 워크벤치, 커넥존으로 구성된다. 지점을 방문하는 고객에게 개별화된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고, 기기로 업무를 진행하기 때문에 대기시간은 최소화됐고, 업무는 간소화됐다.
한쪽에 자리 잡은 '세일즈월'은 고객의 등급과 요구에 맞는 서비스를 소개해주는 구역으로 예금부터 투자, 방카슈랑스, 대출 등의 상품을 살펴볼 수 있다. 특히 스마트 상품 제안 아이콘을 선택하면 연령뿐만 아니라 사회초년생, 가족형성기 등 라이프 사이클에 따른 상품을 제안하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30~40대 연령을 선택하니 보다 안정적이고 재산 증식, 가족 중심 등에 맞춘 상품 소개가 이뤄졌다.
신청을 원하는 사람은 '워크벤치'의 컴퓨터를 이용해 바로 신청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계좌신청, 신용카드신청, 고객정보수정, 씨티은행 홈페이지 연결, 세일즈월에서 제공하는 추천상품기능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진행 시 어려움을 겪을 때 옆에 대기하고 있는 직원 '유니버셜 뱅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며, 스스로 은행원이 돼 주민등록증 스캔부터 비밀번호 등록 등을 할 수 있어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워크벤치에서는 신청만 가능하며, 계좌번호나 카드번호를 받은 뒤 영업점에 방문하면 실물 통장이나 카드를 받을 수 있다.
'커넥존'에서는 거래나 상품 가입 등 실질적인 업무가 진행된다.
'씨티골드존'에서는 고액자산가들을 위한 포트폴리오 중심의 상담이 이뤄진다. 일대일 맞춤 자산관리 서비스로 고객의 현재와 미래 포트폴리오를 비교해 전략을 세우게 된다. 씨티은행의 경우 자산운용사가 없기 때문에 이해관계와 상관없이 다양한 상품이 추천된다는 것이 특징이다. 자사의 상품을 권유·판매할 필요가 없으니 거시 경제 환경 변화에 맞춰 최적화된 고객 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선택의 폭이 넓다.
씨티은행 반포지점을 경험해 보니 이곳의 자산관리 서비스가 타은행과 달리 크게 ▲고객군 확대 ▲대형화 ▲페이퍼리스(서류 없는 업무) 등이 차별화됐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씨티은행의 자산관리 서비스의 고객군은 자산 10억 원 이상의 씨티골드 프라이빗 클라이언트(CPC)와 2억 원 이상 10억 원 미만의 씨티골드, 5000만 원 이상 2억 원 미만의 신흥자산가군 씨티프라이어리티 고객으로 나뉜다. 고객군별 특화된 포트폴리오를 제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무엇보다 기존 1억 원 이상의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던 것에서 5000만 원 이상으로 확대 적용해 보다 많은 고객에게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했다. 실제로 대부분의 은행에서는 자산관리 서비스를 1억 원 이상의 자산가를 대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최근 은행 지점이 축소되고 있는 가운데 씨티은행 반포지점이 규모가 크다는 것 또한 고무적이다. 씨티은행은 대형화를 통해 한 소비자에게 다양한 전문가들이 투입돼 집약적이고 전문적인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했다. 그동안 자산관리 전문가는 일반 지점에서 2~3명, 최대 8명 정도였지만 반포지점은 포트폴리오 카운슬러, 투자상품 전문가 등 자산관리 전문가 그룹이 17여 명 정도로 구성돼 있으며 향후 개점하는 지점에는 최대 20명 이상으로 구성할 계획이다.
씨티은행은 이를 통해 다양하고 많은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으며, 기존 고객뿐만 아니라 잠재적 고객까지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핀테크 시장에 걸맞게 모든 서비스가 기기를 통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서류 없는 업무'가 가능하게 됐다. 때문에 기존에 창구를 사이에 두고 직원과 고객이 마주 보던 것에서 나란히 서서 함께 모니터를 보고 업무를 진행하게 돼 자연스레 직원과 고객 간의 벽이 허물어졌다. 심지어 시재도 ATM 방식으로 진행돼 직원들의 업무가 유연하게 이뤄질 수 있다.
박진회 씨티은행장은 씨티은행 반포지점에 대해 "신흥 부유층의 높은 교육 수준과 세계화된 고객들의 수가 점차 증가하면서 이들의 요구에 부합할 수 있는 더욱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서비스에 대한 수요 역시 커지고 있다"며 "핀테크 도입으로 인해 금융권이 변하고 있는 만큼 추세에 맞춰가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궁극적으로 고객의 자산 보존 및 증대로 고객의 성장으로 함께 영위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씨티골드에 대해 밝은 미래만 전망되는 것은 아니다. 고액자산가 위주로 서비스가 제공되기 때문에 5000만 원 미만의 소비자들에게 제공되는 서비스가 상대적으로 제한되기 때문에 은행의 공익적인 측면이 무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또 허브 스토어로 대형화되면서 씨티골드뿐만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의 접근성이 떨어져 고객의 욕구가 바로 충족되기 힘들다.
씨티은행은 이에 대해 신흥 부유층 고객의 수요 증가로 인한 대상 확대와 디지털 서비스 이용증가 및 전문화된 특화 서비스를 들어 설명했다.
씨티은행은 "자산관리에 대한 수요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이며, 자산가 또한 증가하고 있다"며 "타은행이 자산관리 서비스를 1억 원 이상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과 달리 대상을 5000만 원 이상 고객으로 확대해 최대한 많은 소비자들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 또 "고액 자산가 서비스는 외국계 은행이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다"라고 덧붙였다.
접근성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 금융 거래의 94% 정도가 디지털 거래로 진행되고 있고, 창구 업무는 확연히 줄고 있다. 인터넷 뱅킹의 이용이 증가하고 있는 시점에서 접근성에 대한 우려는 전통적인 시각"이라며 "지점이 적을수록 디지털화 수용에 더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산관리 서비스의 경우에도 고액 자산가들을 관리하는 것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특화된 서비스를 받기 위해 거리가 멀어도 찾아오는 것을 꺼리지 않는다"며 "보다 전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접근성에 대한 문제는 쉽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씨티골드 반포지점은 씨티은행의 첫 번째 스마트 허브 스토어로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을 중심을 점차 영역을 확대할 예정이다.
jisseo@tf.co.kr